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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북스
내가 시골에 들어가기 전에는 생활 주변에 있는 회사나 관청의 직책 즉 회장, 사장, 전무, 부장, 과장 등 아니면 높으신 국회의원이나 도지사, 변호사, 의사 등이 관심 있게 눈에 들어왔고 또 그것이 사회를 형성하는 중요한 직책인 줄 알았다. 이장이라니! 아직도 그런 직함이 있었던가 싶었다. 그런데 시골로 들어오면서 이장이 하는 일이 참으로 놀라웠다. (머리말)김지연 님은 전북 진안에서 전북 전주로 '사진을 이야기하는 무대'를 옮겼지만 전라북도에서 시골마을을 돌면서 사진을 찍는 일을 그대로 잇습니다.
2015년에는 <빈 방에 서다>(사월의눈)라는 사진책도 선보였습니다. <빈 방에 서다>라는 사진책을 살펴보면 김지연 님이 시골을 무대로 사진을 찍기에 시골마을에서 조용히 사는 할머니하고 할아버지를 이웃으로 만날 수 있는 숨결이 고이 흐릅니다.
지난 2014년에는 <삼천 원의 식사>(눈빛)라는 사진책도 나왔어요. <삼천 원의 식사>를 살펴보면 김지연 님이 이곳저곳 바삐 돌아다니다가 밥 한 끼니를 먹던 식당에서 만난 수수한 사람들 이야기를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먼 나라 사람이 아니라 바로 김지연 님하고 가까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사진으로 찍힙니다. 멀디 먼 곳에 있느라 거의 안 보이거나 감추어진 사람들이 아니라, 언제나 김지연 님 둘레에서 조용히 삶을 짓는 사람들이 김지연 님 사진으로 찬찬히 드러납니다. 그러니까, 김지연 님이 선보이는 사진책은 김지연 님이 스스로 일구는 삶에 따라서 마주하는 이웃을 사진으로 담은 책입니다.
사진책 <우리동네 이장님은 출근중>은 '이장'이라는 자리에 있는 시골사람을 마주하면서 '시골은 어떤 곳인가?' 하는 수수께끼를 풀려고 합니다. 비율로 치면 시골에 사는 사람은 10퍼센트조차 안 될 뿐 아니라, 막상 농사일(농업)을 하는 사람은 5퍼센트 안팎입니다.
90퍼센트가 넘는 사람이 도시에 살고, 농사일 아닌 일을 하는 사람이 95퍼센트라고 할 만합니다. 그러니 신문이나 방송뿐 아니라 사회와 학교에서 '시골에 살거나 흙을 만지는 사람' 이야기나 움직임은 거의 안 드러날 만합니다. 아예 안 보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시 말하자면, 사진책 <우리동네 이장님은 출근중>은 이제껏 한국 사회에서 '안 보이'거나 '안 드러난' 자리에 있던 시골사람 이야기와 움직임을 '이장'이라고 하는 이름을 얻은 시골지기 모습으로 밝혀서 드러내려고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좀처럼 시골사람을 이웃으로 마주하지 않은 채 사진을 찍었다면 <우리동네 이장님은 출근중>이라는 사진책은 시골마을 이장님을 바로 '내 이웃'이요 '우리 이웃'이라는 눈길로 마주하면서 찍은 사진을 그러모은 이야기꾸러미라고 하겠습니다.
일부러 멋있게 보이는 모습으로 찍지 않습니다. 시골을 지키는 듬직해 보이는 모습으로 찍지 않습니다. 현대 사회와 동떨어지게 끝까지 시골을 붙잡는 모습으로 찍지 않습니다. 늙고 구부정한 모습으로 찍지 않습니다. 이런 편견이나 저런 선입관이 없이 시골사람을 이웃으로 가만히 바라보는 이야기가 사진 한 장으로 흐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