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새누리당 거짓 현수막에 현수막으로 대응하자'고 최초 제안한 '서울지역 민중 총궐기 준비위원회' 소속 시민단체 활동가 박무웅씨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100여 명의 누리꾼이 보내준 돈으로 제작되는 현수막 문구를 보여주고 있다.
유성호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새누리당 악질 현수막에 현수막으로 대응하겠다는 움직임이 움트고 있다. "새누리당의 거짓과 세뇌의 현수막에 맞서, 진실의 현수막을 달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행동은 오는 18일 오후 4시, 보신각을 중심으로 서울 곳곳에 100여 개의 현수막을 다는 작업으로 실행될 예정이다. 100여 명의 누리꾼이 현수막 제작을 위해 돈을 보냈고, 문구를 만들었고, 직접 현수막을 달겠다고 나섰다.
이는 지난 11일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올라온 글에서 시작됐다. ID '떡사리추가'는 현수막 대응의 구체적 내용이 담긴 "열받는 새누리 현수막에 전쟁을 선포한다"는 글을 올렸고, 여기에 1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호응과 응원의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폭발적 반응에 걸맞게 100여 명의 '의지'가 모였고, 그 첫 발을 오는 18일 떼게 되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최초 제안자인 '서울지역 민중 총궐기 준비위원회' 소속 시민단체 활동가 박무웅(37)씨와 16일 만났다.
그가 꼽은 '가장 열 받는 현수막'은 단연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 현수막이다. 그는 "새누리당이 여기까지 갈 수 있구나, 충격이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번 현수막 대응에도 많이 제안된 게 국정교과서 관련 문구였다. 새누리당 '주체사상' 현수막 아래에는 '그런 거 안 배우는데요, -고등학생' 현수막을 달 예정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새누리당 현수막을 대상으로 직접 행동을 기획하게 됐을까. "새누리당이 잘해서"이고, "야당 현수막이 후져서"이기도 하다. 박씨는 "새누리당은 괴벨스식 방식을 써서 증오의 대상을 분명하게 하는 선명한 구호를 사용하며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문구를 쓴다"라며 "이에 대응해야 할 제1야당은 평이한 내용만 현수막에 걸더라, 정치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야당이 제대로 못 하니, 시민이 직접 나서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는 "현수막 행동 소식이 퍼지면서 많은 소시민이 '그래도 뭔가 할 수 있겠구나'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란다"라며 "현수막 행동은 작은 관심이지만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고귀한 행동이다, 많은 분이 댓글 하나라도 함께 해주면 고맙겠다"라고 밝혔다.
* <현수막 행동> 참여신청을 원하시면 클릭! 다음은 박무웅씨와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 '열 받는 새누리 현수막에 도전한다!' 현수막 대응을 기획한 계기가 무엇인가. "<오늘의 유머> 커뮤니티에 노동 개악 (관련) 현수막을 110여 개 달았다고 자랑삼아 글을 올리니 반응이 좋았다. '참여하고 싶다, 후원금은 어디로 보내면 되나' 등 반응이 폭발적이더라. 이런 참여 의지를 반영할 수 있는 기획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직접 문구도 제출하고 제작 비용도 모금해서 현수막을 다는 거까지 같이 해보는 게 좋지 않겠나 싶어서, 2~3주 고민해 지난 11일 제안 글을 올리게 됐다.
현수막 대응을 생각하게 된 시작은 정부·여당이 노동 개악 이슈로 '청년팔이'하는 거 때문이었다. 청년들을 위한 노동개혁이라고 하는데, 임금피크제가 청년고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게 앞서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은행 등에서 이미 증명됐다. 내년 대기업들 신규 채용 비율을 더 낮추겠다는 얘기가 벌써 나오는데, 그런 식으로 호도하며 약자인 청년을 파는 게 싫었다."
- 온라인으로 많은 것들이 소비되는 시대인데, 굳이 현수막 대응을 택한 이유가 있나. "새누리당이 최근 현수막으로 프레임을 잡는 활동을 굉장히 많이 하더라. 영향력을 끼칠 거 같더라. 아무래도 문구가 뇌리에 박히니까. 대부분 앞뒤 맥락 제외하고 자극적이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한 문구들인데 그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진실을 알리는 대응을 오프라인에서도 해야겠다 생각했다. 반면, 야당은 정말 평이한 내용만 현수막에 걸더라. 야당이 제대로 못 하니 정치적인 문제에 고민을 가진 시민이라도 나서야겠다 싶었다."
"많은 분이 열의 보여줘 굉장히 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