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TV조선 "위안부 합의로 일 관광객 늘 것"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 관련 신문·방송 모니터 보고서

등록 2015.12.30 21:28수정 2015.12.3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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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논의, 한-일 장관회담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한 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위안부 문제 논의, 한-일 장관회담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한 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28일 한일 양국은 전쟁 범죄이자 반인권 범죄인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합의했다. 한국이 다시는 위안부 관련 문제를 국제 사회에서 꺼내지 않으며 일본이 사죄와 반성, 10억 엔의 정부 출연 기금을 내놓는다는 것이 중심내용이다.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은 이번 협상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수용 불가'를 선언했다.

언론은 한일 양국이 합의한 내용과 구체적 의미를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 또한 언론은 협의를 둘러싼 상반된 주장도 상세히 담고, 이에 대한 정부의 답변을 촉구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은 한일간 합의에 숨겨진 문제적 사안은 덮어둔 채, 박근혜 정부의 치적으로 크게 보도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가장 많이 보도한 곳은 <동아일보>, TV조선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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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주요 일간지는 28일~30일에 걸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상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신문에서는 <경향신문>이 43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앙일보>가 25건으로 가장 적었다. 방송에서는 TV조선이 23.5건으로 가장 많았고 채널A가 9건으로 가장 적었다.

협상이 타결되기 전인 28일에 신문에서는 △ 양측을 모두 만족시킬만한 "창의적 해법"에 대한 '기대'와 △ 언론플레이에 나선 일본을 경계하고 "어정쩡한 타협"을 '우려'하는 보도가 주를 이뤘다.

<경향신문> "위안부 문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해결 급물살"(12/28, 1면, 유신모 기자), <동아일보> "'설익은 합의 땐 역풍' 朴대통령 고민"(12/28, 3면, 우경임 기자), <조선일보> "韓·日, 위안부 법적 책임 중립적 표현으로 돌파구 찾나"(12/28, 4면, 이용수 기자), <중앙일보> "기싸움 밀릴 수 없다, 하얗게 센 머리 염색 안 한 이상덕"(12/28, 4면, 안효성 기자), <한겨레> "서두르는 한·일… '위안부 창의적 해법 모색'"(12/28, 1면, 이제훈 기자) 등은 이번 협상을 통한 "창의적 대안", "문제 해결 가능성"을 기대했다.

신문은 동시에 협상 대상과 내용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다. <경향신문> "일 언론, 추측보도만 쏟아내"(12/28, 3면, 유신모 기자), <동아일보> "'한국이 20억 엔 요구' 돈 문제로 모는 日언론"(12/28, 3면, 배극인 특파원), <조선일보> "정부, 위안부 협상 시끄럽게 나오는 日 의도 알고는 있나"(12/28, 35면, 사설), <중앙일보> "'이번에 다 끝낸다' 너무 나가는 일본 협상 실패 땐 한국 탓 돌리려는 술책"(12/28, 4면, 이정헌 특파원), <한겨레> "일 '법적 책임' 외면한 채 어정쩡한 타협 땐 후폭풍 불보듯"(12/28, 3면, 김외현 기자) 등의 기사가 이에 해당된다.


<조선일보>는 협상 타결 이전에 나온 "정부, 위안부 협상 시끄럽게 나오는 日 의도 알고는 있나"(12/28, 35면, 사설)에서 일본이 협상 내용 언론에 사전 노출한 일에 대해 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일본 정부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사설은 특히 "은근슬쩍 일본 정부의 책임을 피해가려 한다거나, 모호하고 두루뭉술한 사과로 때우려 한다면 우리 국민은 물론 위안부 피해를 당한 다른 나라들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자못 강하고 선명한 일본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일 위안부 문제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국장급 회담이 이뤄진 지난 27일, 일본에서는 연일 "한국 정부가 대사관 앞 소녀상을 이전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가 위안부 지원 기금으로 20억 엔을 요구했다" 등의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6개 방송사 중 JTBC를 제외한 5개사는 일제히 이를 비판하며 한일 정부의 '입장차'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SBS는 "강제동원 책임 인정이 핵심 쟁점"(2번째, 한승희 기자)에서 "정부 간 합의가 끝나면 위안부 문제가 영구히 해결된 것으로 보장해 달라는 일본 측 요구 역시, 협상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내세울 수 있는 조건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방침입니다"라며 우리 정부의 강경한 태도를 강조했다.

JTBC만 유일하게 협상 타결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위안부 국장급 협의…입장차 좁혀진 듯"(톱보도, 임진택 기자)은 제목에서 유일하게 입장차가 좁혀졌다 명시했고, "양쪽 정부가 어떤 계산을 하고 있건 간에 협의를 통해서 가능한 타결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과거 잊고 미래를 보자는 <중앙일보>

협상 타결 직후인 지난 29일 신문 보도는 공통적으로 우려와 환영을 표했다. 신문에서 공통적으로 우려한 것은 △ 이번 협상이 법적 구속력이 없고 △ '최종 해결'이 되어버렸으며 △ 피해 할머니들과 시민단체를 포함한 국민 전반의 정서와 위배된다는 것 등이다.

공통으로 환영한 것은 △ 일본 정부가 최초로 위안부 동원의 책임을 공식 인정했고 △ 일본 정부 예산으로 피해 할머니 지원 사업을 하겠다고 약속했으며 △ 이를 통해 24년 만에 최대 외교 현안을 해결하고 양국 관계의 새로운 기틀을 닦았다는 것 등이다. 이런 우려와 환영은 신문사마다 약간의 온도 차이만 있었을 뿐, 전반적으로 비슷하게 담겼다.

물론 기사의 '방점'은 달랐다. 이번 합의를 가장 강경하게 비판한 신문은 <한겨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위안부 제도라는 '국가 범죄'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법적 책임 없이는 해당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어 "일본이 내놓은 미완의 해법에 우리 정부가 들러리를 서는 듯한 모양새"라며 "원칙에 어긋나는 내용을 '외교적 해법'이라며 국민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또 "위안부 문제는 이번 합의로 '최종 해결'된 게 아니라 출발점에 섰다"며 "두 나라는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해결을 언급할 게 아니라 진정한 해법을 위해 새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추가 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는 이번 협상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짚은 뒤, '협상이란 원래 모두가 만족하기 불가능한 것'이고, 향후 '일본의 행보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일본이) 한국인의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도록 본래 취지에 의거해 합의 사항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진정성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으며,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일본에서 총리나 각료, 정치인들이 협상 타결의 정신을 훼손하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를 덧내는 발언으로 어렵게 일궈낸 합의를 손상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신문은 사설이 아닌 기사에서는 정부의 졸속 협상을 비판하는 피해자들의 분노를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먼저 "일본 측이 이번 협상 과정에서 강하게 요구했던 것들을 모두 들어준 셈"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바로 이어 "위안부 문제에만 매달려 한국과 일본이 반목하는 국면이 더 이상 지속되어선 안 된다"며 '결론'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에는 "합의 내용에 대해 최대한 세심한 설명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과거에 천착하지 말자'는 <조선일보>의 주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다 적극적으로 '앞을 보고 갈 것'을 주문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협상의 문제점을 짚기보다 협상 이후 "위안부 할머니 개인이나 시민단체가 불복해 국내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법적 소송"을 전개하거나 "국제사회에서의 상호 비난·비판"이 이뤄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외교에서는 본질적으로 완승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격언'이나 "이번 타결 내용은 실질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양보를 끌어냈다"는 외교부의 주장 역시 적극 인용됐다. 사설의 마지막 문장 역시 "이번 합의를 계기로 한·일 양국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희망찬 제의'로 마무리 됐다.

한편 <조선일보>는 "'합의 인정 못한다' '만족 못해도 따라야죠'…엇갈린 할머니들"(12/29, 4면, 선정민·엄보운 기자)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은 28일 한·일의 위안부 합의안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반발과 '만족은 못 하지만 정부 뜻은 따르겠다'는 반응으로 엇갈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 같은 의견을 밝힌 피해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는 상태고 현재 정확한 사리판단이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반박했다.

비판과 검증 잊은 KBS·SBS, 관변 언론인가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이 타결된 28일, 방송에서 비판과 검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이번 합의의 문제점을 비판한 보도가 적었다. 6개사 전체 보도량 47건 중 제목에서 이 문제를 드러낸 보도는 10건 정도였다. 합의 내용에 대해 담은 제목이 17건이고, 합의를 환영하는 제목이 8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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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상파 3사는 합의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드러낸 제목은 단 1건씩이었다. 그나마도 모두 합의의 반발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입장으로만 처리했다.

톱보도 제목에서 6개 방송사의 태도는 극명하게 갈렸다. KBS와 TV조선은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을 전면에 내세웠고 MBC는 일본 정부의 10억 엔 출연을 조명하며 일본 측의 전향적 태도에 초점을 맞췄다.

SBS의 경우 노골적으로 합의를 환영했다. SBS는 "한일관계 새 돌파구 열었다"라는 제목과 함께 "수교 50주년 맞아 극적으로 합의"했다는 리포트로 타사에 비해 두드러지게 긍정적 평가를 달았다.

이날 톱보도 제목 중 가장 균형 잡힌 것은 채널A였다. 채널A는 제목에서도 "법적 책임은 외면"했다며 합의의 핵심적 결점을 명시했고, 리포트에서도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명시되지 않았고, 위안부를 일본군이 강제 동원했다는 표현도 담지 못했습니다", "위안부 소녀상 철거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관련 단체 협의를 통해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한다고 해 논란"이라며 문제점 전반을 꼬집었다. 특히 합의문이 '일본군'의 강제성을 표기하지 않고, "군 관여 하에"라며 일본의 책임을 비켜간 부분을 지적한 것은 6개 방송사 중 채널A 뿐이다.

제목에서부터 환영의 뜻이 드러나는 보도가 KBS와 SBS에만 각각 4건에 이른다. 이들 보도는 모두 '진일보', '새 시대', '새로운 관계' 등의 용어를 직접 쓰거나 박근혜 대통령 등 협상 당사자들의 발언을 옮겨 적으면서 합의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내용에서도 여론의 비판으로부터 정부를 옹호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KBS는 "일 정부 책임 공식 인정…'진일보' 평가"에서 "일본 정부의 책임도 분명히 했습니다", "군의 관여 하에 이뤄진 일이라며 가해 주체를 분명히 했고 이에 대해 일본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는 표현" 등 적극적으로 합의 내용을 선전했다.

"'수교 50년에 결실'…정상회담 후 '급물살'"에서는 "양국 정상이 새로운 미래를 위해 국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내린 결단이 어려워만 보이던 극적 연내 타결을 이끌어냈다"며 호평했다. SBS도 "새 출발하는 한일…더 큰 미래 열자"를 통해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 한일 양국이 더는 과거에 머물 수 없다는 절박감", "북핵 문제를 포함한 안보 분야에서 양측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데도 도움" 등 한국 정부의 자평을 옹호했다.

지상파 3사가 한일 합의에 대한 비판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관련 보도로 축소하는 상황에서 비판보도는 채널A가 3건, JTBC가 2건이었다. 그러나 보도내용에서는 JTBC가 충실했다.

"법적책임·소녀상 '불씨'"(12/28, 2번째, 이주찬 기자)에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명시되지 않아 일본이 다르게 해석", "일본이 배상은 아니라고 굳이 밝힌 점", "더 이상의 문제 제기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부분을 놓고도 평가 엇갈리고" 등 3가지 문제를 순서대로 짚었다.

또한 "'위안부 합의' 엇갈리는 해석·평가"(12/28, 6번째)는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를 인터뷰하여 "이 문제는 식민지 책임 문제와 직접 연결이 되어 있을 것", "아베 정권에서 계속 위안부 강제성 문제를 부인하면서 위안부의 존재 자체를 희석하려는 의도를 드러내 왔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자기들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법적인 책임 있는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소녀상 이전은)본말이 전도된 이야기"라며 합의 내용이 지니는 본질적인 문제점을 풀어냈다. 하지만 JTBC도 구체적 분석을 인터뷰로 처리하고 비판 보도가 2건에 그쳤다는 점에서 제 역할을 했다 보기는 어렵다.

타결 다음날, 일부 신문 논조 바뀌기도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회 및 제12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회 및 제12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희훈

협상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30일 신문은 졸속 협상을 우려하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신문은 △ 일본과 한국 정부에 대한 피해자들의 분노 △ 정부가 피해 할머니들을 보듬어야 함을 언급했다. 또한 신문은 미국의 개입 논란과 중국의 불편한 심기, 일부 극우주의자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협상에 만족하고 있는 일본 현지 여론을 소개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법적 책임 인정이 결국 문제의 핵심이라는 주장을 다시금 피력하며 "1965년 한·일 협정에 비견되는 굴욕외교지만 정부는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정부는 이번 합의를 무효화하고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전일과 동일했다.

<한겨레>는 이번 합의 배경에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여론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안보협력 구도에 끌려가면서 위안부 문제 등 중요한 역사적 사안에서 명분을 잃고 재정적·정치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30일 사설에서 전날과는 다른 강경한 비판의 태도를 보였다. 사설은 "한국과 일본 간 '위안부 합의'의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며 "애초 외교협상으로 풀기 어려운 사안을 연내 타결 목표에 매달려 서두르다가 본질을 놓친 정부가 자승자박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협상은 피해자인 한국이 가해자 일본에 당당히 요구하는 지위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한국이 더 양보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하며 "왜,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정부는 국민적 의구심을 풀어줘야 할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목소리는 "위안부 문제는 서로 충돌하는 사안들이 얽힌 대표적인 '복잡계'"인 만큼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더라도 모두 만족하기란 불가능하다"며 "활은 시위를 떠났다"고 말한 전날 사설과는 차이가 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협상이 "격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일관계 '정상화'와 한미동맹, 한미일 3각 협력 강화 등 대승적 차원을 고려한다고 해도 피해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이번 합의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정부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직접 찾거나 청와대로 초청해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합의안을 받아들여 달라고 간곡히 설득하는 성의"를 요구하며 그래야 "피해자들과 국민이 공감해야 위안부 문제를 매듭짓고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두식 <조선일보> 부국장 겸 사회부장의 칼럼 "할머니들이 우는 진짜 이유"는 전쟁 범죄  가해국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행위를 '실리 없는 일'로 폄훼하고, 해당 문제를 '집안일'로 축소하는 태도를 보였다.

"올해 87세인 이용수 할머니는 결국 눈물을 흘렸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칼럼은 "위안부나 과거사 문제를 다른 무엇인가와 연계하는 우리 측의 협상 전략은 늘 일본에 역(逆)이용당하기 일쑤"였으니, "일본을 상대로 언성을 높이고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발상의 전환과 외교 전략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에서 "일본 탓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진심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보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한·일 정부 차원에서는 '12·28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 타결됐는지 몰라도 피해 당사자와 국민의 입장에서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며 들끓는 여론을 의식했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들을 보듬어 설득하고, 여론의 이해와 공감을 얻어내는 숙제가 남아 있다"며 해당 문제를 '우리 정부의 숙제' 정도로 축소했다. 이런 태도는 <조선일보>·<동아일보>와 동일했다.

"일 관광객 늘어날 것"이라는 TV조선

합의 다음날(29일)에도 방송사들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지상파 3사와 TV조선, 채널A는 피해자 할머니 설득 및 지원 재단 설립에 나선 정부 입장과 일본의 반응을 전하는 데에만 몰두했다. 

JTBC만이 전날보다 더 상세한 비판 보도 4건으로 제자리를 찾았다. MBC와 TV조선도 각각 1건, 3건으로 문제점을 보도했지만 소녀상 이전과 일본의 향후 태도에 국한된 내용이었다. KBS와 SBS, 채널A에서는 비판 보도가 아예 없었다. 채널A의 경우 단 2건의 보도를 11번째에 배치하면서 사실상 위안부 합의 논란을 덮어버렸다.

피해자가 배제된 굴욕협상이 이뤄졌지만 KBS와 SBS, TV조선은 개선된 한일 관계에 초점을 맞추며 역사의 비판을 외면했다. 특히 KBS와 SBS는 전날에 이어 연일 합의를 찬양하기 바빴다.

KBS "'민감한 쟁점' 어떻게 풀었나?"(5번째, 조빛나 기자)는 "일본의 태도가 진일보한 것", "이번 합의를 한일 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SBS는 "외교에 '환승'은 없다…설득으로 풀어야"(4번째, 안정식 기자)라는 제목으로 위안부 문제가 이제 되돌릴 수 없다고 암시하더니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합의 결과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라며 KBS와 결을 같이 했다.

합의 당일에는 말을 아꼈던 TV조선도 긍정적 평가 대열에 합류했다. "한일 정상 '셔틀외교' 복원 가능성"(2번째, 엄성섭 기자)에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 간 한일 정상회담이 다시 급물살"이라며 개선된 한일 관계를 부각한 것이다.

다음 보도가 더 황당하다. "'일 관광객 늘어날 것'…'혐한 감정 희석'"(3번째, 이채림 기자)는 합의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반응을 전하며 "관광업계에서는 그만큼 이번 한일협정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재일 한인사회도 관계 개선을 고대"한다고 전했다. 관광업 호황에 대한 기대로 위안부 합의의 문제점을 갈음하려는 한심한 보도다. 

합의 당일, 2건의 비판 보도에서 쟁점을 모두 담지 못 했던 JTBC는 다음날 합의의 불가역성 문제, 일본군 주체 표기 문제,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술 관련성 등 폭넓은 관점에서 본격적인 분석을 제시했다.

특히 "파장 커지는 '위안부 합의'…향후 과제는"(6번째, 임종주 기자)이 두드러진다. 구체적인 논란을 모두 전한 이 보도는 "일본이 과거와 같은 망언을 하고 역사 왜곡에 나섰을 때 우리 정부가 맞설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군 관여'와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부분"에 대해 "과거 담화보다는 미흡한 게 아니냐, 후퇴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며 '진일보'를 운운한 타사와 결을 달리했다. 또한 "이번 합의가 미-중 사이의 패권 경쟁, 중-일 사이의 영토 문제, 북한 핵 위협 등 복잡한 동북아 정세와 맞물려 있다고 보는 시각"을 언급하며 "미국의 이익과 직결"되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외에도 JTBC는 모호한 배상의 문제, 재단 운영의 불투명성, 위안부 자료의 유네스코 유산 등재 보류 등 합의의 총체적인 부실을 모두 다뤘다.

역사를 제대로 심판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역사의식이 마비된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역사의식을 압축하고 역사 범죄 가운데 가장 무거운 범죄에 속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협상이었다. 이런 중대 사안을 두고도 정부의 치적으로 포장하기에 급급한 언론 태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우리 언론은 역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위안부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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