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시험' 3부 '나는 대한민국 고3입니다' 방송 화면 갈무리
민주언론시민연합
3부 '나는 대한민국 고3입니다'는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고3 학생의 일상을 생생히 보여준다. 고3 학생 일부는 "자살을 생각했다"는 충격적인 고백까지 하지만 '시험'은 이를 스케치하는 데서 멈춘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일상을 전달한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5부 '누가 1등인가'는 '표준화 시험'에 능한 이른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진정한 문제해결 능력에서도 뛰어난 것은 아님을 실험으로 증명하고자 했다. 방송은 OECD가 개발한 역량 평가 모델인 '데세코 프로젝트'로 학생 9명에게 도구 활용능력, 이질적 집단과의 상호작용, 자율적 행동 등 역량을 평가하는 실험이 진행했다.
하지만 9명의 학생은 실험 대상으로 적절치 않았다. 9명 중에는 수능 만점자 2명, 수능 전 과목 9등급을 맞은 학생 1명이 있었고, 나머지 6명은 모두 IT·연극·문학·영화 등 각 분야의 특출한 학생들이었다. 실험에서 가장 두각을 보인 학생은 '전 과목 9등급'인 학생이었다.
이 학생은 기존의 교육제도에 동의하지 않는 교육철학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수능을 보지 않은 것뿐이었다. 그는 탈북자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10대에 홀로 인도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경험으로 수준급 인도어 실력을 지니고 있다. '공부를 못하는 평범한 학생'은 절대 아닌 것이다.
이 실험이 의미가 있으려면 실험군이 공부 잘하는 학생, 못하는 학생, 평범한 학생까지 고르게 구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각 분야에서 특출한 학생들을 골라 실험한 결과를 보고, 과연 대다수의 평범한 학생과 부모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의 일상을 관찰한 6부 '공무원 탄생, 300일의 기록'은 아예 주제와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오히려 인사혁신처에서 만든 본격 '공무원 홍보방송'에 가까웠다. 과도하게 많은 수의 청년이 공무원 시험에 목매는 현상의 배경과 '표준화 시험' 방식을 벗어나지 못 하는 시험 형식에 대한 분석은 없었다.
"글씨가 깔끔하고 또박또박하면 긍정적으로 보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부분 등 공무원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후반부에는 공직자로서의 사명과 도덕성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면접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필운 안양시장의 주장을 덧붙였다.
작년 5급 공채 최종면접에서 '우리나라가 눈부신 경제성장을 할 수 있게 된 요인은?', '자유민주주의를 준수하는 행동과 저해할 할 수 있는 행동'과 같이 사상검증 수준의 질문이 출제돼 논란이 일었다. 방송은 이처럼 '사상검증'이 각종 취업 시험에서 만연한 현실에서면접의 비중을 높이는 것은 시험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은 지적하지 않았다.
'표준화 시험'에 질문 던져 놓고 답은 시청자에 맡긴 격EBS <다큐프라임> 교육대기획 '시험'은 학생들에게 정답만을 요구하며 줄을 세우는 '표준화 시험'의 문제를 도전적으로 제기했다. 그러나 6부까지 이어진 기획은 구체적인 비판점과 해답은 내놓지 못했다.
제작진은 "시험이 우리가 가치를 부여한 것처럼 권위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여러 사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사회적 구조가 그렇게 기형적인 시험을 만들었는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미 곪아터진 우리 교육제도를 치유할 해답은 시청자 스스로 발견할 수 없는 난제이다. EBS '시험'을 보며 명쾌한 진단과 해답을 기대한 시청자들은 참담한 현실을 다시 확인하는 수준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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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만 확인하고, 해답은 시청자에 맡긴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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