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옆 텅빈 앙코르와트 매표소 모습.당초 북한측은 앙코르와트 기존 매표소를 이곳 박물관 자리으로 옮겨 기존 앙코르와트 입장료 20불에 박물관 입장료 5불을 포함시켜 방문객수를 늘리는 방안을 궁리했으나, 캄보디아측이 난색을 표해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박정연
한편, 앙코르와트 입장료 20불에 박물관 관람료 5불을 추가해 25불짜리 입장권을 판매하려던 당초 계획이 무산되자, 북한 박물관은 입장료를 따로 받는 박물관으로 결국 전환됐다.
이러한 전후 배경과 사실을 입증하듯 박물관 좌측에는 앙코르와트 입장권 판매 창구 용도로 지어진 단층 건물이 텅 빈 채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사진촬영을 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현지 경비원이 나타나 제지하는 바람에 결국 2~3컷 정도 사진만 간신히 찍을 수 있었다.
북한 박물관, 캄보디아의 '마지막 선물'? 과거 북한 김일석 주석과 캄보디아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은 지난 1965년 인도네시아 반둥회의에서 만나 의기투합하며 평생 오랜 우정을 이어간 적이 있다. 시아누크 국왕이 1970년 친미 성향 론놀 정권의 쿠데타로 실각해 오갈 데 없는 초라한 망명객 신세가 되었을 때도 김일성 주석은 평양으로 그와 그의 가족을 불러 극진히 대접했었다.
지금도 유튜브상에 있는 시아누크 국왕의 북한 환영행사 동영상을 보면, 김일성 주석이 아무런 권력도 없는 이 불쌍한 왕을 얼마나 융숭하게 대접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후 권력을 되찾은 시아누크 국왕은 당시 북한에서 받았던 환대를 평생 잊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을 소재로 한 노래까지 직접 작사 작곡할 정도였다. 일설에 따르면, 살아 생전 시아누크 국왕이 "북한과의 의리를 생각해서라도 남한과는 절대로 외교관계를 맺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한 적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렇지만 시아누크 국왕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1994년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망 소식이후 정치적 실세인 훈센 총리 주도하에 캄보디아 정부는 1997년 우리나라와 재수교를 전격 단행하게 된다.
그때부터 조금씩 북한과 캄보디아의 관계에 이상기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친북 성향의 국왕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는 한편, 왕실 가족과 측근들의 입김도 어느 정도 작용한 탓에 외형상으로는 양국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았다. 당시 이러한 양국간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지금도 기자의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캄보디아를 국빈방문 했을 당시다. 당시 통상적인 외교관례를 깨고 시아누크 국왕으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은 아들 시하모니 국왕은 노 대통령과의 형식적인 접견 행사일정조차 잡지 않았다. 시아누크 국왕 내외 역시 노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건강검진을 이유로 돌연 북한 평양으로 날아가 버렸다. 시아누크 국왕과 왕실이 얼마나 북한과의 의리나 관계를 의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시아누크 국왕마저 만 89세의 나이로 죽자 양국 관계에 큰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북한과의 관계가 나빠진 것은 전혀 아니지만, 캄보디아가 우리 정부와 더욱 친밀한 외교적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양국간 외교관계에 있어서 그 위상이 점차 뒤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경제적 실리를 우선시 하는 훈센 총리의 권력이 갈수록 강화되면서부터 한국과 캄보디아의 관계가 눈에 띄게 가까워졌다.
수년전에는 이러한 세 나라 간의 달라진 외교관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건이 있었다.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이 지난 2013년 10월 사망했을 당시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북한에서는 국왕 조문사절단을 단 한 명도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당시 북한대사만 조문에 참석했다.
오히려 훈센 총리는 당시 우리 정부에 조문단 파견을 공식요청해 하금열 대통령 실장이 특사자격으로 조문을 다녀갔다. 이를 두고 당시 정치평론가들과 호사가들은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는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었다.
이번 북한 박물관 건립은 캄보디아와 북한간 지속된 과거 우정에 대한 '마지막 선물'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시아누크 국왕이 살아 생전에도 북한 예술가들의 실력을 인정해 북한이 앙코르 시대를 담은 박물관을 지어주길 바랐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 홍기철 대사는 이날 축사를 통해 북한 박물관이 김일성 주석과 고 시아누크 국왕 간의 특별관계에서부터 이어진 양자간 우호협력관계의 대표적인 상징이라고 강조했지만, 어쩌면 그의 기대와 달리 이 북한 박물관이 이미 과거 역사가 되고 만 양국간 우호협력 관계를 상징하는 '마지막 유산'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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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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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20억 들여 만든 '앙코르박물관', 직접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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