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묘지로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가을 햇살을 받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지민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4.19민주묘지는 1960년 419혁명에 희생당한 영령을 모시는 묘역이다. 1960년 2월 28일 대구 학생 데모를 시작으로 4월 19일 학생들의 데모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의사들과 공로자들이 묻혀 있다. 1963년에 3천 평쯤 되는 터에 건립되었다. 1994년 4월 19일에 국립묘지로 승격하면서 4만 평쯤으로 확장됐다.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호국영령을 생각하면 절로 머리를 숙이게 되지만,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표정은 티 없이 밝다. 유모차를 끄는 신혼부부, 등산복 차림을 한 중년 남성들, 비눗방울 놀이를 하는 아이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을 즐기는 모습이다.
잔디밭에서 뒹굴며 배우는 '핏빛 역사'역사적 비극이 깃든 장소를 교육, 오락 목적으로 방문하는 것을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라고 한다. 2000년 영국 스코틀랜드에 있는 글래스고 칼레도니언 대학(Glasgow Caledonian University)의 맬컴 폴리(Malcolm Foley)와 존 레넌(John Lennon) 교수가 함께 쓴 <Dark Tourism>이라는 책이 출간되면서 널리 쓰이게 되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역사교훈여행'으로 우리말 다듬기를 했지만 아직 뿌리내리지는 못했다.
어두운 역사가 관광상품으로 변하는 모순, 이를 실천한 대표적인 곳이 뉴욕 맨해튼의 9.11 '그라운드 제로'다. 2011년 9.11 테러발생지 그라운드 제로는 테러현장을 원형 보존해 연간 수백만 명의 추모행렬이 이어지는 관광 명소다.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에는 테러 희생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깊이 9m, 면적 4천m² 규모의 연못이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도 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도 한다. 국내의 다크 투어리즘 명소로는 광주 5.18묘역, 제주 4.3평화공원, 대구 시민안전테마파크,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