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브라더> 표지
아작
얼마 전 프랑스 파리에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연쇄 테러가 발생했다. 6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으며 백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테러의 배후가 명확하진 않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농후해, 미국 오바마 정부의 '대 IS 격퇴'에 대한 미온적 대응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은 지상군 투입 절대 불가를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빅 브라더 시대로의 이행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언제 어디서 무고한 시민들을 위협하는 테러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9.11을 능가하는 테러가 실제로 발생했으니, 감시는 더 철저해 질 것이며 인권 및 기본권 침해를 간단히 무시하는 상위의 법이 만들어져도 이상할 게 없다. 그야말로 소설 <리틀 브라더>의 내용이 실제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우연찮게 하루를 시간 차로 우리나라 광화문에서는 '민중총궐기 투쟁대회'가 있었다. 2008년 촛불 집회 이후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어김없이 정부는 물대포와 함께 캡사이신까지 분사했다. 이 모습 또한 <리틀 브라더>에 나오는 모습과 판박이다. 소설 속에서는 뮤직 페스티벌을 열어 '25살 이상은 아무도 믿지마!'라는 구호와 함께 자유를 울부짖었다. 정부는 이를 불법집회라 규정하고 해산을 요구하지만 응하지 않자 캡사이신을 분사하며 수백 명을 체포한다.
테러, 감시 그리고 자유한편 마커스는 국토안보부에 의해 개인 안보에 대한 모든 것을 탈탈 털린다. 국토안보부는 그를 용의자로 점찍고 그러하기에 그에 대해 모든 걸 알아야 한다는 이유였다. 반면 마커스는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 자신만의 개인 자료를 넘겨줄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모든 걸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으면 그는 그곳에서 영원히 풀려날 수 없었을 것이었다.
가까스로 풀려 나온 마커스는 복수를 꿈꾼다. 언제 어디서나 그를 지켜볼 거라는 협박과 만약 잡혀갔던 사실을 발설하면 죽음을 각오해야 할 거라는 협박을 이겨내면서 그는 자신의 장기를 이용해 그들에게 복수할 방법을 강구한다. 그러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 그들을 향한 복수의 길을. 그는 단지 자유를 되찾고 싶어한다. '미국 독립선언문'은 큰 힘이 되어준다.
"이런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인류가 정부를 조직했으므로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피통치자의 동의에서 비롯한다. 또 어떤 형태의 정부든 이러한 목적을 파괴할 때에는 인민은 정부를 바꾸거나 폐지하고, 인민의 안전과 행복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원리를 바탕으로 그런 형태의 권력을 조직해서 새로운 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본문 중에서)이 소설은 테러로 시작되지만 전체적으로는 테러 이후에 자행 되는 무자비한 대 테러 작전이 주를 이룬다. 작전의 일환으로 감시 체제가 전에 없이 심화되었고 그로 인해 무고한 이들이 피해를 본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마커스와 그의 친구들인 것이다. 자유로운 세상에서 자유는 마치 공기와 같아서 느껴지지도 않지만, 그 자유가 떨어져 나가버리면 참을 수 없을 때가 온다. 그렇지만 복종은 때로 굉장히 달콤하다. 마커스는 그 달콤한 복종에 대항해 힘겨운 자유로의 싸움을 계속해나간다.
한편 이 감시 체제를 환영하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마커스 학교의 교감, 마커스의 아버지, 마커스의 친구 찰스 등이다. 이들에게는 수천 명의 인명을 희생 시킨 테러리스트 체포가 그 어떤 것보다 위에 있다. 본래 이들은 자유보다 복종과 권력을 중요시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들 중 마커스의 아버지는 젊었을 적에 엄청나게 급진적인 활동을 했었지만 '꼰대'가 되면서 지키는 것에만 급급하게 되었다.
21세기 십대 혁명 매뉴얼모르긴 몰라도 마커스와 친구들 그리고 자유를 추종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국토안보부와 정부에 대항해도 이길 순 없을 것 같다. 그들은 너무 견고하고 거대하다. 설령 가까스로 국토안보부를 파쇄한다고 해도 테러가 계속되는 한 정부는 대책으로 또 다른 무엇을 획책할 것이다. 그건 국토안보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또 다른 보는 눈들이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십대다. 우리네 역사의 큰 분수령이었던 4.19 혁명의 주체가 십대였듯이. 그들이 못하면 아무도 못한다. 소설은 십대만이 할 수 있는 혁명의 방식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며 중간 중간 소설 답지 않은 행태(?)를 보이는데, 도무지 알기 힘들고 굳이 알고 싶지도 않은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전문가급 지식들의 향연이 그것이다. 21세기 십 대 혁명 매뉴얼 같다.
그러하기에 이 소설은 유쾌 통쾌 상쾌하다. 암울한 세상이지만 십대의 상상력이 뿜어내는 열기는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게 한다.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그리고 그것이 세상을 바꾼다. 바뀐 세상은 그들의 것이고, 나는 그 세상을 응원한다. 앞으로도, 꼰대가 되어서도, 그들을 응원하길 바란다. 그들의 세상이 행복하길 바란다.
리틀 브라더 (특별판)
코리 닥터로우 지음, 최세진 옮김,
아작,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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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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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 이상은 아무도 믿지마" 현실과 판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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