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먹는 물고기는 '밀수품'이다?

불법 조업을 근절하기 위한 미 오바마 행정부와 EU의 노력

등록 2015.11.03 16:56수정 2015.11.0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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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도네시아산 참치 횟집에서 유통되는 참치는 동남아시아산이 대부분이다.

인도네시아산 참치 횟집에서 유통되는 참치는 동남아시아산이 대부분이다. ⓒ Paul Hilton, Greenpeace


누구나 위생적으로 처리된 해산물을 먹고 싶어 한다. 특히 날 회로 생선을 즐기는 한국인들에게 위생은 첫 번째 관심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지금 먹고 있는 그 생선이 불법적인 조업과 밀거래로 유통된 소위 '밀수품'이라면? 불법유통은 원산지를 속이거나 가공된 것을 자연산으로 속이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당연히 안전과 위생은 보장받을 수 없다.

WWF(World Wildlife Fund, 세계자연기금)에서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조업되고 유통되는 수산물의 85% 정도가 불법조업과 밀거래의 산물이라고 한다. 그것들은 IUU 즉 'Illegal, Unreported, and Unregulated(불법조업, 미신고, 허술한 관리체계)' 하에 유통되는 수산물로 분류되는데, 세계자연기금은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자료를 모아 보고서를 작성했다(보고서 자료보기).

14%의 해산물만 합법적으로 잡혀

IUU, 통칭 '불법조업'은 해양생태계를 교란시키고 급기야는 수산자원을 고갈시키는 '주범'이라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으며 오히려 치밀한 유통구조로 발전하면서 거대한 시장을 형성했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생산자, 유통업자 그리고 소비자인 '우리'조차도 그 거대한 범죄의 먹이사슬에 엮이게 함으로써 밥상이 편치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오바마 미 행정부는 대통령령으로 전문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22개의 정부 내지는 그 산하 부처와 57개의 유관단체들이 망라된 태스크포스는 지난 10월 27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불법조업과 수산물 밀거래를 방지하고 근절시키기 위한 광범위하고도 다양한 정책들의 시행초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보고서의 내용만 가지고는 최종적인 소비자인 '우리'가 얼마만큼 합법적이고 위생적으로 처리된 수산물에 근접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없다. 보고서는 항구나 세관 그리고 어류유통을 통제하는 유관부서의 감시체계를 매우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보고서 자료보기).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모두 맞닿아있어 수산업은 이미 기업화된 지 오래다. 원양어업으로 직접 조업하기도 하지만, 미국 내 유통되는 수산물 대부분은 수입되고 있다. 따라서 불법조업보다는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과정에 공권력을 동원하겠다는, 매우 수동적인 정책이다. 미국에서 대규모로 유통되는 대표적 어종은 참치, 대구, 킹크랩 등이다. 최근 아시안 이민자들이 급증하면서 전복, 도미, 해삼, 새우 그리고 상어까지 불법적인 방식으로 유통된다고 보고서는 봤다. 


이번 보고서가 작성되는 데는 세계자연기금의 지속적인 홍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세계자연기금에서 해양정책을 담당하는 미셸 쿠룩씨는 인터넷신문 <테이크 파트(Take Part)>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30여 년간 이런 일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UN(국제연합)에서조차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는 것에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분석한 바에 의하면 오로지 14%의 수산물만이 합법적인 절차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불법입니다. 물론 관행이라던가 비조직인 형태의 사례도 많을 것입니다. 


문제는 바다가 점점 비어 간다는 것이지요. 조사한 어종 567종 중에 304종이 '매우 멸종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특히 인도양과 동남아시아에서의 불법조업은 해양생태계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녀는 미국의 소비 관행도 따끔하게 지적했다. 

"미국은 100여 종이 넘는 수산물을 수입해 소비하고 있습니다. 최대 수입국이죠. 그런데 대부분이 불법조업과 밀수로 유통된 것들입니다. 매우 조직적이고 기업화되어 있어 근절하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근절 시켜야 합니다. 불법유통한 업체는 문을 닫게 하든지 시장에서 퇴출 시켜야 합니다. 멀리내다 보고 한두 가지의 어종을 보호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광범위하게 해양생태계를 보호해야 합니다. 근본적으로는 수산물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EU의 강력한 의지 보여주는 '옐로카드'

미국이 자정 의지를 보인 것은 다행스럽긴 하다. 그러나 갈 길은 너무도 멀다. 미국이 취하고 있는 태도나 정책은 유럽연합에 비하면 아직도 멀었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유럽연합은 불법조업과 유통을 근절 시키기 위해 불법조업을 묵인 또는 용인하거나, 사후 관리를 소홀히 한 해당 국가에는 '옐로카드'(예비 불법어업국)를 줬다. 경고를 받은 해당 국가는 투명하게 행정조치를 취해야 하며 자구책을 마련해 유럽연합이 마련한 기준에 맞는지 심사를 받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난 2013년 옐로카드를 받았으며 2014년에는 필리핀이 받았다. 다행히 대한민국과 필리핀은 2015년 4월 예비 불법어업국에서 해제됐다.

유럽연합의 의지는 강력하다. 그들의 기준에 의거해 심각하게 위반된 사례들이 보고되면 유럽연합은 즉각 행정조치를 발동 시킨다. 기니, 스리랑카 그리고 캄보디아는 위반사항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수산물 수입이 전면 금지됐다. (관련 자료보기: http://europa.eu/rapid/press-release_IP-15-4806_en.htm)

'원산지'를 확인하는 것, 소비자의 역할

그러나 미국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는 전 세계 수산시장을 장악하려는 거대 자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통령령 태스크포스에 망라된 유관단체들 중 상당수는 수산업과 유통업에 깊이 관여하는 로비단체들이었다. 행정부와 기업 간에 긴밀하게 협력하는 광경은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어서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연방상원에서는 관련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주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에서도 국익에 관한 일이라면 국론이 일치된다는 미국식 관례와 전통이 재연된 결과다. 미국 수산업계는 이번 기회를 통해 자국의 수산업계의 부흥을 노리고 있다. 그동안 값싼 수입산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차에 미국산이 이제야 제대로 된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조치를 반기고 적극 활용하려는 사람들은 또 있다. 바로 환경보호주의자와 그 그룹들이다. 그들은 더욱 집요하게 행정부를 압박할 생각이다. 그들의 숙원사업인 위성감시스템을 도입하여 포괄적으로 감시하라고 종용할 태세다.

무엇보다도 불법조업, 불법유통을 근절할 근본적 대책을 실천하는 것은 사실 소비자의 몫이다. 위성으로 감시하고, 해당국가에 압력을 가한다고 해서 불법적 행위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비록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기는 하나 소비자가 단합하여 매일 매일 실천하기만 한다면 아무도 모르는 사이 불법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소비자의 역할이란 다름 아닌 '원산지 표기'를 확인하는 아주 단순한 실천들이다. 80% 수산물이 불법유통된 것으로 버젓이 '우리'들의 식탁을 차지하면서 우리들의 양심을 우롱하고 있다. '원산지 표기' 확인을 지속적으로 실천한다면 커다란 압력으로 작용하게 되면 결국 수산물의 불법적 행위는 중단되지 않을까. 오늘부터 실천하기로 하자.

○ 편집ㅣ박정훈 기자

#수산물 #불법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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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옆으로 들여다보는 것에 익숙해진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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