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진실과 거짓 알리는 도종환새정치민주연합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위 도종환 위원장이 지난 28일 오후 경기도 부천역 남부광장에서 친일독재 미화 국정교과서 반대 대국민 서명 운동을 벌이며 한국사 교과서 진실과 거짓에 대해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유성호
현행 국정교과서 논쟁에는 그 본질과 핵심이 빠져 있다. 국정교과서 문제의 본질은 '국가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있다.
모든 개인은 태어날 때부터 자연권(천부인권)을 갖는다. 그리고 사회 공익을 위해 그 권리의 일부를 국가에 맡긴다. 만약 국가가 제 임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 개인은 국가에 빌려주었던 권리를 거두어들일 수도 있다. 17세기 사상가 존 로크의 설명이다.
존 로크의 설명에 따르면 자연스럽게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런데 그 국가가 국민의 머릿속 생각을 '관리'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가에겐 그럴 권한이 없다.
국정교과서를 비판하는 데 있어 이런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친일·독재 미화'라는 정치적 구호를 내세우는 건 공허하다. 그렇게 닳고 닳은 시각으로는 국정교과서 문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고, 여론을 선도할 수도 없다. 비판의 날이 무디니 '나오지도 않은 교과서의 내용을 예단한다'는 반격을 당하는 것이다.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역사전공자는 거의 없다. 반면 일반인의 30~40%는 국정교과서에 찬성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교과서 서술의 특성, 제작 과정에 대해 전혀 모른 채 '나라님'께서 직접 교과서를 발행하면 '아무래도' 나을 거라는 막연한 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한국사회 특유의 관존민비(官尊民卑, 관리는 높고 귀하며 백성은 낮고 천하다고 여기는 생각) 문화이다.
검정교과서 제도에서는 교육부 검정을 통과하기 위해, 다른 출판사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편집부와 필자들이 땀을 흘려야 한다. 그것은 1년 동안 피를 말리는 작업이다.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그러나 국정교과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일단 써 놓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행 검정 교과서들이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 교과서도 사람이 쓰는 책인데 왜 허점이 없겠나? 필자 개인의 주관이 들어갈 수 있고, 치명적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400페이지에 이르는 교과서의 구석구석 돋보기를 들이대면 허점은 나오기 마련이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니라 '사실'의 문제이다. 만약 국정교과서가 세상에 나온다면 현재 검정교과서보다 몇 배 더 난타를 당할 것이다.
1980년대 내가 공부했던 고등학교 국정 사회교과서에는 '중국의 만리장성이 달에서도 보인다'는 내용이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올 이야기이지만, 당시에는 꽤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 교과서의 권위는 그렇게 막강했고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이젠 교과서에 대한 '엄숙함'을 덜어내고, 오류를 줄이기 위해 다듬고 또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 교과서는 교육과정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일 뿐 바이블이 아니다. 교과서 제작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주고, 정치적 이유 때문에 교육 과정을 갈아엎는 횡포는 사라져야 한다. 어린 학생들은 '실험용 쥐', '마루타'가 아니다.
1974년 강만길 선생님은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국정 국사교과서의 문제점'이라는 글을 썼다. 이 글은 국정 교과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분에게 역사를 배운 나는 2015년 지금 같은 내용의 글을 쓰고 있다.
올해 내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이니, 국정 역사교과서가 등장한다는 2017년에는 4학년이 된다. 잘못하면 그 놈도 중학교에 가서 국정교과서를 읽으며 공부할 가능성이 있다. 모든 지식과 정보가 공개되어 있는 오늘날, 교과서의 영향력이 그리 대단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학부모의 마음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공유하기
친일·독재 미화? 국정교과서 반대 이렇게 해야 한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