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울 물도 없는데 '준설'이 웬 말?

예당저수지 찾은 김무성대표 준설 강조... 가뭄극복 헛발질

등록 2015.11.02 18:23수정 2015.11.0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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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가뭄이 지속되면 최악의 경우 내년 영농기에 2500만 톤의 농업용수가 부족해 수혜면적 6917㏊ 가운데 3150㏊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농업용 저수지인 충남 예산군 예당저수지가 처한 현실이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에 이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예당저수지를 방문했지만 금강물을 끌어오는 용수공급사업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은 채 '말 잔치'만 되풀이되는 형국이다.

더욱이 김 대표는 비가 오지 않아 예당저수지를 채울 물도 없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준설토가 객토에 꼭 필요하다며 가뭄 극복에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준설이 시급하다고 강조해 '헛발질'을 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예당저수지를 찾은 김무성 대표가 가뭄으로 폐사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귀이빨대칭이’ 껍데기를 들어 살펴보고 있다.
예당저수지를 찾은 김무성 대표가 가뭄으로 폐사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귀이빨대칭이’ 껍데기를 들어 살펴보고 있다.김동근

김 대표는 10월 28일 예당저수지를 찾은 자리에서 '금강-예당저수지 용수공급사업'과 관련해 "4대강보의 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모든 저수지와 연결하는 2차 사업을 했어야 하는데 정치논리로 못한 것이 잘못"이라며 "당 차원에서 계획을 세워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반면 예당저수지 준설에 대해선 강한 어조로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대표는 가뭄으로 물이 말라 갈라진 예당저수지의 바닥을 가리키며 "이 흙은 영양분이 아주 많은 흙이다. 객토하는 데 꼭 필요한 흙이다. 당장 준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절실한 것은 요즘과 같이 예산지역에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용수를 공급받을 수 있는 금강-예당저수지 용수공급사업이지 채울 물도 없이 불필요한 저수능력만 키우는 준설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100억 원 이상을 들여 가로 100m, 세로 100m, 깊이 100m를 파내 바닥에 쌓인 흙 100만 톤을 준설하더라도 예당저수지의 저수용량이 2% 증가하는데 그쳐 투입 대비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예당저수지의 수심이 깊어지면 수온이 낮아져 농작물에 냉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은 물론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한 '귀이빨대칭이'가 서식하는 바닥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한국농어촌공사의 설명이다.

한광석 한국농어촌공사 예산지사장은 "올해 영농기(5~9월) 동안 가장 적은 비가 내려 영농기 급수를 종료한 뒤 저수율이 역대 최저수준인 24.9%를 기록했다"며 "예당저수지는 농업용수를 비롯해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로도 사용하고 있다. 금강-예당저수지 용수공급사업이 장기적인 가뭄에 대비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이라고 꼽았다.


홍성범 한국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장도 "이 지역은 가뭄이 매년 예견되는 지역이다. 절차를 밟아 시행하다보면 금강-예당저수지 용수공급사업이 늦어진다.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착공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거듭 건의했다.

한편 황선봉 군수는 김 대표에게 "정부가 누수율이 높은 노후관로를 교체해주는 것이 실질적인 가뭄대책이다. 대표님이 배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노후관로 교체는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론 어렵기 때문에 새는 물을 아끼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을 세워 할 수밖에 없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덧붙이는 글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가뭄 #저수지 #김무성 #새누리당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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