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 인정 안하니 '집에서 논다'는 말 나오는 것"

작가 임승수 경남직업문화센터 초청 강연 "시간 착취로 빈부격차 생겨"

등록 2015.08.27 10:10수정 2015.08.2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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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알아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눈을 들어 세상을 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여러분의 눈에는 '자본주의'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느냐. 만약 아름다워 보인다면 굳이 <자본론>을 배울 필요가 없다. 그냥 그곳에서 잘 사시면 된다. 하지만 여러분이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를 보면서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면, 그리고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여러분은 자본론을 읽을 준비가 되어 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의 저자 임승수씨의 말이다. <차베스, 미국과 맞짱 뜨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청춘에게 딴짓을 권한다> 등을 펴낸 임 저자가 강연했다. 경남직업문화센터 초청으로 26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다.

a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차베스, 미국과 맞짱 뜨다> 등의 책을 펴낸 임승수 작가는 26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경남직업문화센터 초청으로 강연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차베스, 미국과 맞짱 뜨다> 등의 책을 펴낸 임승수 작가는 26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경남직업문화센터 초청으로 강연했다. ⓒ 윤성효


그는 "한때 이 책을 읽으면 잡아가던 시절이 있었다니 웃긴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를 잘 분석한 책이다.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빈부격차가 왜 심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자본론은 이상한 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생산관계'의 기준에 따라 시대를 '노예-주인'의 노예제, '농로(소작)-지주(영주)'의 봉건제, '노동자-자본가'의 자본주의 사회로 구분했다. 그는 "자본가는 자본으로 공장을 소유하고, 노동자는 노동할 수 있는 능력을 팔아서 임금으로 살아간다"며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임금·노동 관계가 생산 대다수를 이루기에 자본주의라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노예제 시대는 주인은 부자가 되고 노예는 가난한 사람이었고, 구조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었다. 노예제 사회는 구조 때문에 빈부격차가 생겼다. 그것은 주인이 노예의 노동을 착취하는 것이고, 그 착취의 결과로 빈부격차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임 저자는 "미국이 단번에 부자가 된 이유는 노예제 사회였기 때문이다. 백인 농장주가 흑인을 노예로 부렸다. 백인들은 흑인을 착취할수록 자기들이 빠르게 부자가 되었다. 그만큼 흑인 노예의 피를 빨아먹었다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봉건제도 일종의 착취다. 그런 결과로 지주는 부자가 되고 농로는 가난했다"며 "사회마다 생산수단을 틀어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부리면서 노동력을 착취하는 시스템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자본주의 사회는 어떨까.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노예나 농로와 비교하면 자유인이다. 노동을 마음대로 팔 수 있지만 사주지 않아서 문제다. 노동하기 싫다면 도망가면 되지만 그 결과는 해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본가와 노동자가 서로 계약서를 쓰는 관계다. 노예제나 봉건제에 비해 자유롭게 계약관계로 이루어진다"며 "그러나 기회가 평등하고 능력대로 그 대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도 여전히 착취가 존재하고 빈부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구걸하는 게 아니라 빼앗긴 시간 되찾아 오는 것"

임승수 저자는 상품이 무엇인지, 그리고 돈이 자본이 되고 이윤은 어디서 오는지에 대해 사례를 들고 숫자로 따져 설명했다. '이윤'에 대해 설명한 그는 "그것은 시간 빼앗기이고, 시간 착취"라 말했다.

그는 "노동자는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고, 그 노동은 곧 시간이다.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빼앗지 않고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나.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고 돈은 절반만 받는다. 자본가는 비정규직한테서 더 많이 빼앗아 가는 것"이라며 "그런데 노동자가 노동조합해서 임금 인상해 달라는 것이 어떻게 떼쟁이냐. 구걸하는 게 아니라 빼앗긴 시간을 되찾아 오는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관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물이나 사건은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다. 가령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을 했다고 한다. 유럽의 관점에서 보면 '발견'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이미 사람이 살고 있었다. '신대륙 발견'이 아니라 '문명의 만남'이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라며 "콜럼버스는 아메리카에 가서 거기 사는 사람들을 대학살했고, 그런 기록도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한테 '콜럼버스 위인전'을 읽히는데 이해가 안 된다. 누구의 처지에서 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학생들한테 '노동자 하면 무슨 단어가 떠오르느냐'고 물었더니, '거지' '도둑놈'이란 단어가 나왔고, 긍정적인 단어를 쓴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다 부모들이 노동자인데도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이것은 교육 때문에 그런 것이다. 오죽했으면 경찰서에서는 수배전단을 만들면서 '노동자풍'이란 표현까지 했겠나"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돈 중심의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가 돈이 되느냐 돈이 안되느냐를 갖고 판단한다. 노동자들한테 '부인이 무엇하느냐'고 물으면 '집에서 논다'고 말한다. 가사노동과 육아노동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기 집에서 밥하고 설거지하고 아이 기저귀 갈아주고 하면 '논다'하고 남의 집에 가서 그런 일을 하면 '일한다'고 한다. 자기 집에서 그런 일을 하면 돈이 안 된다 하고 남의 집에서 그런 일을 하면 돈이 생긴다고 한다. 국민총생산(GDP)을 계산하는데도 이런 가사나 육아노동은 잡히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모든 게 다 돈으로만 판단한다."

"돈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자기 삶을 봐야"

'시간'을 강조했다. 그는 "저는 돈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제 삶을 보면서 달라졌다"며 "소비도 '소유형'과 '체험형'이 있다. 만족도를 조사해 보았더니 체험형 소비가 훨씬 높게 나왔다. 체험형 소비는 시간을 사는 것이다. 10년 전 산 명품 가방을 지금은 자랑거리가 안되지만, 10년 전 갔던 해외여행은 지금도 자랑거리가 된다"고 말했다.

임승수 저자는 "자본론은 저에게 큰 관점의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경제행위'나 '자본주의'를 돈의 관점에서 본 게 아니라 시간의 관점에서 보게 해주었다. 자본주의 모순인 빈부격차는 한 사람이 다른 많은 대중의 시간 내지 인생을 빼앗아 가는 것"이라며 "돈도 중요하지만 가치판단의 최고를 시간에 두는 것이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사람들이 돈 소중한 것은 아는데 시간 소중한 것은 모른다"고 말했다.

임승수 저자는 호주 출신으로 책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의 저자인 브로니 웨어가 했던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를 소개했다. 그 다섯 가지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내가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았더라면', '내 감정을 표현할 용기가 있었더라면', '친구들과 계속 연락하고 지냈더라면', '나 자신에게 더 많은 행복을 허락했다면'이다. 그리고 임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동차 연료가 한정돼 있다고 하자. 그 연료만 쓰면 끝이다. 그러면 자동차를 몰고 항상 가던 곳만 뱅뱅 돌 것이냐, 아니면 여태까지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볼 것이냐. 한정된 그 연료, 즉 시간을 어떻게 함부로 쓸 수 있겠나. 우주 탄생 속에 사람이 유일하게 한번 사는 것이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었다. 사람들은 돈이 없어 해외여행 못 간다고 하는데, 저는 할부를 해서 간다. 자동차는 할부로 사면서 왜 해외여행을 할부로 가면 안되나."
#자본론 #임승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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