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8월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남소연
이렇게 혐오와 차별이 넘쳐나고 있지만 인권전담 국가기구인 인권위는 의견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 현재까지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지 오래됐다.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를 감시해야 마땅하나 오히려 정부 눈치, 재벌 눈치를 보고 있다.
인권위가 추락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내부에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라는 추상적인 규정에도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이 인권위원장이나 인권위원이 됐기 때문이다.
아동 성폭력 가해자를 변호한 경력이 있고 피해 아동의 일기를 본인 동의 없이 공개하며 인권침해를 벌인 유영하씨를 새누리당은 인권위원으로 임명했다. 또 동성애를 비롯한 성소수자 차별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인 최이우 목사를 청와대는 인권위원으로 임명했다. 이런 반인권 인물들이 인권위원으로 있다 보니 차별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인권위가 나가고 있다. 얼마 전에 바뀐 이성호 인권위원장도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발언에 침묵하고 있다.
국가 인권기구 간 국제조정위원회(아래 ICC)에서 한국 인권위에 대한 등급심사를 3번이나 미뤘지만 정부의 태도는 변함없다. ICC는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투명한 인선절차를 마련하라고 했다. 시민사회도 '인권위원 후보 추천위원회'라는 인선절차를 담은 인권위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심사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내년 ICC 등급심사를 앞두고 법무부는 함량 미달의 인권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차별과 혐오로 이익을 얻는 자들을 불편하게 해야 한다제대로 된 인권위원들로 인권위가 구성된다고 세상이 확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이전에도 인권위의 권고를 무시한 여러 국가기관이 있었으니까. 인권위의 권고는 규범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자격 있는 인권위원들로 인권위가 구성된다면 재벌과 정부가 대놓고 인권침해를 할 때 '그건 인권침해니까 그만해'라며 사회적 동의를 호소할 수 있다. 적어도 과거에는 그랬다.
마찬가지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혐오세력들이 지금처럼 차별과 혐오 발언을 대놓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차별과 혐오로 이익을 얻는 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11월 14일은 민중 총궐기의 날이다. 자본을 비롯한 주류세력의 횡포와 그들이 만들어놓은 기준으로 정당화했던 차별과 배제, 억압에 맞서는 날이 되어야 한다.
그(혹은 그녀)가 노동자든, 성소수자든, 이주민이든, 장애인이든 차별받지 않고 인간으로서 존중받기 위해서는 함께 싸워야 한다. 이날 많은 노동자·시민들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혐오 발언 중단·인권위 독립성 확보를 위한 인권위원 인선절차 마련'에 한목소리를 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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