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국경 통제로 인한 난민들의 지뢰 피해 위험을 보도하는 영국 <텔레그래프> 갈무리.
텔레그래프
헝가리가 철조망을 세워 국경을 통제하자 서유럽으로 가는 길이 막힌 난민들이 지뢰가 매설된 우회 경로를 선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헝가리를 통해 서유럽으로 가려는 난민들이 크로아티아로 우회해서 가려고 하지만, 이 지역은 1990년대 발칸 전쟁 당시 지뢰가 매설된 지역이어서 인명 피해 위험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날 헝가리는 난민들의 불법 입국을 막기 위해 세르비아 접경 지역 175km에 달하는 전 구간에 철조망 설치 공사를 마치고 국경 통제를 시작했다. 또한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하며 국경 수비에 군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동유럽에서 서유럽으로 가는 길목인 헝가리 국경이 막히자 난민들은 크로아티아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크로아티아에서 슬로베니아를 경유해 최종 목적지인 오스트리아나 독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헝가리 접경 지역은 발칸전쟁이 끝난 후에도 최소 500명이 지뢰 폭발로 숨졌다. 헝가리의 난민 지원단체 관계자는 "접경 지역은 5만 개 이상의 지뢰가 매설된 곳이라 매우 위험하지만 난민들은 잘 모르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난민들은 목숨을 걸고라도 국경을 넘겠다는 각오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압바스 마디가르는 "우리는 이미 위험을 무릅쓰고 많은 나라를 거쳐왔다"라며 "더 위험한 국경도 상관없다"라고 밝혔다.
루마니아를 통해 헝가리로 가는 국경은 지뢰가 없어 비교적 안전하지만, 헝가리 정부는 루마니아 접경 지역에도 곧 철조망 설치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혀 난민들을 좌절케 하고 있다.
헝가리의 일방적인 국경 통제에 유엔과 주변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불린 세르비아 노동장관은 "21세기 유럽에서 철조망이 설치된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라며 "어린 난민 아이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당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도 "헝가리가 공식적인 국경 진입로를 차단하면서 난민들이 밀입국 브로커에 의존할 위험이 커졌다"라며 "헝가리의 국경 통제는 '철의 장막'을 떠올리게 한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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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막힌 난민들, 철조망 피하려다 지뢰 밟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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