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선생 장례식 등1975년 8월의 장례미사와 1975년 10월 49제에 참석한 함석헌 성생과 김대중 등 재야인사, 2013년 3월 30일 서울광장에서 치러진 장준하 선생 겨레장 운구 행렬 사진
정덕수
2003년부터 시작된 의문사위 활동엔 기무사와 국정원, 청와대 경호실을 대상으로 기록물을 요구하며 수사가 아닌 조사를 했고, 2012년 8월엔 장준하 선생의 묘소를 이장하기 위해 개묘를 하며 선생의 유골을 수습할 때 두개골에 망치와 같은 둔기로 가격을 당하였을 때나 생길 수 있는 상흔을 목격하였으니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엔 민주통합당의 백재현 의원과 김현 의원이 1985년 8월 15일 당시 보안사령관이 청와대로 들어가 박정희와 독대를 한 자료를 입수해 발표했으니 다시금 기억을 되살리게 된 것이다.
또한 담당조사관으로 활동했던 고상만이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란 책을 2012년 발행하고 2015년 다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를 낸 것은 순전히 정부가 2074년까지 장준하 관련 자료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상태에서 중앙정보부가 기록한 '장준하 동향보고'를 고상만이 입수하였기에 가능했다.
책을 읽으며 스티그 라르손(Stieg Larsson 1954년 8월 15일, 스웨덴 - 2004년 11월 9일)이 지은 <밀레니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스웨덴 비밀경찰인 SAPO의 사조직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와 방식의 차이와 내용의 차이만 존재할 뿐 중앙정보부가 장준하 선생을 미행하며 간섭한 내용은 많은 부분 닮았다.
중정은 물론이고 경찰과 보안사까지 총동원되어 장준하 선생에 대해 감시와 미행, 도청을 하고 구속 수감하는 과정이 장준하 선생에게 죄가 있어서가 아니라, 박정희라는 권력자의 치부를 낱낱이 까발리는 외침을 국민들이 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에서는 누구나 일정한 자격과 조건만 갖추고 있으면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박정희씨만은 안 됩니다. 박정희 씨는 일본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일본군 장교가 되어 우리의 독립 광복군에 총부리를 겨누었으니 이런 인물이 우리나라 대통령으로 있는 것은 국가와 민족의 수치입니다"라 외치니 권력을 유지하려는 자와 야욕에 눈 먼 자들은 싫을 수밖에. 4장으로 나뉘어 쓰여진 이 책은 우리 근현대사를 바로 볼 수 있게 한다.
1장 '광복군 장준하(1918-1962)'는 장준하 선생의 출생에서부터 사상계를 창간하여 민주주의를 온전히 완성하려는 장준하 선생의 철학과 사상을 그렸다면, 2장 '중앙정보부, 장준하를 기록하다(1963-1973)'은 집요한 중앙정보부의 장준하 선생 미행과 감시, 도청 등이 비교적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3장 '장준하, 박정희를 넘어서다(1974-1975. 7.)' 장준하 선생의 입을 막기위해 혈안이 된 박정희 권력의 치부가 낱낱이 중정의 기록에 의해 드러난다. 4장 '장준하, 영원히 살다(1975. 8.-2013)은 정준하 선생께서 포천 약사봉 자락에서의 의문사부터 의문사를 조사하는 과정과 명백한 타살의 증거가 드러나는 과정까지 그려졌다.
존중받고 기려질 인물이 누구인가를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알아야 한다.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무장한 권력이 온갖 추잡한 짓을 일삼다 심복의 총탄에 죽을 수밖에 없는 과정과, 주권을 지닌 국가와 민주주의를 염원한 투철한 사상을 갖춘 애국자의 의문사를 통해 드러난 근현대사의 참모습을 만나보길 권한다.
2015년도 이제 1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2016년은 2020년 5월 29일까지 4년의 임기가 보장 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선거가 4월 13일(수) 치러진다. 어떤 인물들을 선택해야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어떤 인물이 되더라도 마찬가지란 생각은 물론이고,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장준하 선생처럼 변하지 않고 올곧게 국가와 국민, 그리고 참다운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인물을 찾기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 도탄에 빠지지는 않게 만들려는 인물을 골라야 하고 선택해야 한다. 잘못된 선택은 곧장 세상을 어둡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제는 분명히 기억하자.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 - 민주주의자 장준하 40주기 추모 평전
고상만 지음,
오마이북,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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