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서부경찰서가 배포한 전단지 갈무리
용인서부경찰서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만 놓고 보면, 이 벽돌이 실수로 떨어진 건지 아니면 누군가 고의로 던진 것인지조차 확실치 않다. 경찰 입장에서는 마땅한 단서가 없으니 일단 벽돌과 고양이집을 바탕으로 수사를 벌이고는 있지만, 좀 더 엄밀히 따져 보면 길고양이 문제 자체가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지의 여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설사 고의적인 범죄였다고 하더라도, 범인이 과연 피해자가 '캣맘'이어서 벽돌을 던졌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이유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캣맘 혐오증'이라는 표현까지 기사 제목에 붙여서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이 사건을 몰아가고 있다. 딱히 단서가 없는 경찰이나 길고양이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이 그런 의혹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한창 수사 중인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서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까지 그 무엇도 확인된 바 없는 상태에서, 캣맘을 싫어하는 사람이 이 50대 여성에게 해를 입히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마치 기정사실인 양 보도하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16일 오전, 경찰은 사건 용의자로 아파트 거주 초등학생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아마도 언론은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고 있는 이들의 클릭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보고자 함이겠지만, 아무것도 명확히 드러난 게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고양이와 관련 있는 범죄인 듯이 무리하게 몰아가는 건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사건 해결에는 혼선만 가중될 뿐이고, 자꾸 확인되지도 않은 '캣맘 혐오증'을 들먹이며 자극적인 기사로 도배하는 것 역시 사회 구성원들 간의 불신만 조장한다. 어쨌든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사실'과 '의혹'은 철저하게 구분해야만 하지 않나?
벽돌낙하로 인한 50대 여성의 사망사건을 '캣맘 살인사건'이라고 성급하게 보도하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이론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멋대로 왜곡하며, 자신이 쓴 책과 관련있는 인물의 기사를 사실대로 쓰지 않는 기자. 과연 이런 것들을 실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다분히 의도적이고 노골적인 보도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나?
언론인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신뢰를 저버린다면, 기레기라는 말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때 '한국언론은 죽었다'는 말이 나왔는데, 정녕 우리 시대 기자들에게는 반성과 자정능력을 기대할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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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노벨상, 캣맘... '기레기'는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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