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친일의 후예"는 박근혜? 김무성?

문재인 대표의 발언에 새누리당 '발끈'

등록 2015.10.19 14:13수정 2015.10.1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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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총동문회 만난 김무성의 인사법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육군사관학교(육사) 총동문회 회장 등을 접견하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김 대표의 뒤편으로 '이념편향의 역사를 국민통합의 역사로' 문구가 적혀 있다. 육사 총동문회는 이날 김 대표를 면담하기 직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지지 입장을 밝혔다.
육사 총동문회 만난 김무성의 인사법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육군사관학교(육사) 총동문회 회장 등을 접견하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김 대표의 뒤편으로 '이념편향의 역사를 국민통합의 역사로' 문구가 적혀 있다. 육사 총동문회는 이날 김 대표를 면담하기 직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지지 입장을 밝혔다.남소연

"특히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하는 것은 정치금도를 벗어난 무례의 극치라는 점을 문재인 대표에게 이야기한다."(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9일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끈'했다. "인신공격성", "정치금도를 벗어난 무례의 극치" 등 센 단어들을 동원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비판한 것이다. 더 나아가 원유철 원내대표는 "인격 살인적인 거짓선동 발언"이라고 했고, 김태호 최고위원은 문 대표를 가리켜 "나쁜 지도자"라고 비난하며 김 대표를 거들었다.

그렇다면 문 대표의 발언이 무엇이었길래 여당 지도부 등이 일사불란하게 나서 문 대표를 거칠게 공격하고 나선 것일까? 정확한 답을 얻기 위해선 전날(18일) 오전에 열렸던 문 대표와 강남 학부모의 간담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국정화 논란, 박근혜-김무성의 편향된 역사인식 때문"

18일 오전 11시 30분, 문재인 대표가 강남의 한 카페에서 '강남 학부모들'을 만났다. 이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강남구·서초구 학부모들이었다. 학부모들의 자기소개가 끝나자 문 대표의 모두발언이 시작됐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강남의 엄마들이 아주 뿔이 단단히 나셨다는 말을 듣고 말씀들도 들어보고 싶고, 함께 대화를 나누러 왔다. 저도 굉장히 화가 난다. 우선은 경제가 이렇게 어려워서 우리 국민이 너무 못 살겠다고 아우성인데 지금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는 것이 무슨 경제나 민생에 도움이 된다고. 이런 난국을 키워서 국민을 두 쪽으로 쪼갤 때인지 너무 안타깝다."

 18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강남에 한 키페에서 학부모들을 만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해 간담회를 열고 있다.
18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강남에 한 키페에서 학부모들을 만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해 간담회를 열고 있다.최지용

이어 문 대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배경'을 짚어갔다. 그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를 거론했다.


"또 왜 이러는가를 생각해보면, 결국은 박근혜 대통령, 더 넓히면 김무성 대표의 아주 편향된, 그야말로 편향된 역사관, 역사인식 때문이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은 여러 번 그런(아주 편향된) 인식을 밝혔다"라며 "5.16 군사 쿠데타는 혁명이라고, 유신독재는 구국의 결단이라고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무성 대표가 17일 "국사학자의 90%가 좌파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그럼 자신은 나머지 10% 역사관을 갖고 있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의) 그런 역사관은 지금 국민이 돌아보기에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겠나?"라며 "(김 대표) 스스로 자신의 역사관이 편향돼 있다는 것을 그대로 자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은 일본 우익과 똑같다. 일본 우익은 과거 식민지배 전쟁 책임들을 인정하고 그다음에 반성하고 사과하고 하는 것을 자학사관이라고 한다. 그렇게 전쟁과 식민지 책임을 부정하며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그래서 후소샤 교과서를 만든 것 아니냐. 김무성 대표가 친일의 역사를 비판하고, 일제 식민시대를 우리가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자학의 역사라고 하고, 오히려 일제 식민지 지배가 우리나라를 근대화시켰다는 역사인식을 갖고 있으니 지금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역사인식을 비판한 끝에 논란이 된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그 발언의 전문은 이랬다.

"결국은 친일 그리고 독재, 거기에 책임 있는 분들이다 보니 그 후예들이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것이 이번 교과서 사태의 배경이고 발단이라고 생각한다."

'주체'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았지만 "친일 그리고 독재에 책임 있는 분들"은 흔히 역사학계에서 사용하는 친일세력과 독재세력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에 앞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역사인식을 비판한 발언이 배치됐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 후예들"이란 박 대통령과 김 대표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이를 '사실'로 전제하고 공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신박부터 소장개혁파까지 "문 대표는 나쁜 지도자... 사이비 진보"

발끈한 김무성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9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자신과 박근혜 대통령을 친일독재의 후예라고 비난한 데 대해 "인신공격적 발언까지 하는 건 정치금도를 벗어난 무례의 극치"라고 발끈했다. 김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날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발끈한 김무성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9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자신과 박근혜 대통령을 친일독재의 후예라고 비난한 데 대해 "인신공격적 발언까지 하는 건 정치금도를 벗어난 무례의 극치"라고 발끈했다. 김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날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남소연

'신박'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가 대통령과 여당 대표를 독재, 친일의 후예로 규정하며 그 후예가 친일, 독재를 미화하려 한다며 인격 살인적인 거짓선동 발언을 했다"라며 "대통령 후보까지 지내신 제1야당의 대표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충격적이고 경악스러운 발언이었다"라고 개탄했다.

또 다른 '신박' 김태호 최고위원은 "국민이 평가하고 선택한 대통령을 이런 역사적 문제에 개입시키는 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다"라며 "문재인 대표가 나쁜 지도자의 길로 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오전 브리핑에서 문 대표의 발언을 "막말"로 규정하고 "자신들이 사이비, 가짜 진보라고 밝히는 자기고백에 불과하다"라며 "밑도 끝도 없는 교과서 연좌제로 대통령과 여당 대표에게 족쇄를 채우려는 시도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국정에 대한 의견이 아닌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 근거 없는 연좌제 주장은 우리 정치의 후진적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다"라며 "문재인 대표는 지금 당장에라도 국민에게 머리숙여 잘못된 언급을 사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소장 개혁파로 분류되는 하태경 의원도 이날 소장 개혁파 의원모임인 '아침소리'에 참석해 "우리의 민주주의는 근대적인 사상에 입각해 있고, 그 핵심은 연좌제 반대다"라며 "아버지나 어머니의 행동을 두고 자식까지 연결시키는 사고를 반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문 대표는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표의 부친을 언급하면서 그 자식들이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다고 발언함으로써 민주주의 사상의 근간을 흔드는 반민주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라며 "안철수 의원이 주장한 청산해야 할 낡은 진보의 대표적 모습이 아닐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김무성 #원유철 #김태호 #하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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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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