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옥은 나라 되찾으려 비행사가 된 신여성"

[인터뷰] 한국 최초 여성비행사 권기옥 평전 <날개옷을 찾아서> 정혜주 작가

등록 2015.11.17 08:57수정 2015.11.1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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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딸 아이가 열 살 때, 여성위인전을 골라주려는데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인물들 외에 새로운 인물이 없는 겁니다. 유관순, 신사임당, 퀴리부인, 나이팅게일, 마더 테레사 정도였죠. 그래서 '딸과 함께 읽는 여성이야기'라는 주제로 10명의 여성인물에 대한 평전을 기획했고, 그 가운데 첫 번째가 '한국 최초 여성비행사 권기옥'입니다. 딸에게 본보기가 될 인물을 찾다가 권기옥(1901~1988)을 만났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윤봉길문화축제 특별전시장(충남 예산군 덕산면)을 지키며 정정화와 권기옥, 두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과 사상을 설파한 정혜주 작가는 권기옥과의 첫 만남을 그렇게 회상했다.


a  정혜주 작가가 독립운동가이자 한국최초의 여성비행사 권기옥의 사진과 나란히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정혜주 작가가 독립운동가이자 한국최초의 여성비행사 권기옥의 사진과 나란히 자세를 취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2000년 계간 <창작과 비평>을 통해 소설가로 등단한 그는 지난 8월 독립운동가이며, 대한민국 최초 아니, 동양 최초 여성비행가인 권기옥의 평전소설 <날개옷을 찾아서>를 출간했다.

정 작가는 2005년 100억 원을 투자해 제작한 영화 <청연>에서 한국최초비행사로 소개됐던 실제인물 박경원에 대해 <오마이뉴스>에 문제제기(관련기사 : 제국주의의 치어걸, 누가 미화하는가,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비행사는 누구인가)해 자칫 묻힐 뻔했던 역사적 사실을 공론화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최근 (사)매헌윤봉길월진회에 가입한 인연으로 축제장을 찾은 정 작가는 평전 출간까지의 이야기와 주인공 권기옥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열과 성을 다해 설명했다.

"누가 최초인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권기옥과 박경원 두 사람의 극명하게 다른 삶입니다. 기록에 다 나와있기 때문에 최초에 대한 진위는 바로 수정이 됐구요, 박경원은 증거가 너무 많은, 일본에서 전범들과 함께 기념을 할 정도로 친일을 한 인물입니다.

반면 권기옥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비행사가 된 신여성이었죠. 권기옥의 활동 반경은 한반도와 중국, 몽골에 이르는 광활한 대륙을 가로지릅니다. 외국어도 네댓개나 능통하게 구사했던, 식민지 시대를 살았지만 세계인이었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권기옥 평전을 계획한 뒤 출간이 되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a  한국 최초 여성비행사 권기옥 평전 <날개옷을 찾아서>

한국 최초 여성비행사 권기옥 평전 <날개옷을 찾아서> ⓒ 하늘자연

"1988년에 권기옥 선생이 돌아가신 뒤, 세상은 그를 급격히 잊었습니다. 2003년 기획을 하고 맨땅에 헤딩하기로 취재를 했지요. 2005년부터는 선생의 자취를 찾아 중국을 숱하게 드나들었습니다.


비행기로 타고 가도 먼 중국의 운남육군항공학교로 직접 찾아간 식민지 여성의 기개를 보고 특례입학을 허가했다는 일화만 봐도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닙니까? 취재를 위해 방문한 운남육군항공학교에서는 선생의 졸업장 사진을 보고는 중국에도 없는 것이라면서 탐을 내기도 했지요."

정 작가는 "선생이 비행사로서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는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또 해방 후부터 1988년 돌아가시기 전까지 끊임없이 조국과 역사에 자신을 쏟아 부은 열정의 인물이었습니다. 역사기록의 중요성을 깨달아 한국연감을 만드는데 10년 이상 열정을 쏟아 한국 최초 여성출판인으로 기록되기도 했고, 자신의 전재산을 털어 극일장학회를 만들었습니다"라며 권기옥의 행적을 열거했다.

권기옥은 대한민국 공군역사기록단이 만든 '자랑스런 공군, 공군인'과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권기옥을 제대로 알려면 정 작가의 평전 소설을 완독하는 것이 좋다.

"위인전은 새로운 감성으로 요즘 아이들 시각에 맞춰 끊임없이 새롭게 쓰여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 작가가 권기옥을 어린이와 청소년, 특히 딸들의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책의 말미, 작가의 말을 통해서 밝혀 놓았다.

"권기옥과 함께 날개옷을 찾아가는 동안 열 살이던 딸이 스물한 살 청년이 됐다. 역사에 대한 냉소가 가득한 오늘, 역사는 천 개의 눈, 천 개의 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천 개의 눈 속에서 내 안에 맑은 두 눈을 뜨고 누군가와 손을 맞잡는 일, 그 순간이 역사가 창조되는 순간이다."
덧붙이는 글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한국최초 여성비행사 #권기옥 평전 #정혜주 #날개옷을 찾아서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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