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은 군사혁명, 제주4.3은 폭동”이라는 강의 내용으로 물의를 일으킨 ‘국가안보론’ 강의가 예정된 4일(목) 오후 한신대 학생들이 강의실 벽에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지유석
학교 측 입장을 듣기 위해 해당 학과를 개설한 김종엽 학장과 만나 이야길 나눴다. 아래는 김 학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한신대는 민중신학의 요람이다. 유신 시절, 정권이 학생들의 제적을 요구하자 당시 김정준 학장이 이에 항의해 삭발한 일도 있었다. 이번 일이 확대된 이유는 한신대가 가진 상징성 때문이라고 본다. 한신대 강단에서 이 같은 강의가 개설돼 의아하다. "해당 강의는 학사장교 지망생을 위해 마련한 강의다. 질문에서 지적했듯 한신대는 학풍과 전통 때문에 학군장교(ROTC)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 다만 최근 학생들이 장교 임관을 취업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고, 이에 학사장교 임관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올해 개설한 것이다."
- 한신대 학생회와 대책협의회는 폐강을 요구한다. "대책협의회는 임의 단체다. 따라서 취재원으로서 의미는 한정시켜야 한다. 그리고 대학에서 현재 진행 중인 강의에서 내용상 이견을 이유로 폐강하는 사례는 한국 대학에서 없었다. 수강생 전원이 강의를 보이콧 하지 않는다면 폐강은 곤란하다.
단, 실제 수강생 전원이 강의를 거부한다면 실질적으로 학교에서 개입해 조치를 취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강의 내용이 불쾌했다면 당장 그 시간에 질문하고 강사와 토론을 이어나갔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외부로 제보해 일을 키웠다", "학생회가 지나친 요구를 한다"는 의견을 낸 수강생이 있는 것으로 안다."
- 김정호 강사는 "교재에 적힌 용어를 그대로 썼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5.16은 군사혁명, 제주4.3은 폭동"이라고 적힌 교재를 사용하고 강의안에 반영한 일 자체가 문제 아닌가?"학군 장교 과정에서 이뤄지는 정훈교육과 비교해 보라. 여기서 채택하는 교재나 강의 내용은 '국가안보론' 보다 훨씬 더 수위가 높다. 반면 김정호 강사는 교재 내용을 인용했을 뿐, 교재 내용이 정설이라고 학생들에게 주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강사의 이력 자체도 군 주류로 보기 어렵다. 강사는 전남 광주 출신이고, 광주 제일고를 졸업한 뒤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한 분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교단에서 강의의 적임자를 찾던 중 이 분이 적임자라고 판단해 강의를 맡겼던 것이다."
- 아무래도 관심은 강의 존폐 여부일 것이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강의 존폐 여부에 대한 입장은 충분한 조사가 이뤄진 후에 정리될 것이다. 난 해당 강의에 대해 권한이 가장 큰 사람이다. 그러나 혼자서 결정할 수는 없는 문제이고, 따라서 공식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다. 아직 강사와 직접 면담을 가지지 못했다. 언론 보도는 월요일에 나왔었고, 그간 공식 일정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먼저 강사와 면담을 가질 것이다. 동시에 수강생들과 개별 접촉하는 한편 함께 만나는 자리도 마련하고자 한다. 조사결과에 따라 강사를 교체하거나 폐강 조치가 있을 것이다. 군사학 같은 아주 실제적인 과목을 개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해프닝 수준이라면 주의내지 경고로 그칠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치할 방침이다."
학교 측 답변을 들은 신학과 학생회 김진모씨는 "우선 대책협의회는 총학생회, 교수협의회, 대학원원우회, 동문이 함께 하는 어느 기구보다 대표성 있는 기구"라고 반박하며 "제주4.3이 폭동이고 5.16이 혁명이라고 한 발언이 확인되자마자 강의 중단을 요구했고, 요구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안보론' 강의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자 학교 측은 이번 일을 "수업 중 일어난 해프닝으로 봐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학생 측이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진통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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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은 군사혁명" 한신대 '국가안보론' 강의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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