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죽음과 도제들의 경배틴토레토, ‘그리스도의 죽음과 도제들의 경배’, 베네치아 두칼레 궁전.
박용은
먼저, 외교 및 첩보 활동, 전쟁, 기타 정책을 결정했던 비밀 기구였다가 15세기 중엽부터 공화국 정부의 전반적인 업무를 관장했던 '10인 평의원실'(실제로는 도제를 비롯한 17명으로 구성된 기구였습니다)을 장식하고 있는 그림들은 대부분 틴토레토와 베로네세의 작품들입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그림 양식이 한눈에 봐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베로네세의 '에우로페의 강탈'과 틴토레토의 '그리스도의 죽음과 도제들의 경배'를 보면, 화려하고 귀족적인 베로네세의 양식과 좀 더 거친 묘사에 극적 긴장감으로 가득차 있는 틴토레토의 양식을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장소가 (귀족 중심의 체제지만) 나름의 민주적 절차를 중시했던 베네치아 공화국의 의회라서 좀더 눈여겨 볼 만한 '대의원 회의실'은 일단 그 규모부터 입이 떡 벌어집니다. 12세기 말에 생긴 대의원 회의는 13세기부터 300~500명, 후에는 900~1200명의 의원들이 모여 투표를 통해 의사를 결정했던 베네치아의 최고 의사 결정 기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