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는 '나홀로'.도서관에 가기 전, 커피를 마시는 나홀로.
윤수현 김다희
취준생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은 '당당한 혼밥(혼자 먹는 밥)'이 아닐까. 이미 보편화된 혼밥이고 바쁘다 보면 혼자 먹을 수도 있지 왜 시비냐고? 문제는 장기화된 취업 준비로 인해 자발적으로 인간관계를 포기하면서 생긴 '취준 혼밥족'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취재를 위해 찾아간 대학가의 취준혼밥족의 인터뷰를 토대로 하여 가상의 인물 나홀로(가명, 28)씨의 하루를 들여다봤다.
9월, 서울 서대문구 한적한 동네에 위치한 대학교. 나홀로는 늘 그렇듯 같은 옷을 입고 오전 9시 즈음 학교로 도착한다. 그는 올해 학교를 졸업했지만 일정 금액을 내고 도서관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도서관에 들어가기 전 습관처럼 건물 밖 자판기에서 300원짜리 믹스커피를 서서 마신다. 자판기 바로 옆에 카페가 있긴 하지만 2000원짜리 커피를 매일 아침마다 마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졸업하고도 용돈을 받는 처지이기 때문에 생활비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졌다.
나홀로는 도서관에 입장하면 곧장 깊숙이 그리고 구석에 위치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이곳은 나홀로의 지정석이나 다름없다. 누구나 앉을 수 있는 곳이지만 언제나 같은 자리에 앉아있는 덕분인지 도서관에 자주 오는 학생들 사이에 일종의 암묵적 규칙이 생긴 듯하다. 그 외에도 구석에 자리 잡은 비슷한 처지의 또 다른 나홀로들은 어느새 도서관의 한 배경 이 되어버렸다.
졸업을 했지만 여전히 학교를 떠나지 못한 취업준비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졸업을 유예하기 위해 학교에 돈을 지불하고 아무 과목이나 등록해놓거나, 이미 졸업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고도 수료 상태로 남겨두는 학생들도 이미 넘쳐난다. 이들의 처지는 서류상의 신분만 다를 뿐 처지는 모두 동일하다. 대학생도 사회인도 아닌 바로 취업준비생. '취업준비생'은 사실상 대한민국 청춘의 다수가 새롭게 갖게 된 신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