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마미섬 민박집 조식메뉴. 남이 해준 밥은 다 맛있다.
이애경
"내 입맛에는 딱이야."
특별할 것이 없는 계란 프라이와 소시지, 야채볶음, 된장국, 밥이었는데 Y언니는 너무나 만족스러워 했다. 어린이 입맛인 나도 맛있게 먹었다. 사실 어제 저녁, 민박집 스테프가 추천해준 현지 식당을 갔는데 모든 메뉴가 우리 입맛에는 너무나 짰다. 섬이고 사시사철 더운 지역이라 입맛이 좀 짠 듯 싶었다. 저녁도 부실하게 먹어서 약간 허기진 것도 있고, 즐겨먹던 메뉴가 나와서 맛있던 것 같다. 그런데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남이 해준 밥이면 다 맛있어."
입맛에 맞냐고 물어보자 J언니가 한 명언이다. J언니는 이렇게 평온하게 아침을 먹어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침 식사 준비하고, 아이들 학교 보낼 준비하고, 자기 출근 준비까지도 하다보면 정작 언니는 아침을 먹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셋인 Y언니의 아침은 말을 안 해도 알 것 같았다.
Y언니는 아침에 남편한테 아이들 옷 입히는 것만 도와달라고 싸운 적도 있다고 했다. 언니들이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아침의 자유'를 이 날 우린 만끽했다. 별거 없어도 좋다. 맘 편히 아침밥을 먹었으면.
식사를 다 마칠 때쯤 민박집 스태프가 좋지 않은 표정으로 왔다. 바다를 다녀왔는데, 파도가 너무 세서 오늘은 바다를 못 간다고 했다. 어젯밤 우리는 바다에 가서 해양스포츠를 하기로 스태프에게 이야기를 해둔 상태였다.
평소 수영을 좋아하는 H언니가 멋지게 스킨스쿠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H언니는 예전에 스킨스쿠버를 배웠다고 했다. 자마미섬에 간다고 하니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고 했다. 결국 언니는 자마미섬 기념품 가게에서 구입한 스쿠버 산소통 그림 스티커를 핸드폰에 붙이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잠깐 커피를 마시러 방에 들르자 마을방송이 흘러나왔다. K언니가 통역을 해주었다. 마을 이장님이 오늘의 날씨와 파도세기, 배가 뜨는지와 임시로 뜨는 배의 시간을 알려주는 방송이었다. 그리고 일본어 방송이 끝나자 외국인도 들을 수 있게 영어로 방송을 해주었다. 영어 방송을 듣고 놀랐다. 외국인이 많이 오는 섬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외국인까지 신경 쓴 방송에 배려심이 느껴졌다. 이것이 일본 특유의 세심함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