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인권선언 1차 전체회의 지난 7월 11일 수운회관에서 열린 전체회의의 모습
4.16연대
당시 1차 전체회의에는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20여 개의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우리가 만들어야 할 인권선언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떠올릴 때 내 느낌/감정은 OO이다. 왜냐하면~.""세월호 참사 발생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던 장면/현상/문제는 OO이다.""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약속이 인권이다. 2번에서 말한 문제들을 바꾸기 위해서 권리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은 OOO할 권리이다."그 자리에 모인 이들에게 주어진 질문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질문에 뭐라고 답하실까요? 언제 이런 얘기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나요? 세월호 참사 이후에 정부는 국가를 대개조한다고 국민안전처도 만들었지만, 나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위험 요소들은 제거되지 않았고 '안전'을 위한 어떤 개선도 없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오룡호 사건에서도, 추자도 낚싯배 사건에서도 세월호 참사는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이제 이 정부는 자신들만 정상적인 혼을 가진 소수의 정의로운 세력이고, 99.9%의 국민은 모두 비정상의 혼을 가진 순수하지 못한 이들이므로 올바른 역사 교과서로 혼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탐욕과 오만·기만의 바벨탑을 쌓기에 여념이 없고,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시민들을 폭도로 몰아서 폭력으로 진압해 버리는 새로운 형태의 유신 시대로 돌려놓고 말았습니다.
빼앗긴 인권의 언어를 되찾기 위해최근에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참가하는 여당 측 위원들이 청와대 경호대를 자처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아마도 청와대의 지시로 작성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해수부의 지침 문건은 무조건 청와대를 보호하라는 내용이었고, 그 지침대로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는 조직적인 움직임에 나섰습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드러나는 게 두렵고, 국민이 의혹을 제기하는 '대통령의 7시간'은 철저하게 함구해야만 할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재난참사의 컨트롤 타워를 규명해야 하고, 이후 같은 재난참사가 발생할 때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성역을 보호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진실을 알 권리, 애도할 권리, 슬퍼할 권리, 저항할 권리, 연대할 권리 등이 소중합니다. 빼앗긴 권리들이 현실에서 제대로만 작동한다면 우리가 염원하는 '다른 세상'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권은 문서에 적힌 아름다운 문구가 아니라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권위와 힘으로 작동되어야 합니다. 이런 권리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폭력으로 가로막는 세력들이 두려워하는 일은 사람들이 권리의 주체로서 그 권리로 무장해서 일어나는 일일 것입니다.
지난 7월의 1차 전체회의에 모인 이들은 인권 전문가나 활동가들보다 '인권의 초짜' 시민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인권이란 언어가 생소한 이들, '이런 것도 인권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이들이 모여서 토론을 벌였습니다. 이후 그것을 이어서 풀뿌리 토론이 전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렇게 이루어진 풀뿌리 토론이 90회가 되었으니까 그 과정이 상당히 진행된 것입니다. 때로는 인권 공부도 해가면서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가 확인한 권리 목록을 제안하기도 하였습니다. 가장 많이 제안되었다는 '슬퍼할 권리'는 세월호 참사를 같이 겪은 이들이 공통으로 느꼈던 참담함을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과정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게 오는 11월 28일 오후 1시, 수운회관에서 열리는 2차 전체회의입니다. 그동안 풀뿌리 토론의 결과들이 모여서 416 인권선언문 초안이 제출되고, 다시 그 결과를 두고 열띤 토론이 열리는 자리를 상상하면 흥분됩니다.
거기서 또 얼마나 많은 얘기가 오가면서 이 선언문이 풍부해질까 기대됩니다. 비록 전문적인 언어로 쓰인 매끄러운 문서가 아니라 거칠고 어딘가 빈 구석이 있어서 더 보완해야 할 것 같은 선언문입니다. 하지만 함께 만들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선언문이 나올 것 같습니다.
인권선언은 항상 미완성이고, 항상 새로워져야 할 과제를 운명처럼 안고 세상에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인권은 실천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진보해야 하는 가치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