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정리해고무효소송이 원심판결파기환송 선고가 난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쌍용차 노조 조합원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희훈
2009년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였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또 다시 수십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16일 서울고등법원 민사2부(부장판사 김대웅)는 회사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아래 쌍용차노조) 조합원 140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양쪽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2013년 1심(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1부·재판장 이인형 부장판사)과 마찬가지로 노조가 회사에 33억 114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1심과 같은 판결... "법원, 정부와 자본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2009년 6월 노조가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에 들어가자 쌍용차는 이 일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며 100억 원짜리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여기서 피해 규모는 55억 원만 인정했고, 파업 발생 경위 등을 볼 때 쌍용차노조가 60% 정도 배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그 책임을 파업을 주도한 노조 간부 등 110명이 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 내몰린 노동자들에게 33억 원은 엄청난 액수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조는 '장비 파손과 경찰 부상 등 피해를 책임지라'며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도 졌다. 아직 항소심이 진행 중이지만, 노동자들은 큰 기대를 품지 않고 있다. 결국 그들이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금은 약 47억 원이다. 이로 인한 가압류에 못 이겨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나왔다.
쌍용차노조의 패소는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을 옥죄는 막대한 규모의 손해배상금에 일반 시민들이 주목하게 만들었다. 이후 10만 명이 4만 7000원씩 모금해 47억 원을 해결하자는 '노란봉투'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가수 이효리씨가 여기에 동참하면서 프로젝트 참가자도 늘었고, 지난해 1월에는 손해배상·가압류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 모임 '손잡고'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16일 항소심 재판부는 쌍용차노조가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는 구조조정 실시에 반대할 목적으로 공장을 점거한 만큼 파업은 불법이라고 했다. 또 회사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파업을 이어가며 생산에 차질을 빚었으니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다. 1심과 똑같은 결론이었다.
이날로 17일째 단식 중인 김득중 쌍용차노조 지부장을 대신해 법정에 온 김정우 전 지부장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그는 판결 선고 후 기자들에게 "살기 위해 싸웠던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부당하다"며 "그럼 노동자들은 어떻게 자본에 저항할 수 있겠나? 어떻게 살려달라고 호소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김 전 지부장은 "억울해서 살 수 없어 사람들이 죽는 것"이라며 "이 문제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데도 법원은 정부와 자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7년 동안 숨진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등은 9월 16일 현재 모두 2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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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도 "33억 물어내라", 쌍용차노동자들 또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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