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청년 문화공간 500/50 회의 모습
이민선
대학까지 휴학하고 그가 한 일은 '잘 노는 것'이다. '상상 놀이터'라는 단체를 만들어 서울 홍대에서 젊은이들이 잘 놀 수 있는 '놀이 기획'을 했다. 갑자기 모여 광화문에서 책을 읽는 '책 읽기 플래시몹', 몸뻬를 입고 뛰어다니며 상대편 등에 붙어 있는 이름표를 떼는 '몸뻬 러닝 맨' 등이 당시 그가 기획한 작품이다.
잘 놀다 지치면 더 잘 놀기 위해 배낭 하나 들쳐 메고 유럽, 인도를 여행했다. 제주도 게스트 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 하며 한 달간 제주도 여행을 한 적도 있고, 차비 없이 '히치하이크'만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갔다 온 적도 있다.
신종호 대표는 "일하고, 돈 생기면 여행 다니는 삶이 재미는 있는데, 안정적이지는 않다 보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불안감도 있었다는 것. 기자가 "그 나이에는 무엇을 해도 그리 안정적이지는 않다"라고 하자 "그렇겠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유럽과 인도 여행을 마친 직후인 지난해 3월에 그는 친구들을 모아 '청년 문화공간'을 열었다. 여행하면서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인들과 함께 '크라우드 펀딩(인터넷, SNS를 활용, 소액 후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돈을 모아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실내장식은 청년답게 직접 했다. 벽 털고, 페인트칠하고…….
"유럽 여행하면서 정말 부러웠던 게, 문만 열고 나가면 문화 공간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광장에 모여서 노래하고 기타치고 술도 마시는데,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아요. 대낮인데도 광장에 젊은이들이 많고요. 우리나라 같으면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있을 텐데. 이게 제 목표예요. 부천을 유럽 같은 생활 속에 문화가 있는 도시로 만드는 거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사람을 모았다. 음악, 미술 등을 하는 청년 예술가들이다. 예술 활동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게 올해 목표라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부천 청년 문화공간 500/50'이라는 이름에 그의 의지가 녹아 있다.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가 50만 원이라서 '500/50'이라 이름 지은 거예요. 전 현실적인 사람이에요. '예술 하면 굶는다!' 이거 맘에 안 들어요. 예술 하면서, 예술 기획 하면서도 밥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게 올해 키워드예요.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 못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잖아요." 생활 속의 문화도시 부천, 공동체가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