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교실 존치 피케팅단원고 교실 존치 피케팅 중인 예은 엄마 박은희 님. 교육청 앞에서 매일 두 시간 동안 피케팅이 진행된다.
4.16연대
- 요즘 단원고 교실 존치문제로 어려움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 점에 관해서 말씀 좀 해주세요."부모들이 교실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세월호 참사 1주기 때부터였어요. 그때는 졸업식 때까지만 존치한다고 해서 '다행이다' 생각하면서도, 개인적으로 부담됐어요. 생존자 아이들도 있고, 학교에 다른 아이들도 있는데 그 아이들 학업에 방해되진 않을까, 마음이 힘들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그런데 1주기가 지나고 나서 교실을 가게 됐어요. 그전에는 너무 힘들어서 교실을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 교실을 들어갈 엄두가 안 났어요. 교문 입구부터 시작해서 눈길 가는 곳마다 마음이 가는 거예요. 1주기 끝나고 처음 교실을 가서 봤는데, 시간이 그대로 멈춰져 있더라고요. 그냥 참사의 현장 그대로였어요.
거기 가보면 시간도 2014년 4월 16일로 돌아가요. 아이들이 원래 있던 그 자리를 그대로 볼 수 있고, 아이들이 통째로 사라진 참사의 현장이 오롯이 다 느껴지더라고요. 우리가 직접 참사의 현장을 바닷속으로 들어가서 볼 수는 없지만, 교실을 가서 보면 진짜 우리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를 알 수 있어요.
참사의 현장을 남기는가와 남기지 않는가는 국격의 차이인 것 같아요. 역사로부터 배우는 자와 배우지 못하는 자의 차이이기도 해요. (교실 존치는) 잘못을 얼마나 뉘우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겁니다. 그리고 참사로 드러난 문제점 중 하나가 교육의 문제점이잖아요.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을 정형화하고, 획일화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교육해서 벌어진 일이잖아요.
차라리 아이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안 듣고 서로 싸우다가 그랬으면 덜 고통스러웠을 것 같아요. 그런데 부모의 말을, 선원의 말을, 교사의 말을 그대로 믿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는 게 우리를 더 미치게 합니다. 그래서 단원고 교실에서만큼은 우리 아이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마음껏 발산해서, 이전과는 달리 생기 있게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그런데 오히려 지금 단원고에서 아이들이 외부와 접촉하는 것을 막아요. 교육도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자꾸 돌아가려고 해요. 너무 화가 납니다. 304명의 목숨값이 이것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그 자리를 지키고 그 자리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 단원고 교실 존치를 위해서 시민들이 같이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요?"일단은 방문하고 알려 주는 거예요. 주말에만 개방되는데, 오셔서 4.16 참사가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낳았는지 눈으로 보셔야 해요."
- 부모님들이 피케팅을 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요."교육청 앞에서 매일 3~7명이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1시 반까지 두 시간 동안 하고 있어요. 너무 조용해서 염려가 많이 돼요."
- 4.16 인권선언 추진단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해요."사람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답답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길을 만들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