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기 건설노조위원장.
김동환
"아파트라는 건물은 원래 한번 지으면 50년, 60년 이상 가게 되어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집 짓는 노동자들 임금을 후려치면서 빨리 지으라고 경쟁을 시켜요. 그러다 보니 건물이 대충 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곳은 30년만 살아도 다시 지을 수밖에 없게 되죠."그는 "아파트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공사현장이 대부분 마찬가지"라며 두툼한 손을 책상 위에 모은 채 어깨를 으쓱 올렸다. '당연하지 않겠느냐'는 표정이었다. 장옥기 건설노조위원장이다.
지난 2015년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건설노동자의 1인당 하루 평균임금은 12만 1000원. 월평균 근로일수는 14.9일로 나타났다. 한 사람이 매달 세전 180만 원 정도를 벌어가는 셈이다.
건설판에 만연한 임금 체불을 감안하면 이들이 실제로 가져가는 돈은 더 적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전체 산업 종사자 중 건설업 종사자의 임금체불 비율은 12.6%였다. 2014년에는 이 비율이 23.0%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체불 금액은 전체의 12.1%에서 24.2%로 급증했다.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한 고강도 노동과 임금체불. 사실상 건설노동자가 꼼꼼하게 집짓기에 몰두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또한 이런 현실은 전반적인 건물의 질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장 위원장은 "한 채에 수억 원씩 주고 아파트를 사는 소비자들이 이런 현실을 알아야 한다"며 "건설계에 적정임금 도입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건설노동자 4명 중 1명이 임금 떼여... 헬조선이 여기"-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지난 한 해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기는 어떤가. "경제가 많이 안 좋다는 것을 느낀다. 위원장 선거 나가고 성남 (구인센터) 같은 곳에 유세하러 간 적 있는데 새벽 4시에 이미 수백 명이 나와 있더라."
- 젊은이들이 쓰는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작년에 유행이 됐다. "헬조선 하면 또 건설현장만큼 그 특징이 잘 드러나는 곳이 없다."
- 어떤 점이 그런가."일단 안정적인 생활이 안 된다. 한 달에 보름도 일하기 힘드니까. 근로기준법 거의 제대로 안 지켜지고, 하루 10시간 넘게 육체노동 하는데 시간외 수당 없다. 하루 평균 2건씩 산재가 터지고 월차수당은 당연히 없다. 대부분의 건설노동자들이 오히려 임금 떼일 걱정을 하면서 산다."
- 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노동자들도 임금을 떼이나."노조는 그나마 좀 낫다. 전체 건설노동자는 200만 명 가량 되는데 건설노조 조합원은 2만 8000명 뿐이다. '건설기계', '토목건축','타워', '전기'의 4개 분과로 구성되어 있다.
- 나름 건축 '기술'이 있는 분들이 노조에 가입이 되어있는 건가."그렇다. 그런데 우리 노조 평균 연봉이 2000만~3000만 원 정도다. 조합원 평균 연령은 50.6세니까 십수년 이상 일한 한 가정의 가장들이 연 수입이 3000만 원이 안 된다는 얘기다. 하루 '노가다' 하는 분들은 대부분 노조원들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 왜 이렇게 임금이 적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불법 하청과 최저가 낙찰제다. 국가가 붙인 과도한 경쟁에 건설 자본은 이익을 가져가고 건설 노동자만 죽어나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