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그림책 작가 군포시평생학습원에서 그림책 콘서트가 열렸다
김소라
작가는 6살 때 부친이 세상을 떠난 이후, 친척집을 전전하면서 살다 9살 홀로 자취를 했다고 한다. 신문팔이, 구두닦이 등을 하고, 여동생 둘은 고아원에 있다 미국으로 입양까지 되었던 어린시절을 보냈다. 장에 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두 아이 <동강의 아이들>은 작가의 어린 시절이 투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김재홍 작가의 <그림 속의 숨은 그림 - 동강전>은 동강댐 건설 찬바논이 불붙으면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얼핏 보면 그냥 동강의 풍경이지만, 물에 산이 비춰진 착시 효과로 볼수록 아름답고 신비한 그림들이다. 숨은 그림 기법으로 도전골든벨에도 자주 출제되고, 고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실린 작품이다. 작가는 미국으로 입양된 여동생 둘을 22년만에 만나게 됐다고 한다.
그림책 콘서트가 열린 군포평생학습원 5층의 상상마당 극장은 작은 소극장같은 연극 무대다. 무대 앞에는 김재홍 작가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화실을 꾸며놨다. 연극적인 요소를 강연에 더했다. 무대의 조명이 켜지고, 청중이 조용해지자 작가는 자신의 작품 <동강의 아이들>을 천천히 느리게 낭독한다.
모든 사람들이 화면의 그림에 집중하고, 귀로는 작가의 음성을 듣는다. 가슴이 뛰고, 눈물이 날 것 같은 낭독 시간이었다. 누군가가 책을 읽어 주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깊은 감정이 느껴질 줄이야…. 그리고 작가는 '작업실에 놀러 온 친구들이 많네요!'라면서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후 자신은 바삐 그려야 할 그림이 있다고 하면서 붓을 놀리며 그림을 그린다.
다시 무대에 등장한 사람은 권윤덕 그림책 작가다. 군포시에는 이미 그림책 작가나 화가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네트워킹이 탄탄하다. 권윤덕 작가와 김재홍 작가의 인연도 20년 가까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권윤덕 작가가 무대에서 작품 해설과 함께 김재홍 화가의 최근 작품을 보여주면서 설명한다.
또다시 작업실에 소란스럽게 사람들이 등장, 바로 김재홍 작가와 인연을 맺고 있는 지인들이 막걸리 한 병을 사들고 왔다며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연극처럼 꾸며진 무대의 스토리는 작가의 세계관 및 작가의 주변인들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다.
두 번째 책 <영이의 비닐우산>을 낭독하기 전에는 비오는 소리로 음향이 바뀌면서 바깥에 비가 내리는 상황이 연출된다. "작가님, 비 오는데 뭐하세요?"라고 말하면서 아이와 어른 둘의 손님이 온다. 아이가 "작가님, 이 책 읽어주세요?"라고 하면서 꺼내든 책 바로 <영이의 비닐우산>이다. 빗소리는 점점 거세지고, 책을 읽는 낭독자의 목소리에 몰입하게 된다. 감동적인 스토리와 가슴이 촉촉해지는 이야기에 청중은 완전히 책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