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혁의 흑역사, 단절의 역사

[김재훈의 교육이야기] 교육은 연결이다

등록 2016.01.02 17:16수정 2016.01.0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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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한 SNS에는 학생들이 교사를 빗자루로 폭행하고 욕설을 하고 침을 뱉는 장면이 올라왔다. 그 동영상을 보면서 국민 모두 분노했다. 아무리 양아치 같은 학생일지라도 저렇게까지는? 예전에도 선생님에게 대드는 학생이나 또는 훈계를 못 참고 욱하는 성격에 선생님을 폭행한 학생은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동영상 속 학생들은 골목길에서 한 아이를 겁주고 폭행하는 동네 깡패들의 작태였다. 그것도 교탁 앞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우리 교육이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언론에서도 잠깐 방영하고는 이내 조용하다.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은 속으로 병들어 있다. 겉만 보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사실 모두들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학교가 학교가 아닌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동영상 속 저 선생과 학생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저런 현상을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 동영상 속 학생들 개인적 차원의 비행으로만 보아야 할까?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자.

교육은 연결이다. 이 말에 동의가능하십니까? 연결이 안 된 상태에서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다. 교사와 학생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 관계 형성이 교육의 출발이다. 옛날에는 이 연결이 거의 강압적으로 이루어졌다. 권위주의적인 교사 아래 학생은 복종을 해야 했다.

물론 이것이 올바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교사와 학생 간에는 단단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오늘날에는 어떠한가? 교사와 학생 간에 연결이 안 되어 있다. 옛날처럼 연결이 자동적으로 되는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이 연결짓기를 위해 엄청난 노력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별로 그렇지 않다.

교육이 연결이라는 것은 교사와 학생의 연결만이 아니다. 학생과 학생들간의 연결도 중요하다. 당연히 교사는 학기초부터 학생들간에 어떻게 연결을 해줄 것인가를 연구하고 또 연구해야 한다. 학생들은 우리반 담임이 누구인지도 중요하지만 1년 동안 같이 지낼 우리반에 누가 누가 있는지를 더 궁금해한다.

학생들간의 연결짓기! 매우 중요한 교육적 작업이다. 또한,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도 자신들의 삶과 연결이 되는 내용이어야 한다. 자신의 삶과 전혀 동떨어진 내용을 배울 때 교실에서 학생들은 단절된다. 이렇게 중요한 교육에서의 연결이 우리 교육에서 어떻게 단절되어 왔는지 알아보자. 도대체 최근 일련의 교육개혁들은 어떻게 하면 교실을 단절의 공간으로 만들까를 고민해 왔다면 과장일까?

학교와 교실을 단절의 공간으로 만들어 온 교육정책들


학교와 교실을 단절의 공간으로 만든 것들은 주욱 나열해보겠다. 수준별 이동수업, 경쟁을 촉발하는 내신등급제, 교과교실제, 수능에서의 입시과목 축소, 생활지도에서 벌점제 적용, 기숙사나 학사와 기숙형 학교, 사교육 유발 정책, 귀족학교 탄생, 교원 성과급 등 수도 없이 많다. 위에 열거한 것들은 현재 우리 교육에서 나타나는 주인공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현장에 이렇게 많은 악역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 주인공들이 어떻게 악역을 맡아왔는지 하나하나 분석해보자.

생활지도에서 벌점제가 도입된 이유는 체벌이 사라지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함이었다. 체벌은 당연히 없어져야 할 구태이다. 체벌이 없어지면서 그 자리를 벌점제로 하여 학생들의 잘못을 바로잡자는 것은 마치 교통순경이 운전자의 법규위반을 단속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때 교통순경과 운전자와는 안 좋은 감정이 오간다. 특히 운전자는 비록 자신이 잘못은 했다손치더라도 좋은 감정일리는 없다. 벌점을 맞는 학생도 마찬가지 감정을 가진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깨질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심지어 어떤 학생들의 경우는 '벌점 그까짓거 주세요 줘!'라고 하면서 대들기까지 한다. 교사도 벌점제 뒤에 숨는다. 학생을 위한 적극적인 생활지도가 아니라 벌점을 주면 임무 끝이라는 교통순경이다. 그러나 교육은 어느 한 순간이라도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끈이 떨어진 순간부터 교육은 없다.

두 번째는 협업보다는 경쟁만을 부추기는 내신등급제다. 동료끼리 서로 경쟁하여 한 등급이라도 더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현실은 학생들간에 단절을 부추긴다. 함께 공부 열심히 하여 좋은 대학에 들어가자는 동료가 알고 보면 경쟁자다. 선의의 경쟁이니 뭐 어떠냐는 식의 논리도 있지만 중요한 건 학생들간에 끈끈한 연결에 방해가 되는 것이 내신등급제이다. 현행 9등급제는 1등급으로 갈수록 촘촘해지는 스테나인 점수다. 1등급이 4% 2등급이 4~11%까지 3등급이 11~23%까지 이런 식이다. 따라서 상위권 학생들일수록 이 내신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 구조이다.

세 번째는 수준별 이동수업과 교과교실제이다. 수준별 이동수업은 일자리 창출에 다름 아닌 정책이다. 기존의 2개반을 상중하 세 개반으로 쪼개서 가르치는 방식이다. 수준별 이동수업은 수준이 같은 아이들끼리 모아서 가르치면 교사가 설명을 할 때 편하고 학생도 진도를 잘 따라올 것이며 따라서 학생들의 성취수준도 높아질 것이라는 가정하에 도입된 제도이다.

그러나 연구결과 수준별 이동수업은 학력면이나 정서면에서나 모두 안 좋은 결과만을 낳았다고 보고된다. 학력도 잘하는 아이들과 섞여있을 때 동기유발이 되어 올라가는 것이다. 정서면이야 말할 것도 없다. 우열반 편성에 다름 아니니까. 이렇게 수준별 이동수업은 결국 같은 반 아이들끼리 떼어놓음으로써 교육은 연결이 되어야 한다는 가치를 훼손하는 제도이다.

네번째는 수능에서의 입시과목 축소이다.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의미에서 시행된 정책이다. 사탐이나 과탐에서 선택하는 과목 수를 줄여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니 과목간의 연결이 끊어져 버린다.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과목만을 공부하지 선택하지 않은 과목은 소위, 버린다. 공부가 어찌 분화된 한 과목만을 공부하여 된단 말인가? 그야말로 점수따기 위한 공부이지 진정한 공부가 될 수 없다. 연결이 끊어진 공부이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는 늘어나는 기숙사, 학사 그리고 기숙형 학교이다. 학생들이 기숙사에 들어가면 부모들은 엄청 편하다. 일주일 동안 부딪힐 일이 없으니까. 부모들의 직무유기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은 가정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기숙사는 가정과의 단절을 초래한다. 부모의 밥상머리 교육을 받고 아이들은 자라난다. 요즘의 부모들은 될 수 있으면 아이들과 부딪히지 않고 지내길 바란다. 잘 커주겠지 하고. 이러한 순진한 믿음에 부응하는 제도가 기숙사, 학사 그리고 기숙형 학교들이다. 자녀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에 부모와 자식은 단절된다.

여섯 번째는 사교육 조장 정책이다. 사교육을 잡는 방법은 간단하다. 입시제도를 건드리지 않으면 된다. 왜냐하면 전국민이 알면 대처가 가능하므로. 중학교 1학년이 대입제도가 이러이러하다고 알면 스스로 대처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르다. 매년 바뀐다. 그러면 전문가라고 행세하는 사람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불안감 조장이 사교육을 키운다. 이것도 잘해야 한다 저것도 잘해야 한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정보에 학부모도 아이도 정신이 없다. 사교육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사교육에 의존할수록 공교육과는 단절된다. 학교보다는 학원에 의존하다보니 수업시간과 단절된다. 학교 선생님과 단절된다. 본질적인 의미의 교육은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사다리를 오르기 위한 교육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귀족학교들이다. 국제중 국제고 영재고 외고 특목고 과학고 자사고에는 어떤 학생들이 다니는가? 한 조사를 보니 가구소득 400만 원 이하인 학생 비율이 일반고는 48.1% 자사고는 27.2%였고, 가구소득 600만 원 이상인 학생 비율이 일반고는 23.2% 자사고는 44.8%였다. 한국에 고교평준화는 깨진 지 이미 오래이다. 늘어나는 귀족형 학교들은 계층간의 단절을 가져왔다. 함께 배우지 않으면 공감하지 못한다. 공감하지 못하면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구조적이라 생각하지 않고 개인의 게으름으로 생각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미래를 맡긴다면 우리사회의 미래는 없다.

#교육개혁 #흑역사 #단절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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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김재훈입니다. 선생님 노릇하기 녹록하지 않은 요즘 우리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찾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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