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난 삼남매!어디 한 번 원없이 놀아봐라!
이희동
동네목욕탕 가는 줄 알고 나선 아이들은 도대체 어디를 가는 거냐 계속 물어댔지만 목적지가 나타날 때까지 '비밀'! 워터파크가 있는 온천이 나타나자 아이들은 '대흥분'! 온천 앞에서 아점으로 설렁탕을 든든하게 먹고 워트파크로 입성했다. 여름휴가 때 입었던 수영복을 꺼내 입히니 아이들은 그새 또 자라 있었다. 첫째부터 막내까지 차례로 입었던 수영복은 작아져 아무도 입을 수 없게 됐고, 7부였던 막내의 얇은 수영복은 3부가 됐다. 올겨울이 마지막일 듯했다.
첫째는 남의 집 아이처럼 우리를 찾지 않고 혼자 터득한 수영을 하느라 바쁘고, 수영장 분위기가 낯설어 한 시간 동안 안겨 있어야 했던 둘째는 입장과 동시에 누나를 따라 다람쥐처럼 곳곳을 누볐다. 막내만이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미끄럼틀이 무섭다며 올라가지도 못했지만…. 그것도 잠시뿐. 이내 곧 누나와 형을 따라 물놀이를 즐겼다.
아무 일 없이, 원 없이 한번 놀아보자 개장과 거의 동시에 들어온 터라 수영장은 한산했다. 막내만 눈으로 봐주면 될 정도니 한산한 분위기만큼 우리 부부의 마음도 여유로워졌다. 온천욕을 좋아하는 난 따듯한 물에 몸을 담그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봤다. 남편은 시간마다 열리는 아찔한 워터슬라이드를 타고 또 탔다.
그동안의 물놀이는 두어 시간 놀고 나면 그 당시의 막내(두 돌 이전의 첫째이기도 했고, 둘째, 셋째이기도 했던)의 컨디션 때문에, 혹은 다른 일정 때문에 마무리해야 했다. 그날도 세 시간을 넘기자 막내가 졸린지 조금 칭얼대기 시작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재미난 세상 앞에 있는 힘을 다해 졸음을 쫓고 놀았다. 그렇게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 중간에 간식 조금 먹고 계속 놀았다.
놀다가도 불안한지 집에 언제 가는지 묻는 아이들에게, "오늘은 너희들이 가자고 할 때까지 놀 거니 계속 놀아"라고 답해주니 아이들은 눈치 보지 않고 정말 원 없이 물놀이를 즐겼다. 늘 뭔가에 쫓겨 다녔던 일상이었다. 노는 것도 일하는 것도 시간이 부족했고, 숙제처럼 해야 할 다른 일이 남아 있었다. 일이든, 놀이든 순간과 오늘을 즐기지 못했다. 단순하게 일정을 짜면 가능한 일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