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처의 케이블카 경제성분석보고서국회예산처는 양양군이 제출한 케이블카 경제성 분석이 기본적인 분석요건조차 갖추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있다.
녹색연합
설악산 케이블카는 거의 비슷한 노선 계획을 제출했던 지난 2012년에 비용과 편익을 비교 분석한 결과 '0.9145'로 나타났다. 비용편익분석 결과값이 1이 넘어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2015년 똑같은 보고서 작성 기관인 KEI가 분석한 결과는 1.148로 나타났다. 2012년에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 사업이 3년 만에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생태지평 등 시민단체들은 경제성 분석의 핵심인 수요 예측부터 부풀렸다는 문제제기를 했다. 양양군은 2047년에 약 130만 명이 탑승할 것을 전망했는데 이 계획에 따르면 8월에만 약 51만 명이 탑승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케이블카의 탑승 한계 용량인 최대 20만 명을 훨씬 초과하는 수치다. 오색지구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65만 명인데, 케이블카 탑승자수를 73만 명까지 적용했다. 방문객보다 케이블카 탑승자수가 더 많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8월 초,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은 비슷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탑승객 숫자를 늘리기 위해 설악산 지역 방문객 추정 자료를 방문객이 줄어든 2012~2014년 최근자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색 지역의 방문객 수를 2018년 65만127명에서 2047년 165만7157명으로, 155%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과거 25년간 설악산 전체지역 탐방객은 2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1990년 설악산 전체지역 탐방객 수는 297만9000명, 2014년에는 362만8508명이었다. 이번 탐방객 추정은 경제상황과 최근 달라진 방문객 추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 계산에 의해 산출돼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계속되는 편익·효과 부풀리기이 사업이 지역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일자리 창출, 지역 내 주민소득 창출 등 실질적인 지역발전 효과는 아주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46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지만, 건설 생산유발효과만 높을 뿐 일자리는 연간 170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짜깁기와 부풀리기는 계속된다. 현재 환경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케이블카가 설치되더라도 기존 탐방로의 연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하산객은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 없다. 양양군이 지난달 발표한 2013년 오색-대청봉 구간 탐방로 구간 이용자가 등산객 9만여 명, 하산객 39만여 명인 점으로 미뤄볼 때 보고서에서 추정한 오색지역 방문자에는 하산객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강풍 및 안전점검 등으로 운행정지 없이 365일 운행한 경우를 상정했다. 그리고 노약자를 위한 케이블카라더니 어린이 노약자 요금 없이 무조건 어른 요금으로만 계산한 것이다. 국립공원이라는 자연 생태계 및 환경훼손 등의 파괴비용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더 빨리 올라서 더 빨리 떠나버리는 관광 조장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양양군의 주장에 강원도까지 합세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20일,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데서는 명산 때문에 먹고 사는데 저희는 먹고살 수가 없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변해가고 있다"라면서 "저희들은 그걸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을 꼭 추진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이는 관광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주장이다. 일본 등 외국에서도 1990년대 이후에는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건설 추세가 멈췄다. 관광 패턴이 좀 더 느리고, 오래 머무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케이블카가 오히려 아름다운 경관을 해치는 흉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한라산에도 케이블카 설치 논쟁이 있었지만, 지난 2010년에 경관에 큰 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제주도는 사실상 추진을 포기한 상태다. 제주도는 그것보다는 한라산 고유의 경관을 살리면서, 걷는 길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을 선택했다.
최근 자연공원케이블카반대범국민대책위원회와 서면 인터뷰를 가진 국제생태관광협회장(The International Ecotourism Society) 켈리 브리커는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에 대해 "유감스럽게도, 이 사업은 소중한 지역과 고지대 동물들의 서식지에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한번 시작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설악산의 수용 용량은 이미 과부하 상태"라고 지적하면서 "이미 과부하 돼 있는 환경에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은 산과 한국인들 그리고 국가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아무런 이익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적인 관광패턴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