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전 총리(사진 왼쪽)과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남소연·유성호
산 자와 죽은 자의 진실공방, 죽은 자가 먼저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핵심 쟁점은 남아 있어 승패의 향방은 아직 묘연하다.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준현) 심리로 열린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불법정치자금수수사건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추가 증거들을 제시했다. 2013년 충청남도 부여·청양군 재선거에 출마한 이 전 총리가 그해 4월 4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만났다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이었다.
그런데 검찰은 이 가운데 한 자료는 이 전 총리 쪽에 제출을 요구했다. 당시 이 전 총리쪽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과 관련해 배포한 보도자료였다.
"선거 당시 피고인의 사무장 이메일을 압수수색했는데, 거기서 검찰 수사에 대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4. 4 상황 제출'이란 문건을 발견했다. 당일 선거사무소 상황과 근무자, 선거 기간에 국회의원이 방문했을 때 상황 등이 정리돼 있었다. 특히 보도자료에는 선거사무소에 현역 국회의원이 25명 방문했고, 거기에 성완종 전 회장이 포함됐으며 그가 (사무소를) 방문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이완구 전 총리는 그동안 성완종 전 회장의 선거사무소 방문 여부를 두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검찰은 이 점을 지적하며 "선거사무소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 성완종이 왔다고 돼있으니 증거로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또 이 전 총리가 2013년 4월 4일 선거사무소에 있었음을 입증할 추가 증거로 '그날 오후 5시 무렵 선거사무소에서 이 전 총리를 만났다'는 오아무개씨의 전화 진술 청취 보고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지난 1일 2차 공판준비기일 때도 '성 전 회장을 만난 기억이 없다'던 이 전 총리 주장을 반박할 자료를 제출했다. 성 전 회장 비서진끼리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였다. 여기에는 성 전 회장이 사건 당일 오전에 회사에서 출발했고, 이 전 총리보다 선거사무소에 늦게 들어가기 위해 그의 도착시간을 알려달라고 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성완종 vs. 이완구 진실공방... 핵심은 돈 하지만 이 전 총리의 혐의는 '성 전 회장을 만났느냐'가 아니다. 핵심은 그가 2013년 4월 4일 오후 5시 충남 부여군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 원이 든 쇼핑백을 받았는지 여부다. 그런데 이 돈의 실체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8일까지 검찰은 직접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검찰은 2차 공판준비기일 때 재판부에 성완종 전 회장의 비자금 계좌 입출금내역을 제출하긴 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2013년 4월 4일 전후 입·출금 기록은 없다. 그리고 '돈을 줬다'는 성 전 회장은 이 세상에 없다. 남은 것은 '현금이 항상 확보돼 있어 굳이 계좌에서 꺼낼 필요가 없었다'는 한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이다.
반면 이완구 전 총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성 전 회장을 만났는지 여부를 잘못 기억할 수는 있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1일 변호인은 성 전 회장의 카카오톡 메시지 역시 그가 사건 당일 이 전 총리 선거사무소를 방문했을 수 있음을 보여줄 뿐, 두 사람 사이에 돈이 오고갔음을 뒷받침하진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과 변호인은 10월 2일부터 3000만 원의 실체를 둘러싼 공방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재판부는 10월 27일 열리는 2차 공판 때 이 사건 핵심인물인 성 전 회장 비서진들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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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의 공방, 정황은 수두룩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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