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서명운동 마지막 날인 20일 저녁 밀양시가지에서 늦게까지 활동을 벌였다.
윤성효
광역자치단체장 주민소환 투표청구 요건은 120일간 해당지역 유권자 10%(경남 26만 7000명) 이상이 '유효 서명'해야 하고, 경남 18개 시군 가운데 6곳 이상이 10% 이상 참여해야 한다. 서명은 주민소환청구인 대표자를 대신하는 '수임인'만 받을 수 있다.
합천, 거창, 산청, 하동, 사천, 통영, 양산, 밀양, 함안, 김해에서 각 10% 서명 목표를 달성했다. 또 경남운동본부는 경남 전체 10% 이상 서명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운동본부는 18개 시군과 민주노총 경남본부, 야4당 등에서 받은 서명부를 한 데 모으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체 서명부를 취합해 오는 30일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경남선관위는 서명부를 심사해 주민소환 요건이 충족될 경우 투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경남운동본부 강성진 집행위원장은 "서명부는 전체적으로 법적 요건을 넘겼다고 본다. 오는 26일까지 모든 시군에 흩어져 있는 서명부를 취합해 분류작업을 벌일 것"이라며 "현행 규정상 주민소환 서명기간이 끝나고 10일 이내에 서명부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는데, 오는 30일 선관위에 전체 서명부를 건낼 것"이라 말했다.
별도로 보수단체 등에서는 박종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투표청구 서명운동을 지난 9월부터 벌이고 있는데, 학부모 등 단체들이 20일 홍준표 지사 주민소환 서명운동을 끝낸 것이다.
숱한 사례, '감동의 물결'... 밥값 대신 내준 손님
수임인들은 서명운동 마지막 날인 20일 자정까지 활동을 벌였다. 특히 수임인들은 이날 창원, 진주, 김해, 양산 등지에서 사람들이 많이 지나는 길목마다 서명대를 설치하고 참여를 유도했다.
서명운동 현장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마산에서 주로 서명운동을 계속 받았던 박종권(64)씨는 "합성동, 댓거리에서 주로 거리 서명을 받았고, 천주교 마산교구를 찾았더니 수녀들이 안타까워하면서 적극 협조해주셨다"며 "그리고 몇몇 초등학교 학예발표회장을 찾았는데, 엄마들이 대부분 맞벌이를 하다보니 평소에는 만나기 어려웠지만 그날 거의 대부분 만날 수 있었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서명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또 사례도 있다. 88세 할머니가 "우리 손자를 생각해서 해야지"라며 서명했고, 수임인한테 고생한다면 커피와 음료수를 사다주는 시민도 있었다. 박종권씨는 "37살 주부인 최윤정씨는 이전까지 시민운동도 해보지 않았는데, 몇 달 동안 굉장히 열심히 서명지를 들고 다니며 활동을 벌였다"며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양산에서 서명을 받았던 학부모들은 '감동의 물결'이었다며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학부모들은 한 초등학교 학예회 때 조심스럽게 갔는데 교장이 제일 먼저 서명했던 일, 거리에서 서명받다가 배가 고파 식당에 들어갔는데 한 손님이 '엄마들 고생한다'며 밥값을 대신 계산한 일, 1938년과 1940년생 노인 부부가 나란히 와서 서명한 일이 있었다.
서명 마지막날 오후 11시경 원룸에 사는 총각이 '이걸 마지막으로 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서명했다. 한 학부모는 "청각장애인 부부가 지나가다 수임인들이 외치는 소리를 처음에는 잘못 알아들었는데 초등학생인 아들이 수화를 해준 뒤 나란히 와서 서명했다"며 "그 광경을 보던 엄마들의 코끝이 찡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