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영화계 BIFF 외압 논란으로 충돌 양상

부산시 감사 근거로 검찰 고발하자 영화계·야당 철회 요구

등록 2015.12.16 17:51수정 2015.12.1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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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벨' 상영, 세월호의 진실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초청작 <다이빙벨>을 관람하기 위해 관객들이 입장하던 모습. <다이빙벨>은 2014년 4월16일 침몰한 세월호 구조현장에 투입된 '다이빙벨'을 목도한 제작자가 세월호를 둘러싼 의문을 영상에 담은 다큐멘터리다.
'다이빙벨' 상영, 세월호의 진실은?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초청작 <다이빙벨>을 관람하기 위해 관객들이 입장하던 모습. <다이빙벨>은 2014년 4월16일 침몰한 세월호 구조현장에 투입된 '다이빙벨'을 목도한 제작자가 세월호를 둘러싼 의문을 영상에 담은 다큐멘터리다.이정민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던 부산시의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갈등이 검찰 고발을 계기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감사원의 지적을 근거로 부산시가 BIFF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검찰 고발을 강행한 것인데, BIFF와 지역 문화계, 정치권은 이를 사실상의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 찍어내기 시도로 보고 있다.

BIFF와 부산시의 대립은 서병수 시장 취임 이후부터 본격화했다. 기폭제는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의 BIFF 상영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이 한 편의 영화를 둘러싸고 서 시장은 상영 반대 입장을 밝혔고,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 과제로 하는 BIFF는 상영으로 맞섰다.

잠시 봉합되는 듯했던 갈등은 부산시가 검찰에 이 위원장 등 전·현직 BIFF 사무국 핵심 관계자들을 고발하면서 다시 불붙고 있다. 부산시가 지난 11일 BIFF 측을 고발하면서 내건 명분은 감사원의 고발 요구였다. 감사원은 지난 9월 특별감사를 받은 뒤 지적된 수수료 지급 문제를 들어 BIFF를 고발하라고 부산시에 요구한 바 있다.

지역 영화인 우려 표명 "부산 영화산업 존립 기반 흔들릴 것"

 부산국제영화제를지키는범시민대책위는 16일 오전 부산시청 앞 광장을 찾아 부산시의 BIFF 검찰 고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국제영화제를지키는범시민대책위는 16일 오전 부산시청 앞 광장을 찾아 부산시의 BIFF 검찰 고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민규

하지만 지역 문화계는 표적 감사 논란이 일었던 감사원의 특별감사 이후 부산시가 검찰 고발까지 진행한 데에는 BIFF를 길들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황의완 부산영화협동조합 이사장은 "BIFF 수장은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시장인데 지금 시에서 BIFF를 고발하는 것은 자신이 자신을 고발하는 격"이라며 "결국 이로 피해를 보는 건 부산에서 영화업을 하는 사람들이고, 부산시민들"이라고 강조했다.

황 이사장은 "이제껏 조직위원장을 맡은 전임 시장들은 정치적으로는 여당이었지만 그와 상관없이 BIFF를 아시아의 큰 영화제로 성장시켜왔는데 현 시장 들어 흔들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BIFF가 흔들리면 부산 영화산업의 존립 기반 자체도 흔들리는 것"이라 우려했다.

주유신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의 말도 다르지 않았다. 주 교수는 "BIFF 집행부 고발은 개인의 거취를 떠나 20년간 BIFF가 해온 성과나 브랜드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며 "영화제를 이끌어온 인사들이 퇴진이나 보이콧, 집단사퇴로 이어진다면 BIFF가 생존 가능성이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BIFF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영화인들과의 협력도 필수적인데 서울 쪽 영화인들도 부산시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집단 보이콧을 하겠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후속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도 부산시 규탄 "영화제를 길들이려는 조치"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BIFF독립성수호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명희 부산시의원이 16일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시의 BIFF 집행위 검찰 고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BIFF독립성수호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명희 부산시의원이 16일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시의 BIFF 집행위 검찰 고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민규

구체적인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16일 오전에는 지역 문화단체가 결성한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범시민대책위(아래 대책위)가 부산시청 앞을 찾아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현 집행부 체제를 와해시키려는 끈질긴 시도의 하나로서 부산시의 의도가 '특정인 찍어내기'에 있음을 스스로 고백한 문화적 폭거"라고 부산시의 BIFF 고발을 규탄했다. 특히 이들은 감사원 지적 사항이 다른 영화제에서도 지적됐지만 유독 BIFF만 고발한 것을 두고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이를 토대로 대책위는 "사퇴의 압박수단으로 검찰 고발을 악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면서 "이번 조치는 결국 지난해 <다이빙벨> 사태가 불거진 이후 현 집행부를 찍어내려는 집요한 시도의 연장"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부산시에 검찰 고발 철회를 요구하는 동시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부산시의 부당한 예술 탄압을 저지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도 논란에 가세했다. 정명희 부산시의원을 중심으로 BIFF독립성수호특위를 꾸린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은 이날 오후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발은) 서병수 부산시장이 영화제를 길들이기 위한 조치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영화제를 정치적, 이념적으로 순치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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