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만에 시골 아이로 변한 한 초코라는 별명의 아이낮일도 열심히 하고, 불앞에서 떠나지 않으며 불을 지키더니 결국 숯덩이가 되었다
이정혁
어느 정도 배가 부른 아이들은 남은 잔불로 불장난을 하기도 하고, 하늘의 별자리를 따라 그려보기도 했다. 문경의 시골 밤하늘은 별들로 가득 차 있었고, 대기는 적당히 쌀쌀했으며, 아이들의 재잘거림 외에는 사방이 고요했다. 그렇게 첫날밤은 저물어 갔다. 낮 시간의 땀 흘림은 아이들을 저항 없이 꿈나라로 인도해주었다.
새벽 두시 반부터 울어대는 개념 없는 닭들과 코가 시릴 정도의 웃풍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아이들 덮어주고 나니 이불이 부족해서 점퍼만 덮고 잤던 것이다. 밤새 추위에 떤 몸은 쉽게 녹지 않았다. 모닥불이라도 쬘 요량으로 새벽 여섯시에 밖으로 나왔다. 가느다란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일기예보에도 없던 눈이었다. 개 다음으로 눈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더없는 선물이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생활형 모닥불이라는 게 캠프파이어처럼 어딘가에서 불덩이가 '슉' 날아와 한 방에 '훅'하고 불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는 것은, 불 좀 지펴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신문지나 종이박스에 불을 붙여서, 나무로 옮겨 붙을 때까지 버텨내야 하는 데, 이것이 쉽지 않다. 나는 다시 눈발 속에서 30분을 떨었다. 그리고 마침내,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 보다 비장한 표정으로 요강단지 보다 좀 더 큰 사이즈의 모닥불 앞에 쪼그리고 앉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