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사람들과 음악 나누며 살고 싶어요"

[인터뷰] 통기타 라이브 갤러리 '청우' 허이태씨

등록 2015.09.02 16:07수정 2015.09.0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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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구암동 운암지 옆에는 음식점이 즐비한 먹거리촌이 있다. 그런데 그 안쪽 골목에 가면 조금은 식당 일색의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곳이 하나 나온다. 바로, 동네에서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는 '통기타 라이브 갤러리'(아래 통라갤)다.


비가 간간이 내려 상쾌했던 지난 29일 오후, 이곳을 찾았다. 통라갤의 주인장이자 이번 만남의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서다.

산 아래 한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통라갤에 들어서니 기타 레슨이 한창이었다. 내부는 어떻게 보면 카페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공연장 같기도 했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각자 기타를 들고 이곳 저곳에서 연습을 하는데 그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한 사람이 보였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허이태씨다.

 통기타라이브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허이태 씨
통기타라이브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허이태 씨김지형

허이태씨는 1968년생, 올해로 48세다. 먼저 언급하자면 지역에서 알 만한 사람은 아는 통기타계의 고수다.

군위가 고향인 그는 고등학교 시절이었던 1985년께부터 대구강북 지역에 살았다. 벌써 30년 전 이야기다. 그동안 그야말로 이 지역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던 시기를 모두 지켜봤다고 한다.

"1지구부터 시작해 개발되면 될수록 동네가 정말 급속하게 많이 변했다. 관음동은 예전에 무덤이 가득했던 동네였고 지금 3지구 쪽은 거의 허허벌판이었다. 지금은 구암동에 살지만, 당시엔 아시랑 고개 근처에 살았는데 요즘 동네 모습은 정말 딴판이다."


 통기타라이브갤러리 무대 모습
통기타라이브갤러리 무대 모습김지형

중3 때부터 통기타 시작

기타를 처음 치기 시작한 건 그보다 좀 앞선 중학교 3학년 때부터라고 한다. 그 뒤로 늘 기타를 놓지 않았다고 하니 제대로 된 30년 경력인 셈이다.


"형이 기타를 잘 쳤다. 특별히 배우기보다는 어깨너머로 보면서 치기 시작했다. 늘 혼자 연습하고 책을 보며 공부도 했다. 꾸준하게 독학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무대에도 오르고 공연도 하기 시작했다."

통기타 붐이 조금은 잦아들던 시기였지만 그는 당시 지인들과 통기타 공연을 하는 일일찻집을 열기도 하고 군대에 가서도 <우정의 무대>에 출연해 기타 하나로 휴가를 나오는 등 그의 지난 시간은 기타를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허이태 씨는 평소 닉네임인 청우로 불린다.
허이태 씨는 평소 닉네임인 청우로 불린다. 김지형

그러던 그가 지금의 통라갤을 만든 것이 6년 전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주변 사람들과 기타를 함께 치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만들게 됐다. 음악으로 친구를 사귀고 싶었다. 그때부터 이 공간을 중심으로 동호회도 운영하고 초보들에게는 별도의 강습도 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는 이름보다 통기타 동호회 인터넷 카페의 닉네임인 '청우'로 불리기 시작한다. 한자로 푸를 청(靑), 비 우(雨)를 써서 푸른 비 내지는 맑은 비를 뜻한다고 한다. 인터뷰를 위한 찾아간 이날도 사람들은 모두 그를 청우님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이후 몇 년간 동호회 활동과 기타 강습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통라갤을 거쳐 갔다. 지금도 지역에서 버스킹 거리공연을 하거나 팀을 만들어 아마추어로 활동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통라갤에서 배출한 이들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동네 통기타 가수의 산실인 것이다.

지금은 여러 가지 사정과 힘겨움으로 동호회는 운영하지 않고 알음알음 찾아오는 이들에게 화요일과 토요일 주 2회 시간을 정해 강습만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여기저기서 의뢰가 들어오면 외부에 공연하러 나가는 경우도 많다.

 부부가 함께 연주 중인 모습, 이들의 첫만남도 통기타가 만들어준 인연이었다.
부부가 함께 연주 중인 모습, 이들의 첫만남도 통기타가 만들어준 인연이었다. 김지형

부인과도 통기타로 만나, 지금은 가족 모두 기타리스트

대학 시절 만나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한 아내와의 인연도 통기타가 그 시작이었다고 한다. 어느 대학 축제에서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던 그를 보고 아내가 무작정 꽃다발을 전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이들은 함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듀엣으로 공연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 부부만이 아니라 자녀들도 기타를 꽤 잘 친다고 한다. 현재 대학 2학년과 중학교 3학년 딸 둘을 두고 있는데 워낙 어릴 때부터 익숙해서인지 곧잘 치기도 한단다. 한번은 기회가 닿아 가족 공동 공연도 했다고 한다. 요즘은 아이들 각자 생활이 바빠 같이 못 한다며 조금은 아쉬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취미로 할 수 있는 악기가 통기타만 있는 건 아니다. 주변을 조금만 살펴보면 색소폰이나 피아노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도 많고 하모니카나 우쿨렐레 같은 경우 동호회도 상당히 많다. 그런데도 통기타가 다른 악기들보다 어떤 점에서 더 좋은지 그만의 통기타 예찬을 들어봤다.

"요즘 가족들과 개를 한 마리 키우고 있는데 정이 들어서 이제 한 식구 같다. 정을 주는 만큼 받게 되는 것 같다. 기타도 마찬가지다. 손이 가고 정성이 가는 만큼 정이 생긴다. 슬플 때면 친구가 되어주고 기쁘면 기쁜 데로 함께 할 수 있는 것 같다. 또, 오랫동안 기타를 쳤지만, 그 소리가 참 좋다. 다른 악기에 비해 휴대성도 좋을뿐더러 무엇보다 노래를 부르며 할 수 있는 악기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에만 통기타 강습도 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에만 통기타 강습도 하고 있다. 김지형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은 없는지 물었다.

"준비가 되는 대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곳에서 기타를 좋아하는 여러 사람과 함께 정기적으로 공연을 여는 것이 꿈이다. 말하자면 통기타와 노래로 모이는 마을의 음악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지역 주민들과 문화를 함께 누리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다. 공연은 모두 무료로 하고 오시는 분들께 차 한 잔 값 정도만 받아서 운영할 생각이다."

그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많지만 이렇게 주변의 이웃들과 나누고 더 많은 사람이 이런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애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의 바람처럼 통기타라이브갤러리가 마을의 새로운 문화 사랑방으로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대구 강북지역 작은 언론인 대구강북신문(www.kbinews.com)에 함께 실렸습니다.
#통기타 #마을 #대구강북 #통기타동호회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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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살고 있는 두아이의 아빠, 세상과 마을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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