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 강화하는 경찰1차 민중총궐기가 열린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도로를 점거한 채 광화문광장으로 이동을 준비하자, 경찰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대비하고 있다.
유성호
일상이 억압당하는 사례도 있다. 2차 민중총궐기에 참석했던 알바노조 대구지부의 D조합원은 대학 총학생회에서 활동한다는 이유로 자신을 사찰한 경찰이 서울까지 쫓아왔다고 주장했다. 이 조합원에 따르면 해당 경찰은 대구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할 때마다 자신을 감시했다고 한다.
또 1차 민중총궐기가 끝난 후 해당 경찰은 D조합원뿐 아니라 그의 주변 조합원들의 연락처까지 휴대폰에 저장했다. 이 사실은 조합원들의 휴대폰 메신저에 해당 경찰이 번호를 저장했다는 알림이 뜨면서 밝혀졌다. 얼굴 한번 마주하지 않은 경찰이 조합원들의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저장한 건지는 알 길이 없다. 울산지부에서도 몇 해 전 총학생회 활동을 했던 조합원이 경찰에게 일상적으로 사찰을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들은 1차 민중총궐기에 참여했을 것 같은 사람들의 개인 SNS를 살피는 등 일상을 사찰하고 있다. 일어날지도 모르는 공모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아직 혐의가 밝혀지지도 않은 자들의 휴대폰을 뺏고, 체포하고, 집에 찾아오고, 사적 공간인 SNS를 염탐한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이 하나하나 공권력에 장악 당해도 가만히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왜냐고? 이런 식으로 수사를 하는 경찰이 그 어떤 제지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조합원들은 민중총궐기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혹은 민중총궐기에 참석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일상을 감시당하고 있다.
우리들의 목소리를 이렇게 탄압하는 공권력은 대체 뭐가 그렇게 무서운 것일까? 사람들이 거리에 모이는 것? 현 정권의 민낯을 공개하는 것?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
알바노조 울산지부 조합원을 1차 민중총궐기 참석 건으로 수사한 아무개 경찰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위에서 시키니까 하는 일이라고. 졸지에 공안정국이 된 2015년 현재의 모습이 그 경찰의 말에서 드러난다.
1차 민중 총궐기 때 백남기씨에게 물대포를 집중적으로 발사한 경찰들도 아마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수많은 책임 당사자들은 지금의 상황을 회피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시민들은 점차 자신의 일상을 침탈당하고, 목소리를 낼 창구를 빼앗기고 말 것이다. 알바노조는 계속해서 이런 상황을 폭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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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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