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강원도청에서 열린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
성낙선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아래 춘천네트워크)는 5일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도가 당초에 밝힌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지 않아 심각한 부실이 우려"된다며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춘천네트워크는 또한 최근 강원도가 입법예고한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을 위한 강원도 출자기관 설치 및 지원조례안'에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 조례안이 통과되면 "레고랜드 조성사업이 부실하게 추진될 경우 모든 책임을 강원도가 떠안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춘천네트워크는 "강원도민은 지난 알펜시아 사례로부터 무리한 관광 개발 사업이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재정문제에 대해 절실히 통감"하고 있는데도 "강원도는 이러한 교훈을 저버리고 열악한 도 재정에 더욱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레고랜드 코리아는 강원도가 지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역점 사업 중에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춘천시 내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경제 유발 효과가 과장돼 있다는 비판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사업 부지로 지정된 춘천시 중도에서 청동기 시대 유적이 대규모로 출토되면서 문화재 보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원도, 철저한 비밀주의로 일관"춘천네트워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원도는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일방적인 홍보를 진행하고 있지만 자본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유적 보전 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공사 진행에 차질을 빚는 등 실제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원도가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과 관련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춘천네트워크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시민단체들이 레고랜드 코리아 사업 전반에 걸쳐 각종 문제점들을 제기"해 왔지만 "강원도는 철저한 비밀주의로 일관하며 합리적으로 제기되는 의문들에 대해 충분한 공개 검증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춘천네트워크는 그동안 ▲ 레고랜드 코리아 사업 유치로 인한 경제 유발 효과의 과대포장 ▲ 교통영향평가의 비공개로 인한 심각한 교통난 우려 ▲ 중요 문화재에 대한 심각한 훼손과 발굴 과정에서의 비용증가 ▲ 사업 자금 조달의 불확실성 ▲ 강원도의 일방적 재정 부담 가중 등의 문제를 제기해 왔다.
춘천네트워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 같은 문제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문제들과 관련해 "지금까지 사업진행 경과와 제기된 문제에 대한 일체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강원도민과 춘천시민 앞에서 철저히 검증받을 것을 요구"했다.
춘천네트워크가 강원도에 제시한 요구 사항들은 ▲ 엘엘개발(시행사)의 자본금 확보 내역과 차입금 현황 등 현재 재정상황 ▲ 사업 진행 상황 ▲ 경제효과를 재점검할 수 있는 사업타당성 조사 자료 ▲ 교통영향평가 자료 등을 즉시 공개할 것과 ▲ 중도 발굴 문화재 보전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할 것 등이다.
이어서 춘천네트워크는 강원도가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문제와 우려에 적절한 답을 내놓지 않을 경우 "반대 활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을 예고했다. 그리고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 전반에 대한 검증 절차 없이 강원도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조례 제정을 통한 추가적인 출자와 도민 혈세 지원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춘천네트워크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강원도에 도지사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춘천네트워크는 앞으로 강원도지사와 춘천시장을 만나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과 관련한 책임을 공식화"하고 "강원도의회에도 조례안 반대 의견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춘천네트워크는 춘천경실련 등 춘천 지역 내 1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돼 있다.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은 2017년 개장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사업비는 총 5011억 원으로 시행사는 엘엘개발주식회사이다. 강원도는 지난해 11월 삼천동 수변공원에서 기공식을 개최할 당시 "레고랜드 코리아가 완공되면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 방문과 1만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춘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홍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