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전경굳게 닫힌 산 텔모 성 앞에서 요란하게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나폴리를 바라봅니다.
박용은
어쩔 수 없이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는 '산 텔모 성' 입구에서 나폴리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런데, 나폴리 여기저기서 폭발음들이 들려오는 것입니다. 처음엔 대규모 공사 중이거나 혹시라도 테러가 일어난 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산 텔모 성'에서 내려와 나폴리 서민들의 일상 속 거리 '스파카 나폴리(Spaca Napoli)'를 걷다 보니, 그것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폭죽소리였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실제로 폭탄 같은 폭죽을 터뜨리고 있었죠.
그 엄청난 소리(정말이지 단순한 폭죽 소리가 아니라 폭발음입니다)에 지나가던 아기들도 깜짝 놀라 울음을 터뜨리고, 익숙하지 못한 여행객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죽 소리가 두려워 계속 귀를 막고 갑니다. 잠깐 들른 타바키 주인에게 물으니 그는 웃으며 "전쟁이다"라고 합니다. 어쩌면 전쟁과도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나폴리인들은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가 봅니다.
사실, 어떤 말로 연말 인사를 할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 가고 또 한 해가 오고 있는 지금, 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 속에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아름답게 해 준 베네치아도 첫 경험이었고, 요란하게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나폴리도 첫 경험입니다. 하지만 며칠 후, 나도 당신과 같은 나라에 있겠지요. 당신과 나의 나라는 어떤 한 해를 보냈고 어떤 한 해를 맞이하고 있습니까?
오늘, 저 전쟁과도 같은 나폴리의 모습이 2000여 년 전 폼페이 시민들이 꿈꿔왔던, 혹은 통일 이탈리아를 위해 헌신했던 저 넓은 광장의 가리발디Giuseppe Garibaldi 1807-1882와 그의 민병대가 꿈꿔왔던 미래의 한 부분이듯,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화된 비극의 날들도 오래 전 누군가가 꿈꿔왔던 미래의 한 부분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