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경북지역 시민단체들은 13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국정화 강행 발표에 대해 철회를 요구했다.
조정훈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를 2017년부터 국정화하기로 발표하자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서도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획일화되고 정형화된 국정교과서를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전교조 대구지부와 민족문제연구소 대구지부, 시민단체연대회의 등 대구·경북지역 25개 시민사회단체들은 13일 오전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규탄했다.
이들은 "국정제는 정권이 원하면 얼마든지 역사를 왜곡할 수 있고 정권의 요구에 따라 교과서 서술이 뒤바뀌어 교육현장에서 일대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제도"라며 국정화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1974년 유신독재 시절에 처음으로 도입된 국정교과서가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하였던 경험이 이를 잘 말해준다"며 "이번에 국정화가 강행된다면 역사교육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그때그때 바뀔 수 있는 40년 전의 암흑기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또 국정교과서로 전환될 경우 국가가 필요 이상의 강력한 통제권과 감독권을 가지고 국가의 입장만을 반영하려 할 뿐 아니라 교과설로 공부하는 학생들의 사고력이 획일화되고 정형화될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들어 국사 교과서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유엔(UN) 등 국제사회의 역사지침 역시 국가 주도의 단일한 교과서는 역사교육이 특정한 이념을 일방적으로 주입하기 위한 도구가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찬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 및 학술국장은 "현 정권과 그 세력은 마치 지금의 한국 발전과 민주화가 자기들의 성과이자 전유물인 것처럼 선전하며 민족과 민중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국장은 이어 "한국의 수구보수가 이념적으로 공세를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 뉴라이트가 출범하면서부터"라며 "이들이 정치권력, 입법, 사법, 경제권을 장악해 영구히 집권하려는 음모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라고 규탄했다.
박만호 전교조경북지부 사무처장은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우리 일본은 조선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고 말한 일제의 마지막 총독 아베 노부유키의 망언을 들며 "침략자의 말이 현실화되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보며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박 사무처장은 "박근혜 정부는 교사들에게 치욕을 가르치도록 강요하고 거짓을 가르치라고 한다"며 "5년짜리 정권이 어떻게 역사를 뒤집을 수 있는지 분노가 치밀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