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홍 이파리의 단풍연산홍의 이파리 하나가 단풍에 들어 쉬고 있는 중이다. 가을 햇살이 그를 따스하게 감싸준다.
김민수
가을이 깊습니다. 무더운 여름과 잇닿아 있던 가을은 오랜만에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만으로도 좋지만, 가을이 제법 깊어지면 또다시 겨울과 잇닿아 있는 가을로 인해 쓸쓸해지기 마련입니다. 물론, 겨울을 아주 좋아하시는 분들은 쓸쓸함과는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겠지요.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고, 활엽의 나무는 앙상해지고, 숲길을 걷다보면 낙엽밟는 소리가 들려오고, 떨어진 지 오래된 낙엽은 점차로 고운 빛을 잃고 흙빛이 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인생무상'을 느끼게 됩니다. 그 무상함이란, 그저 허무함은 아닙니다. 인생무상이기에 아무렇게나 살아갈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값지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겠지요.
연산홍 이파리 하나가 떨어져 아직은 푸른 이파리에 앉아 쉬고 있습니다. 가을 햇살은 연산홍 이파리에 새겨진 잎맥들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그가 살아온 길, 그렇게 갈래갈래 길로 이어져 생명을 이어왔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