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추위'의 이사 후보 추천, 무엇이 문제인가

[주장] 제도개선 요구와 추천 행위라는 자기모순, 그리고 심사의 부적절성

등록 2015.08.28 17:12수정 2015.08.2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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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KBS 및 MBC 이사 선임과 관련, 공영방송이사추천위원회(아래 공추위)의 이사후보 추천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추천 심사가 공정했느냐이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이런 심사과정의 문제와 더불어 시민단체들이 '공추위'라는 일과성 이름으로 공영방송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일이 시민운동, 특히 언론운동의 관점에서 과연 바람직하느냐이다.

논란의 시작은 이번에 MBC 이사를 지원했던 최용익 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민언련 후보는 100%, 이상하지 않은가'라는 글에서 촉발됐다. 공추위가 심사에서 점수를 매겨 후보들을 등급화한 것과 공추위가 추천한 민언련 관련 인사 세 명이 KBS(2명) 및 MBC(1명)의 이사로 선임된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공추위는 이사 후보 추천의 '필요성'과 함께 심사위원 구성 및 심사 기준을 상세히 소개하며 반론을 냈다. (관련 기사 :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 관련 주장에 대한 입장)

필자는 이번에 야당 추천 KBS 이사 후보에 지원했다가 탈락했다. 그 과정에서 남달리 느낀, 공추위의 이사 후보 추천의 문제점을 지적해 보려 한다. 나는 사실 3년 전 공추위의 이사 후보 추천에 지원해 '합격'한 일이 있으나 이번에는 공추위에 지원서를 내지 않았다.

우선 위 최용익 대표가 지적한 공추위 심사의 부적절성을 살펴보자. 부적절함은 부당함 때문이고 부당함은 불공정함에서 나온다. 최 대표는 후보 지원자와 일면식도 없는 심사위원들이 단 한 번의 면접도 없이 지원자들에게 점수로써 등위를 매긴 점을 문제 삼았다.

최 대표의 지적에 동의한다. 공추위는 나름대로 상당히 전문적이고 상세한 심사기준을 내세웠다. 그리고 일정한 수로 제한하여 인원을 뽑는 방법상, 점수로 등수를 정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원자들이 낸 서류만 보고, 언론(방송) 분야의 세세한 전문적 기준에 맞는 점수를 공정하고 정확하게 매길 수 있겠는가? 그것도 중차대한 시기에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할 사람들에 대해서 말이다.

KBS나 MBC 신입사원도 그렇게 뽑지 않는다. 이번에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현재 언론이 처한 화급한 상황에 맞는, 언론운동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심사를 할 자격이나 능력, 객관성이 있었는지를 자문해보자. 쉽게 답이 나올 것이다. 공추위의 심사항목부터가 이런 상황에 비추어 너무 방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심사위원 구성은 정당하고 합리적이며, 그들과 일부 지원자들과의 관계는 공정했는가? 특히 이 점과 관련하여 최용익 대표는 민언련 간부 세 명이 KBS와 MBC 이사로 추천 선임된 점을 들었다. 이에 대해 공추위는 심사위원 출신 단체와 그 단체 추천 후보자의 양립은 일을 성사시키는 데 불가피한 일이었으며, 민언련 관련 인사의 이사 후보 추천은 각각 그들이 속한 전문단체에서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나는 공추위의 심사위원 구성은 객관성과 전문성이 없는데다가, 정실과 편파성이 개재될 여지가 많았다고 판단한다. 앞에 말했듯이 공추위가 내세운 심시기준에 비추어 이번에 각 시민단체에서 내보낸 심사위원들이 과연 얼마나 그 기준에 맞는 후보를 가릴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는지(그것도 서류만 보는 심사로) 확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후보를 추천한 단체들이 심사위원을 맡게 된 것의 불가피성을 말하는 것은 공추위의 급조와 심사의 졸속을 드러내는 변명으로 들린다. 자기가 추천하거나 자신들의 단체와 친숙한 사람을 자기가 점수매기는 일이 자기 시험을 자기가 채점하는 일과 무엇이 다른가. 시민운동단체가 도덕성, 합리성, 순수성, 정당성을 지향한다면 이는 재발해서는 안 될 일이다. 후보들 가운데 여러 단체에서 온 심사위원들과 연줄이 겹쳐 몰표를 얻을 요인은 없었는지 점검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여러 문제를 감안하면 이번 공추위의 심사는 공정했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야당이 공추위 추천 리스트를 그대로 선임한 일도 정당성을 결여한다.


최용익 대표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이번 공추위의 이사 후보 추천을 두고 뒷말이 많았다. 일부 언론 보도를 보면 KBS와 야당 쪽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과 관련된 후보들이 여럿 추천되었다거나, 시민운동에 들어온 지 불과 4개월밖에 안된 사람이 추천되었다는 사실 등이었다. 또 어떤 경우는 MBC 현직 이사 몇 사람의 재임 가능성을 비판하는 기류 속에서도 공추위가 공영방송 현직 이사를 차기 이사 후보로 재추천 했는데, 그 사람을 포함한 그 방송사의 야당추천 이사들은 한때 그 방송사 사장 선임과정의 이사회에서의 과오를 인정하여 '적절한 때 이사 사퇴'를 선언하기도 했었다.

이밖에도 공추위가 자가 추천 명단을 들고 사전에 야당 쪽에 찾아가 자기주장을 관철하고자 한 것은 고결한 시민운동의 모습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적잖은 실망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언론운동단체들은 애초에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추천을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나눠먹기라고 비판하며 제도개선을 요구해왔다. 따라서 이번 공추위의 야당을 향한 일종의 '청탁성' 행보는 자기모순 또는 자기부정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야당은 "이번에는 방송상황이 정상이 아니어서 분야별 자리배분이 아니라 '투쟁성'을 중시하겠다"고 구두선을 발하고는, 공추위의 안 그대로 분야별 자리 나눠주기를 선물했다. 과연 야당이 방송의 불공정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것이 총선과 대선, 나아가 국민의 운명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감각과 그걸 막기 위한 전문적 전략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공추위 관련 시민운동단체들은 2보 전진을 위해 이번의 논란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바라건대 혹시라도 운동단체가 어떤 '자리'가 나면 다투어 '취업 희망자'들을 내보내려는 '권력'으로 행세한다는 오해의 여지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공추위의 이사 후보 추천행위 및 이의 관철을 위한 '섭외'와 같은 일을 다시는 하지 않아야 한다.

오로지 기존의 방침대로 현 이사선임 제도의 부당성을 강조하여 제도개선을 더욱 요구하고, 당장 현실적 대처가 필요하다면 '부적격 인사 반대운동' 수준의 일에 힘을 쏟는 게 바람직하다. 공추위가 시민사회 전체를 대표하지 못하는 한 공추위의 추천행위가 야당의 정실주의와 맞물려 진정으로 긴급 상황에 맞는 인재의 발탁을 막는 장애물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최성민 시민기자는 방성독립포럼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방송독립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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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창간발의인, 문화부 기자, 여론매체부장, 논설위원 역임. 곡성 산절로야생다원 대표. (사)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소장. 철학박사(서울대 교육학과, 성균관대 대학원 동양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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