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노송지대 소나무 살려야

등록 2015.11.25 10:59수정 2015.11.2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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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날씨를 보면 기온은 평균 2.4도 높아 온화했고, 강수량은 예년의 3배에 달했다. 잦은 비로 가을철 나들이객들에게는 불편이 따랐겠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심각한 가뭄이 다소 해갈이 되어 다행한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낸 상태에 있고, 강과 댐의 수위도 많이 내려가 있어 가뭄이 해소되기에는 아직 멀었다.


여름철에 내리는 장대비는 순식간에 많은 양이 쏟아져 땅 속으로 스며들기도 전에 강으로 바다로 흘러가지만, 요즘에 내리는 비는 스폰지가 물을 흡수하듯 땅 속으로 스며들어 대지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11월에 내린 비를 이토록 고마워했던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이다. 12월에도 평년보다 강수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효율적인 수자원 관리가 절실하다.

 경기도 지정 지방기념물 제19호로 보호받는 노송지대 소나무
경기도 지정 지방기념물 제19호로 보호받는 노송지대 소나무한정규

메말랐던 대지가 물기를 품은 깊어가는 가을날 노송지대를 찾았다. 노송지대는 지지대비가 있는 지지대고개 정상 근처에서부터 옛 수원 서울 간 국도를 따라 정조 대왕 때 심었던 소나무가 노송으로 생장하고 있는 약 5km 지대를 말한다.

현재 노송이 생장하고 있는 곳은 지지대고개 약간 아래쪽 효행공원 초입부터 옛날 정조 대왕의 행차길인 효행길 주변에 9그루, 1번 국도를 가로질러 이어지는 길가에 19그루, 만석거 근처에 있는 수원미술전시관 앞에서부터 종합운동장 4거리로 가는 길가에 6그루 등 34그루가 있다.

기록에 의하면 정조 대왕이 현륭원의 식목관에게 내탕금 1천냥을 하사하여 이곳에 소나무 500주와 능수버들 40주를 심게 하였다고 한다. 그때 심었던 소나무 대부분은 고사했고 현재 34그루만 생존하고 있어 경기도 기념물 제 19호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있다. 노송지대의 낙락장송은 사도세자의 슬픔과 정조 대왕의 효심이 서려있으므로 더욱 각별한 보호가 필요하다.


효행공원에는 광교산 등산로 입구에 1그루, 정조 대왕 동상 근처에 8그루 등 9그루가 생장하고 있는데, 현재 국도와는 약간 떨어진 광교산 가까운 쪽에서 자라고 있어 다른 지역의 노송에 비해 생장환경이 양호한 편이다. 그렇지만 나머지 25그루는 차가 다니는 도롯가에 있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매일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 속에서 신음하고 있으며, 처절하게 생존하고 있는 중이다.

 도로가에 있는 노송지대 소나무
도로가에 있는 노송지대 소나무한정규

19그루가 집단으로 생장하고 있는 장안로 346번길(삼풍수영장 옆길)은 주변에 우회도로가 많은 만큼, 도로를 폐쇄해서라도 노송지대 소나무의 생존환경을 살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고품격 인문학의 도시를 추구하는 수원시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다면, 고품격 수원시민은 적극적으로 환영할 것으로 본다.


생태계가 한번 파괴되면 다시 복구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노송지대에서 차가 없어지고, 포장된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원래의 흙길로 복원되면 고즈넉하고 걷기 좋은 명품 길로 부상하리라 본다. 단풍이 아름다운 길, 봄꽃이 아름다운 길보다, 200년 이상 된 노송이 자라고 역사가 살아있는 길이 새로 생긴다면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정조 대왕이 현륭원으로 갔던 과거의 길인 필로는 도시화로 인해 옛 흔적을 찾기가 힘들어 졌지만, 현재는 정조 대왕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수원의 8색길 중 7색길인 효행길이다. 효행길을 걷다보면 길가에 심었던 나무는 모두 사라지거나 고사했고, 갈림길마다 세웠던 18기의 표석은 몇 개 안남아 있다. 11개의 장승은 모두 없어져 효행길을 추억할 만한 유물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노송지대의 노송은 중요한 유적이며 노송을 살리는 것은 우리시대의 당연한 의무라고 여겨야 한다.

수원시를 대표할 만한 역사문화 유적이나 유물은 수원화성 외에는 특별히 생각나는 게 없다. 수원화성을 건설할 때 돌 뜨던 터, 정조 대왕 행차길에 있었던 표석과 장승, 만석거와 영화정, 축만제 등 사소해 보이지만 제대로 콘텐츠를 입히고, 복원만 잘하면 강력한 역사문화 콘텐츠로서 수원화성과 연계해 다양한 볼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송지대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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