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제식(충남 서산태안) 의원.
장재완
참 황당하고 당황스럽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던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국정감사를 취재하고 있던 저는 전화 한 통화를 받았습니다.
전날 밤 새누리당 김제식(충남 서산태안)의원이 국정감사가 끝나지 않은 시각, 충남 서산의 행사장에 나타나 지역 구민을 만나고 명함을 돌리는 등 지역구를 관리했다는 제보가 있어 기사를 작성하고 있으니 '반론'을 받으라는 팀장의 지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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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시각은 국정감사 질의가 진행되고 있어 반론을 받기 어려웠습니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반론을 반영할 테니 우선 기사를 출고해 줄 것을 부탁하고, 시간을 기다려 김 의원을 만났습니다.
"그게 기삿거리가 되나?"보건복지부 장관실 옆 한 평 남짓한 조그만 사무실에서 두 명의 보좌진과 만난 김 의원은 이미 출고된 기사에 화가 난 상태로 보였습니다. '반론을 받기 위해서 왔다'는 저에게 김 의원은 거의 폭언 수준의 거친 말을 쏟아냈습니다. 여기에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어제 국감에서 제가 질문 한 것 보셨나요? 전국 언론에 나고 그랬는데... 내가 질의 다 끝내고 (행사장에) 갔어요. 지금 국감장에 가 봐요. 다 있나, 거기 없는 사람들 다 쓰세요. 안 쓰면 이상한 거지. 회의 중이니까... 그게 기삿거리가 되나? 기삿거리가 되면 다 써야지... 그 사람들 다..." 이에 저는 "제보가 있었고, 사실인 것으로 확인되어서 기사를 썼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김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보한다고 아무 것이나 다 쓰나? 지금 안철수도 없고, 안철수 같은 거물도 다 지역구 가 있으니까 쓰세요. 여기 없는 사람들 어디 갔겠어요. 다 지역구 갔지... 누구는 제보 왔다고 기사 쓰고, 누구는 전화 안 왔다고 기사 안 쓰고... 그럼 내가 전화할 테니까 다 기사 써요. 그게 공정한 언론 아니에요?"
저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저는 김 의원이 '국정 질의를 끝내고 갔지만 잘못된 행동이다'라고 말할 줄 알았습니다. 국감이 진행되는 시간에 지역구에 내려가 지역구 관리를 한 국회의원을 지적한 것을 두고, "그게 기삿거리가 되느냐", "공정한 언론이냐"라는 소리를 들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제보하면 막 쓰는구먼"그래서 전 "그럼, 의원님은 어제 행사에 참석한 것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그건 아니지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막 쓰나? 국회에서도 본회의장에 다 자리 지키는 것 아니에요. 그 사람들도 다 지역구 활동해. 내가 지역에 큰 행사가 있어서 간 것인데... (제보가) 표적에 의한 것이어서 조금 그래요. 안철수 의원도 지금 없어. 그럼 다 쓸 거야? 어디 갔겠어. 지역구 활동하러 갔지. 그럼 다 써야지.... 내가 국감 안 했나? 국감 다 하고 지역구 갔는데, 왜? 그게 기사가 되나? 그게 기사가 되느냐 말야."그래서 저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오마이뉴스> 편집부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기사를 쓴 것입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제보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써야지... 표적(제보)이라면 기사를 쓰지 말아야지.. <오마이뉴스>는 제보하면 다 쓰는구먼. 막 써"라고 비아냥댔습니다.
그는 또 격앙된 목소리로 "국회의원들이 지역민 만나는 게 왜 문제가 되냐고... 그게 기삿거리가 되나? 국감장 없는 사람 가서 다 쓰라"고 재차 말했고, 저는 "그것이 의원님의 공식 입장이라면 그대로 쓰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김 의원은 "아, 마음대로 하세요. 쓰시는 건 자유니까... 가서 다 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김 의원은 심지어 "사람을 모함하고 표적으로 (제보)하는 사람들 뒤나 챙겨주고 하면 그 신문을 어떻게 보겠나"라고 막말을 했습니다. 저는 "지금 발언은 <오마이뉴스>의 명예를 훼손한 발언이다"라고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저의 항의에 김 의원은 "제가 잘했다는 게 아니에요. 요즘 하도 제보하고 그러는 사람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해서.. 서운한 마음에 그런 것이니... 이해하라"며 화해를 시도했습니다. 김 의원의 보좌진도 여러 차례 미안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쉽게 마음을 가라앉히기 어려웠습니다.
질의를 마쳤어도 피감 기관 답변 경청해야국정감사는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신해 국정에 관해 질문하고 그 답변을 토대로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자신의 질의를 마쳤다고 해도, 피감 기관의 답변을 경청해야 합니다. 그래야 더 나은 국가를 만들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더욱이 자리를 이탈해 자신의 표밭갈이를 한다면, 어떻게 그런 행동을 국민들이 이해를 해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김 의원은 국정감사를 이른 바 '땡땡이'쳤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지적하는 언론을 향해 모욕적인 언사를 쏟아내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습니다. 취재 기자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 황당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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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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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식 의원의 '적반하장' "안철수도 지역구 갔다, 기사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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