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100만 원 정도 하는 육아 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40만 원 정도의 어린이집을 두고 고민했지만 결국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남에게 내 아이를 맡기는것에 대한 두려움에 부모님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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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육아 휴직은 어떨까? 엄마의 육아 휴직은 가능성을 따져 볼 수 있다는 데서 오히려 희망적이다. 우리 부부의 경우 아빠, 곧 나의 육아 휴직은 처음부터 선택지에 없었다. 얼마 전, 같이 근무하는 직원과 육아 휴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아내 혼자서 너무 힘들어하네. 돈 좀 적게 받아도 육아 휴직하고 싶다. 한 번 알아볼까?""대리님, 책상 뺄 준비 할까요?"
농담처럼 나눈대화지만 씁쓸한 우리의 현실이다. 스웨덴 아빠의 육아 휴직률 80%, 한국 아빠의 육아 휴직률 5%. 이것이 대한민국의 오늘이다. 혹 용기가 있어 5%에 속하기로 결단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오는 압박감이다. 법으로 정해진 최대 100만 원 정도의 휴직 수당(통상임금의 40%, 최소 50만 원~최대 100만 원이지만, 이 중 15%는 복직 후 6개월 후에 수령할 수 있음)으로는 태어난 아기의 기저귀 값, 분유 값조차 감당하기 힘들다.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아빠의 육아 휴직을 대비한 인력 운영이 이루어지는 기업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장에서 아빠의 육아 휴직은 동료 직원에게 업무 부담 증가라는 의도치 않은 피해로 연결된다. 앞으로 계속 함께 일해 나가야 하는 직장 동료에게 안길 피해에 대한 부담은 어쩌면 경제적인 것보다 육아 휴직을 포기하게 만드는 더 큰 원인일 수도 있다.
직장 동료 모두의 이해로 두 번째 산을 넘는다고 할지라도 사회 전체가 바라보는 아빠 육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가까운 우리 부모님조차 아빠의 육아 휴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쉬는 날 아이를 데리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오가 본 아빠들이라면 한 번쯤 느껴봤을 부담스러운 시선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아빠의 육아 휴직은 요즘 유행하는 '쿡방'에 등장하는 일류 요리사들의 요리를 바라보는 것과 같다. 한마디로 그림의 떡이다.
당장 아내가 퇴직한 후 반토막 나는 수입으로는 내 집 마련의 꿈은 물론 약간의 저축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우리 부부는 맞벌이를 계속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자, 손녀 육아에 병든다는 기사들을 접할 때마다 혀를 차며 자기 자녀에 대한 책임을 조부모에게 전가하고 있는 요즈음 부모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여겼던 나였다.
하지만 참으로 부끄럽게도 그들과 같이 장모님께 내 아이를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하는 육아 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40만 원 정도의 어린이집을 두고 고민했지만 결국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남에게 내 아이를 맡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부모님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장모님은 흔쾌히 그리하시겠다 하셨지만 한 달 정도 지났을 뿐인데도 꽤 지쳐 보이시는 장모님의 모습을 볼 때면 송구스럽다.
저출산과 여성들의 경력 단절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십수년간 좋은 제도들이 입법화되고 개정돼 왔다. 육아 휴직은 엄연히 법제화 된 부모의 선택지 중 하나다. 하지만 그 제도들이 법전 안에 잠들어만 있다면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할 것이다. 이 제도들을 한국 사회에 적용하기 위해 사회 통념과 관행이라는 진입 장벽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 육아 휴직을 한시적으로 의무화 하거나 단계적으로 사회 전체에 적용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육아 문제 해결 없이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잘 키울 수 없는 아이를 낳으라고만 하는 정부의 공익 광고는 허공에 울려 퍼지는 메아리다. 요람부터 무덤까지는 아니더라도 요람에서 만큼은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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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육아 휴직 질문에 "책상 뺄 준비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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