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안에 '최고 품질' 교과서 만들 수 있을까

'오류' 교학사 교과서도 집필 기간 2년 6개월... 졸속 추진 비판

등록 2015.10.13 09:41수정 2015.10.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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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올바른 교과서'라고 명칭을 한 한국사 국정교과서 행정예고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올바른 교과서'라고 명칭을 한 한국사 국정교과서 행정예고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희훈

"국사편찬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최고의 집필진을 구성하고, 편찬심의위원회도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하여 사실 오류가 없고 이념 편향성이 배제된 최고 품질의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2일 교육부의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교육부는 오는 11월부터 집필을 시작해, 내년 11월 교과서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년의 집필 기간 동안 제대로된 교과서를 만들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자회견 당시 취재진도 의문을 제기하며 질문을 던졌다.

여기에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집필 기간이 5~6개월밖에 안 된다는 비판이 있는데, 사실 1년 정도의 시간이 있어 집필 기간에는 (집필 위원들이) 크게 고생하지 않으시리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교육부는 앞서 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를 통해 '충분한 합의와 검증을 거친 후' 교과서를 기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말대로, 1년 뒤 제대로 된 역사교과서를 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생각은 '부정적'이었다.

'충분한 합의와 검증', 1년 안에 가능?

 국사편찬위원회의 김정배 위원장 이 지난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올바른 교과서'라고 명칭을 한 한국사 국정교과서 행정예고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의 김정배 위원장 이 지난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올바른 교과서'라고 명칭을 한 한국사 국정교과서 행정예고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희훈

김정배 위원장이 '크게 고생하지 않으시리라 생각'한다는 집필 기간 '1년'에 대한 현장 교사와 역사학계의 시선은 그리 탐탁지 않다. '충분한 합의와 검증'을 거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만들어질 교과서는 '부실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집필, 편집, 오류 시정 등의 과정을 거치려면 '최소 2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관련 기사 : "국정교과서 나오면 수업 때 대안교재 활용하겠다").


그는 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나온 첫 국정 교과서인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교과서를 두고 "만드는 데 2년 이상 걸린 이 교과서를 일주일 동안 분석했더니, 150개의 오류를 발견했다"라고 지적했다.

국정교과서는 2017년 1학기 배포를 목표로 국사편찬위원회가 제작한다. 행정 고시부터 심의와 수정, 생산, 공급은 물론 시범 적용까지 1년이 채 남지 않은 것이다. 지난 2013년 400여 건의 '오류 무더기'로 파동을 겪은 교학사 교과서의 제작 기간은 2년 6개월. 교육부의 '충분한 합의와 검증' 약속에도 국정 교과서 '졸속' 추진 비판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역사학자 대다수가 국정 교과서 제작에 불참 의사를 밝힌 가운데, 국정 교과서 집필진에 '어떤' 학자가 '어떻게' 참여하는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하일식 전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은 지난 1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바른 연구 태도를 지닌 분이라면 국정 교과서 제작에 참여하지 않거나 머뭇거릴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책임'지겠다는 황우여, 어떻게 책임진다는 걸까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올바른 교과서'라고 명칭을 한 한국사 국정교과서 행정예고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올바른 교과서'라고 명칭을 한 한국사 국정교과서 행정예고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이희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7일 "우리나라 역사 학자의 90%가 좌파"라고 발언한 이후 역사학계에서 '국정 교과서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역사학자가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정배 위원장은 집필진 구성을 묻는 취재진의 물음에 "역사가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분들을 초빙해 (집필진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념적인 것에 관해서는 본인의 참여 의사가 있으면 개방하겠다"라고 밝히면서도 "중·고등학생은 국민된 도리의 입장에서 갖춰야 할 국사 지식 정도면 된다, 이념적 문제가 지나치게 논란이 되는 것은 교과서에 쓸 수 없다"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도 "김정배 위원장은 사학의 대학자시라 균형감 있게 잘하시리라 생각한다"라면서 "많은 제자도 있으셔서 최상의 집필진을 구성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화에) 의구심을 가진 분들도 국가가 결정하고 단호하게 최상의 것을 만들겠다고 하면 이를 뒷받침해주리라 믿는다"라면서 집필진 구성에 관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질의 응답 말미 황 장관은 국정 교과서 제작 이후 벌어지는 잘못의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과 교육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교육부 장관) 자리를 떠나더라도 이 교과서 문제와 떨어질 수 없다"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떤 직위에 있더라도 좋은 교과서를 만드는 데 한 축이 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교과서 제작 졸속 비판과 집필진 구성 논란 속에서 황 장관이 국정제 교과서 추진에 '책임'을 다할 수 있을지 행보가 주목된다.
#국정교과서 #황우여 #졸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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