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한 무죄 선고가 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토 전 지국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희훈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던 한국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과 정윤회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던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무죄 판결에 대해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입장이 돌변한 것도 어리둥절하지만, 애초 죄가 안 되는 일로 외국 언론인을 1년 4개월 동안 괴롭히며 '언론 자유 후진국'이란 오명만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7일 서울중앙지법은 "특히 공직자에 대한 비판은 가능한 보장되어야 하며 공직자의 지위가 높거나 권한이 클수록 보장의 범위도 넓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8월 검찰이 가토 지국장을 출국금지한 때부터 많은 언론과 법조인들이 비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판결이 내려지기 직전, 외교부는 '일본 측의 선처 요청을 참작해달라'는 공문을 법무부에 보낸 걸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검찰을 통해 재판부에 외교부의 선처 호소 내용을 제출했다. 가토 전 지국장 변호인들에 따르면 이 문서가 재판부에 제출된 건 지난 15일로, 선고가 이뤄지기 겨우 이틀 전이다.
외교부의 선처 호소가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렵다. 가토 전 지국장의 변호인인 전준영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원래 선고기일이 11월 26일이었는데 한번 연기해 오늘 선고한 것이기 때문에 사건기록을 검토하고 판결문을 쓸 시간은 충분했다고 본다"며 "외교부 문서를 판결에 반영했을 거라는 건 시간상으로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외교부가 재판부에 일본 측의 선처 호소를 전달하며 참작해 줄 것을 요청한 건 '한국 정부는 양국 관계 악화를 원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가토 전 지국장이 유죄를 받아 일본 정부의 강력한 항의가 제기되면 '면피용'으로, 무죄를 받으면 '한·일관계 개선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성립된다.
하지만, 애초 기소할 거리가 되지 않는 일을 국내외의 비판을 무릅쓰고 강행한 일은 두고 두고 '무리한 명예훼손 기소 사례' 혹은 '대통령 심기 경호수사'라는 혹평에 시달릴 걸로 보인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해 8월 7일 가토 전 지국장의 칼럼에 대해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걸 기사로 썼다.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며 "거짓말을 해서 독자 한 명을 늘릴지 모르겠지만, 엄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기소 거리 안 되는 일에 강력했던 처벌 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