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남저수지 재두루미야, 이제 편히 자렴"

창원시, 농어촌공사, 환경단체, 어촌계 '수위 낮추기' ... 물 빼기 작업 시작

등록 2016.01.06 21:21수정 2016.01.0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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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7일 오전 9시 42분]

"재두루미야, 이제 물을 빼서 미안하다. 이제 좀 편히 잘 수 있게 되었구나."

철새도래지인 창원 주남저수지 수위를 낮추기 위한 물빼기가 시작됐다. 6일 오후 농어촌공사는 주남저수지 수문을 열어 물을 빼기 시작했고, 현재 수위인 3.99m를 목표 수위인 평균 3.2m까지 낮추려면 하루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두루미는 전 세계 7000개체 정도에 불과한 희귀새이고, 우리나라에선 천연기념물(제203호)이면서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재두루미는 수심 20~30cm 정도에서 잠을 잔다. 이 새는 꼬리나 깃털이 물에 닿지 말아야 하고, 특히 물에 젖으면 천적이 나타났을 때 빨리 날 수 없어 치명적이다.

a  철새도래지인 창원 주남저수지에 최근 세계적 희귀종인 재두루미 무리가 찾아와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철새도래지인 창원 주남저수지에 최근 세계적 희귀종인 재두루미 무리가 찾아와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 경남도청 최종수


주남저수지에는 지난해 12월 초 재두루미가 170개체 정도 찾아왔고, 12월 중순경에는 200개체 안팎까지 늘어났으며, 상당수는 일본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 철원평야에 있던 재두루미가 폭설 등으로 피해 이곳으로 날아와 지금은 150~200개체 정도가 찾아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개 재두루미는 남쪽에서 겨울을 난 뒤 2월 중·하순경 몽고나 러시아의 습지지역으로 간다. 그런데 이번 겨울에는 지난 12월부터 상당수 재두루미가 일본으로 빨리 간 것이다. 그 이유는 편안한 잠자리가 확보되지 않았고, 안전한 먹이터 확보가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환경단체는 안타까워했다.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은 재두루미의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주남저수지 수위를 낮추어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 재두루미는 주남저수지에서 잠을 자고 아침 7시 전후 인근 백양들 등으로 날아가 먹이활동을 하고 저녁 무렵 다시 잠자리를 찾아오는데, 수위가 높아 걱정이었다.

올겨울 저수지 수심은 4m 안팎까지 올라갔다. 재두루미는 대개 갈대섬 옆 모래톱에서 잠을 자는데, 수심이 깊어 모래톱이 드러나지 않았던 것. 모래톱이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심을 평균 3.2m까지 낮추어야 했다.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농어촌공사는 봄철 가뭄에 대비해 농업용수를 확보해 놓아야 했고, 어민들은 물을 한꺼번에 빼면 물고기가 휩쓸려 나간다고 걱정했던 것이다.

그래서 임희자 마창진환경연합 정책실장과 한은정 창원시 의원 등은 창원시청과 농어촌공사, 어촌계 주민 등을 찾아다니며 호소했다. 이런 연유로, 안상수 창원시장의 마음이 움직였다.

a  마창진환경연합은 주남저수지 재두루미의 잠자리를 위해 수위를 낮출 것을 호소하고 있다.

마창진환경연합은 주남저수지 재두루미의 잠자리를 위해 수위를 낮출 것을 호소하고 있다. ⓒ 마창진환경연합


안 시장이 지난해 12월 18일 환경단체 회원들을 만나 저수지 수위를 낮추기 위해 창원시가 돕겠다고 한 것이다. 안 시장은 2016년 예산에 양수비용을 확보하라고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봄철 물이 부족할 경우 농어촌공사는 낙동강 물을 끌어와야 하는데, 창원시가 양수비용(전기요금)을 마련해 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저수지 물을 한꺼번에 뺄 수는 없었다. 저수지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어촌계가 반대하고 나섰다. 한꺼번에 물을 뺄 경우 물고기 유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2단계 전략이 세워졌다. 주남저수지는 3개 저수지(주남, 동판, 산남)와 연결되어 있다. 1단계로 주남저수지에서 동판저수지로 물을 서서히 빼기로 했고, 연결 수문에 대형 그물을 쳐서 물고기 유실을 막기로 했다. 주남저수지 물을 동판저수지로 뺐지만 수위는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2단계로 주남저수지의 가월 수문을 열어 주천강 쪽으로 물을 빼기로 했다. 역시 물고기 유실을 막기 위해 이 수문 쪽에 길이 200m 대형 그물이 필요했고, 특수 제작에 들어갔다. 어민들은 6일 대형 그물 설치를 완료했다.

그래도 곧바로 물을 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주천강 쪽으로 물을 빼면 낙동강까지 모두 6개의 양배수장을 거쳐야 한다. 양배수장의 문을 닫아 물이 다른 지역으로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농어촌공사는 겨울철이면 양배수장을 사용하지 않기에 전기를 차단해 놓는다.

열려있는 양배수장의 문을 닫으려면 사람의 손으로 작업을 해야 한다. 문을 1cm 내리는데 사람이 손으로 50번의 핸들을 돌려야 하는 것. 대개 열려 있는 수문의 높이는 30cm 정도였고, 이를 다 닫으려면 1시간 정도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이날 오후 농어촌공사 창원지사 관계자 대부분은 마산 진동 쪽으로 외근을 간 상태였다. 그물 설치 작업까지 마쳤지만, 양배수장 문을 닫지 못해 물을 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농어촌공사 직원들이 돌아와 손으로 양배수장 수문을 닫았다.

a  창원 주남저수지.

창원 주남저수지. ⓒ 윤성효


이날 오후 5시 30분경부터 저수지 물을 빼기 시작했다. 창원시 주남저수지계 관계자는 "저수지 물을 빼는 게 쉬운 일은 아니고, 농어촌공사와 어촌계가 함께 동의해야 했다"며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좀 더 일찍 저수지 수위를 낮추지 못했다며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창원지회 관계자는 "대개 재두루미는 2월 중하순경 일본으로 간다. 월동기 절반 이상이 지났고, 앞으로 한 달 정도 남아 있다"며 "그동안 편안한 잠자리가 되지 않아 주남저수지를 찾아왔던 재두루미 상당수가 일본으로 갔다. 좀 더 빨리 이런 대책들이 세워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임희자 정책실장은 "재두루미가 하룻밤이라도 편안하게 잠자리를 자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내년부터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관련 기관, 단체와 협조 체제를 갖추고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남저수지 #재두루미 #창원시 #한국농어촌공사 #마창진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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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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