▲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남소연
그러므로 신당은 과거의 실패한 실험을 반면교사로 정확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신당은 어떤 당이어야 하는가?
첫째, 신당은 사회교체, 국가혁신, 대한민국 재창조를 통해 국민 삶의 근본적 변화를 핵심 목표로 삼는 정당이어야 한다. 좋은 정치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이다. 야당이 무기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바로 소명의식을 잃어버리고 생계형 월급쟁이집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그런 선상에서 신당은 역사적 소임으로서 사회구조의 근본 혁신을 통한 대한민국재창조를 핵심목표로 삼는 정당이어야 한다. 실질적으로 대중의 삶을 변화시키는 대담한 이슈와 의제들을 만들어 던지고, 이를 통해 강력한 대결구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것은 말로만 경제·민생을 외치면서 정권교체 외에는 주장할 내용이 없는 기성야당과 구별된다. 또 의원정수축소 같은 지엽적 안건을 새로운 정치라며 내세웠다 국민을 어처구니없게 만든 안철수 정치와도 구별된다.
둘째, 신당의 가치와 노선은 계급과 이념, 그리고 진영의 논리를 넘어서, 좌우에 걸쳐 있는 모든 특권-기득권을 반대하고, 민주주의 밖의 시민, 노동 밖의 노동까지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1% 특권층과 10%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치세력들, 공동체의 이익과 발전보다는 사적 이익과 권력배분의 극대화를 지향하는 기회주의적 정치인들을 배제하는 정당이어야 한다. 보수특권 대 진보기득권의 정당구도를 뛰어넘는 정당이어야 한다. 대체로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당이나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정치가 그에 가장 근접한 모델이 될 것이다.
셋째, 신당은 수구적 보수패권체제를 구성하는 일체의 낡은 사회제도와 정책들을 폐기시키기 위해 선명한 대결구도를 형성하고 싸워야 한다.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을 틀어막는 종북담론과 싸워야 하고, 개발독재의 잔재인 신권위주의와 싸워야 하고, 국가주도의 재벌자본주의와 싸워야 하고, 패권적 지역주의와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일체의 사회적 차별과 세습 그리고 특혜의 제도를 폐지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그리하여 무능하고 어정쩡한 새정치연합을 대신해 '과거 대 미래'의 대결구도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는 새정치연합을 주요타격대상으로 삼는 '야권교체론'과 구별되는 점이다.
넷째, 신당은 새로운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단순히 리더십의 물갈이를 지향하는 것을 넘어서 정치세력기반을 재구성해야 한다. 세력기반의 중심이 호남+486+기득권 노동에서 청년+공동체시민+비정규직노동으로 확대되어 나가야 한다. 신당은 바로 이 같은 세력교체를 주도하는 정당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신당은 출발부터 당의 기간골격을 만드는 데서 청년들과 공동체시민들을 주축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지역, 일자리, 기업 등 각종 사회현장에서 대중의 삶에 깊이 뿌리박고 2세대 사회운동과 결합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다섯째, 신당은 프로페셔널리즘, 일관성, 기강과 규율을 갖고 움직이는 조직을 건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치정체성의 구심이 명확해야 한다. 조직화 과정에서는 결코 새정치연합의 여집합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치와 정책노선의 기준에 맞고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물들을 가려 뽑아야 하고, 이 사람 저 사람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외연을 확장해서는 안 된다. 인위적으로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알박기 공천을 해서도 안 된다. 기성야당들과의 소모적 논쟁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가치·노선의 순수성을 유지하면서, 전국적 정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방향으로 매우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신당은 오직 국민들에게 원칙과 진정성으로 승부하고 인정받아 나가는 정당이어야 한다.
신당 창당 외에 다른 대안이 있는가?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그냥 앉아서 당할 것인가, 아니면 참사를 막기 위해 무슨 노력이라도 해 볼 것인가 둘 중 하나이다. 공동체시민의 책임 있는 자세라면 당연히 후자다. 대안적 신당의 건설은 신당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사회 권력균형의 붕괴를 막고 장차 예고되는 국가공동체 최악의 역주행에 맞서 싸우는 발판을 만드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신당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주체세력은 있는지 묻는다. 하지만 필자는 다른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 기성야당이 차기 총선에서 선방할 수 있는지, 대선에서 집권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주체세력은 도대체 무엇이며,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묻고 싶다.
13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들과 확고한 지역기반 그리고 막대한 재정과 조직을 가진 야당은 왜 집권을 못하는지 묻고 싶다. 유력 대선주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영웅 만들기 정치세력화의 실험은 지도자를 망가뜨렸을 뿐만 아니라 추종자들의 운명을 지도자의 명멸에 종속시킴으로써 성과의 축적이 전혀 이루어질 수 없게 했다.
이번 2016년 총선을 통해 기성정당 밖에서 독자적 힘으로 교섭단체에 준하는 정당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확증해낸다면 정치권의 대변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미래가치로 무장하고 기성의 낡은 정치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전사(warrior)들이 몇 명이라도 출현할 수 있다면 지금 고여 있는 물처럼 정체되어 있는 한국정치에 역동성과 활력이 솟고 새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다. 그것은 한국정치를 넘어서 국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회교체, 국가혁신, 대한민국재창조의 혁명으로 이어질 것이다.
신당 냄새는 여기저기서 피어오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진짜와 가짜가 어지럽게 뒤섞여 있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내는 힘은 의식 있는 사람들의 관심과 동참에서 나온다. 대중의 바다 저 깊은 심연에 강렬히 내연하고 있고 당장이라도 분출할 수 있는 불꽃이 있음을 믿는다면 우리는 각자 스스로가 준비된 미래를 위한 행동에 착수해야 한다. 예고 없이 폭발한 안철수 현상 앞에서 넋을 잃고 우왕좌왕했듯이 또 다시 허겁지겁할 것인가? 가진 사람은 불안하고 못 가진 사람은 처절한 이 사회의 덫을 깨부수는 역사의 현장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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