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송곳'이 될 수 있다

최규석 만화가의 <송곳>과 현실 비교

등록 2015.11.30 17:29수정 2015.11.3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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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 JTBC 드라마 <송곳>이 첫 방송 되었다. 이에 원작인 <송곳>도 서점에서 베스트 셀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규석 만화가가 그린 만화 <송곳>은 2013년 12월부터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었다. 인간 본성에 대한 작가의 뛰어난 관찰력과 통찰을 통해 한국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송곳>은 외국계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부당해고지시를 받고 이를 거부하는 이수인 과장과 냉철한 조직가 구고신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과정을 그렸다. 주인공인 이수인 과장은 원래는 직업군인이었지만 군대 내의 부조리와 부패를 견디지 못해 나왔다. 이후 마트에서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깐깐한 과장으로서 지내다가 회사의 부당해고지시에 반기를 들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현실에서는 이수인과 같은 인물을 찾기 힘들다. 이수인과 같이 일개 직원이 회사의 방침을 따르지 않으면 도태되기 십상이다. 말을 듣지 않는 직원은 회사에서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회사는 아무런 사유 없이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불법이기에 직원이 알아서 퇴사하게 만든다. 온갖 궂은 일을 다하고 차별 당하고 혼자만의 싸움이 되니 이를 버티지 못해 많은 직원들이 퇴사를 하고 만다. 불합리한 일이지만 법으로는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니 해결 방법이 없다. 자신도 이런 일을 당할까 두려워 직원들은 따르고 비정규직원들은 불안에 떠는 것이다.


<송곳>의 이런 상황은 현실에서도 벌어진다. 머니위크(moneyweek)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영국 테스코로부터 7조4000억 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인수 직후 홈플러스는 '대주주가 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전 임직원의 고용안정을 약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MBK는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홈플러스 노조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에 따르면 MBK는 홈플러스 인수하기 전 '인수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노동조합과 대화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MBK의 홈플러스 인수가 확정되고 노동조합은 대화 요구에 나섰지만 MBK는 '홈플러스 경영진과 대화하라'며 노조와 직접적인 대화를 거부하며 피하고 있다.

 

이에 홈플러스 노조 측은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 사모펀드 자체가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기에 구고조정을 통해 투자금을 충당하거나 홈플러스를 재매각 할 가능성이 높다. 즉, 홈플러스 직원들이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것이다. 직접 해고하지는 않더라도 '송곳'에서 나온 것처럼 직원들을 괴롭혀 알아서 퇴사 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홈플러스같은 대형마트만이 아니다. 기업은 자신들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하기에 필요하면 인건비를 줄이려고 할 것이다.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송곳>의 이수인과 같은 사람이다. 앞으로 겪을 일에 대해 겁내하기 보다는 눈 앞의 부당함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을 시작으로 사람들은 하나 둘 씩 바뀔 수 있다. 저항하지 않으면 손해보는 것은 을인 직원들이다.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자신은 송곳이 되지 못하고 송곳이 되어줄 사람을 기다릴 뿐이다.

 

그렇기에 <송곳>과 같은 비참한 현실을 담은 만화가 인기를 끄는 것이다. 송곳 하나만으로는 사회라는 거대한 벽을 뚫는 것은 불가능하다. 거대한 벽을 뚫기 위해서는 약한 송곳들이 뭉쳐 하나의 힘을 내야 한다. 많은 노동자들이 기업이라는 거대한 힘에 포기하지 않고 송곳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15.11.30 17:29ⓒ 2015 OhmyNews

송곳 1~3 세트 - 전3권

최규석 지음,
창비, 2015


#송곳 #최규석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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