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자취 찾으러 뉴욕, 오길 잘했다

[뉴욕미술기행 ②] '메트로폴리탄, 구겐하임, 휘트니' 미술관 등 탐방

등록 2016.02.02 11:06수정 2016.02.0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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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와서 백남준 발자취를 찾는데 처음엔 성과가 없었다. 백남준의 조수였던 '라파엘레 셜리'는 날 우선 백남준이 TV를 수리할 때 다니던 곳으로 안내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구겐하임, 브루클린'미술관을 둘러봤지만 백남준 작품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휘트니' 미술관을 갔는데 거기서 백남준 작품을 만났다. 너무 반가웠다. - 기자 말

백남준 살았던 소호 '머서가(街)' 방문


 맨해튼 머리(Murry)가(街) CTL회사, 이곳은 전자아트작품을 복원 수리하는 곳이다. 오른쪽 아래는 이 스튜디오 내부
맨해튼 머리(Murry)가(街) CTL회사, 이곳은 전자아트작품을 복원 수리하는 곳이다. 오른쪽 아래는 이 스튜디오 내부김형순

뉴욕 와서 6월 12일 분주했다. 내가 여기 온 목적은 백남준 발자취를 확인하는 것인데 10일이 지나도록 별 성과가 없었다. 이를 눈치 챈 라파엘레는 백남준이 TV가 고장 나면 가던 맨해튼 *CTL로 날 초대했다. 이 회사는 1968년부터 운영해온 곳으로 비디오복원스튜디오다. 여길 들어서니 백남준 판화도 벽에 걸려있었고 그의 체취도 풍겼다.

라파엘레와 2번째 대면이었다. 앞에서 소개했지만 6월 7일 로드니 집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고 인터뷰도 약속받았다. 그녀는 7년간 백남준 조수를 한 미국작가로 전자아트작품을 복원하는 기술자이기도 하다. 2007년 삼성미술관에서 백남준의 세계 순회전 때도 한국에 왔고 그 후 한국을 8번 방문한 적이 있어 날 편하게 대해줬다.

그리고 난 어떻게든 백남준 부인 시게코도 만나 보려했는데 당시 시게코 여사는 위중한 상태라 누구도 만날 수가 없었다. 라파엘레의 중계로 그 후에도 몇 번 만나려 했으나 결국 못 만났다. 안타깝게도 시게코 여사는 결국 내가 귀국한 후 1달 만에 작고했다.

CTL를 나와 백남준자택 *5층(소호 머스가[街] 110)으로 갔다. 라파엘레가 같이 가자는 뜻을 난 그녀가 바쁘다는 말로 오해해 혼자 갔다. 이 지역은 지금은 번화가지만 당시엔 가난한 예술동네였다. 백남준은 건축 전공한 '플럭서스' 창시자 '마치우나스'가 잠시 임대업을 했는데 그때 싸게 구입한 것이다. 그 집을 보니 백남준을 만난듯 속이 후련해진다.

난 여기를 나와 '그리니치빌리지' 지나 *'유니언스퀘어'로 잠시 구경 나갔다. 이곳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터질 때 목소리를 내는 곳이다. 19세기 후반 노동조합원이 이곳에 모여 파업을 선언하고 출정식을 했고, 2001년 세계무역센터가 테러공격을 당했을 때 뉴욕시민들 촛불을 들고 희생자를 애도한 곳이다.


 윌리엄스버그에 있는 '벤타나244' 갤러리내부. 왼쪽 라파엘레와 어느 관객. 라파엘레의 뉴미디어작품과 중국작가의 사운드아트작품, 온 가와라를 연상시키는 개념미술가작품 그리고 위 사진에 원시주의 화풍의 회화도 선보였다
윌리엄스버그에 있는 '벤타나244' 갤러리내부. 왼쪽 라파엘레와 어느 관객. 라파엘레의 뉴미디어작품과 중국작가의 사운드아트작품, 온 가와라를 연상시키는 개념미술가작품 그리고 위 사진에 원시주의 화풍의 회화도 선보였다김형순

난 이날 귀가했다 오후 윌리엄스버그 '벤타나(ventana)244' 갤러리에서 열리는 라파엘레전을 보기 위해 다시 그녀를 만났다. '윌리엄스버그'는 맨해튼에서 지하철로 몇 정거장 안 되는 곳에 있는 뉴욕의 새 미술명소다. 차별화 된 분위기는 서울 홍대 앞을 연상시킨다.

이 전시는 개인전은 아니고 4인전, 제목이 '방화와 초토' 범상치 않다. 전시장에 한 멋진 흑인 여성이 들어왔는데 그녀는 내가 시내에서 한복을 입고 지나가는 것을 봤단다. 그래서 흥미로웠다. 라파엘레는 백남준 영향으로 융합사상을 암시하는 *원형작업이 많다.


문화1번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방문

 뉴욕의 미술명소 1번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입구
뉴욕의 미술명소 1번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입구김형순

16일은 미국의 루브르박물관이라 할 수 있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가기로 했다. 여기는 그림뿐만 아니라 옛 악기류와 무기류도 전시하는 일종의 인류학박물관이다. 200만 점 소장한 이 문화 보물창고가 있기에 뉴욕에 그렇게 사람이 몰리는 것 아닌가.

처음 입구에 들어가면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문명, 잉카제국과 *로마조각 *미국역사화 등을 볼 수 있다.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유럽 17세기 이탈리아미술관, 18세기와 19세기 유럽과 프랑스미술 그중 역시 인상파가 익숙하다. *'세잔, 모네'가 특히 많고 '도미에, 로댕, 고갱, 고흐, 마티스, 뷔야르, 르누아르, 로트렉, 피카소, 레핀' 등도 볼 수 있다.

특별전으로 중국고대문화와 현대패션을 접목한 '중국특별전'은 대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중국이 경제 강국이 되면서 그 관심도 높아진 것이다. 오래전부터 엄청난 문화공세를 해 온 일본을 능가한다. 안타깝게도 삼성이 마련한 한국관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달팽이꼴 '구겐하임미술관' 찾다

 2015년 여름 구겐하임그룹전에 출품한 양혜규의 블라인드 색면작품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목소리와 바람' 2009
2015년 여름 구겐하임그룹전에 출품한 양혜규의 블라인드 색면작품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목소리와 바람' 2009김형순

나는 여길 나와 같은 뮤지엄 구역인 *'구겐하임미술관'으로 갔다. 옆에 '센트럴파크'도 보인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진 않았다. 'F. 로이드라이트'가 설계한 이 미술관은 백남준, 이우환의 회고전이 열린 곳이라 우리에게도 이 이름이 익숙하다. 백남준이 여기서 뉴밀레니엄 회고전을 열 때 이 공간을 가장 창의적으로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미술관은 아주 세련된 벽색과 전시방식이 특이해 신기한 분위기를 준다. 올라가면서 보고 내려오면서 반추하듯 그림을 다시 보니 그림 감상 효과는 2배로 높아진다. 천장이 돔 양식이라 하늘로 승천하는 착각에 빠지게 해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내가 갔을 때 그룹전이 있었는데 한국의 '이불'과 '양혜규'도 참가하고 있었다. 뿌듯했다. 양혜규 작가가 특히 돋보인다. 추상 색면을 응용한 그의 블라인드 색면에는 선풍기가 붙어 있어 소리도 들리고 바람이 불면 착시현상으로 색도 달라 보인다. 향 분사기가 있어 실제 향기도 난다. 이 작품은 이렇게 오감을 자극하며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뉴욕 맨해튼 '그린'가(街)에서 열린 한 사진전 오프닝행사 장면, 인산인해를 이루다
뉴욕 맨해튼 '그린'가(街)에서 열린 한 사진전 오프닝행사 장면, 인산인해를 이루다김형순

구겐하임 구경을 마치고 난 몸이 피곤해 귀가를 서두르다가 지하철 한 정거장 더 지나 내렸다. 그런데 내 앞에서 한 여성이 날 알아보고 손을 흔든다. 그녀는 내가 '부시윅'에서 대화를 나눈 여성인가 했는데 맞다. 내 한복에 사인을 하겠다고 하는 걸 보니 그게 분명했다. 그녀는 마침 전시장 가는 길이니 같이 가잔다. 난 무턱대고 따라나섰다.

나는 뉴욕 와서 처음 전시오프닝 행사에 참가했다. 사진전이었는데 크지 않는 전시장 벽과 책상 위에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전시장엔 발 디딜 곳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전시장이 아니라 거의 광란의 카니발 같다. 이게 뉴욕스타일인가 한 마디로 모두가 잘 논다.

나를 안내한 이 여자의 이름은 '클라우디아 보셴(C. Beauchesne)', 알고 보니 플랫미대에서 미술사, 회화, 건축, 디자인을 전공한 작가다. 난 그녀 덕에 이곳 전시 풍경의 일면을 볼 수 있었다. 클라우디아가 전시장에서 막춤을 추길래 나도 약간 흉내내봤다.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프랫 미술대학' 입구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프랫 미술대학' 입구김형순

그 다음날, 난 로드니 집에 너무 오래 폐를 끼쳐 이사를 했다. 내가 옮긴 곳은 로드니 집에서 가까운 '코지어스코(Kosciuszko)' 하우스, 이곳은 2층 침대를 여럿 놓아 공간을 최대로 활용해 숙박비가 싸다. 애용자는 주로 20대, 이 집주인이 프랑스어에 능통해 프랑스 친구가 많다. 가까이 유명한 *플랫(Pratt)미대가 있어 아침마다 조깅을 다녔다.

이 플랫미대는 처음에는 공대였다고 미대가 된 대학이라는 말을 이 학교직원과의 짧은 인터뷰에서 들었다. 산업화에서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생긴 자연적 현상이다. 이 대학은 백남준과도 관련이 있다. 백남준은 이 대학 학장도 했다. 그리고 'L. 부르주아, F. 스텔라' 등 거장들이 여기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백남준도 1998년 이 학위를 받았다.

 백남준 조수를 7년을 한 라파엘레 셜리과 백남준, 작업실에서 공동작업을 할 때 모습 1999년
백남준 조수를 7년을 한 라파엘레 셜리과 백남준, 작업실에서 공동작업을 할 때 모습 1999년Raphaele Shirley

난 이사 간 내 방 침대를 정리하고 '그린 포인트(Green Point)'에 사는 라파엘레 집에 초대를 받아 거기로 갔다. *그녀는 내게 백남준과 같이 작업을 할 때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을 공개하며 날 위로했다. 이 사진은 누구에게도 공개한 적이 없단다. 너무 고마웠다.

그녀의 남편인 '마이클 샤프' 씨는 마침 구겐하임미술관 시니어 매니저로 조용한 내면을 갖춘 신사였다. 날 반갑게 맞이하더니 며칠 뒤 세계10대작가에 속하는 '도리스 살세도(Doris Salcedo)전'(6.26–10.12) 오프닝리셉션에 날 초대하겠단다. 나는 그런 인연으로 운 좋게 구겐하임 오프닝리셉션에서 참가했고 그곳 문화계 인사와도 만났다.

'바스키아'의 고향 '브루클린미술관' 탐방

 주디 시카고(Judy Chicago) I '디너 파티(The Dinner Party)' 복합매체 1979. Collection of the Brooklyn Museum 페미니즘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주디 시카고(Judy Chicago) I '디너 파티(The Dinner Party)' 복합매체 1979. Collection of the Brooklyn Museum 페미니즘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이다김형순

새로 이사 온 곳에서 하루 자고 난 다음날 *'브루클린미술관'을 방문했다. 면적이 5만2천m2 되는 큰 미술관이다. 맨해튼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 장소성으로 여성, 흑인, 아시아 등 소수민족을 대변하는 미술관이라는 인상을 준다. 특히 페미니즘미술이 강했다.

이 미술관을 꼭 가야하는 이유 하나를 발견했다. 미국 페미니즘미술의 전설적 인물인 '주디 시카고'의 '디너파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이 미술관 최고의 소장품이다. 주디 시카고는 1971년과 1979년에 '디너파티'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100여 명의 여성자원자가 함께 수놓기와 도자기제조 등의 작업으로 페미니즘 미술의 최고 걸작을 남겼다.

이 작품은 도자조각으로 식탁보 위 접시에는 생명이 잉태시키는 여성의 음부를 꽃처럼 제작해 여성의 당당함을 과시하고 여성이 남성의 욕망 대상이 아니 주체적 존재임을 보여준다. 테이블을 살펴보면 유명한 여성작가인 '버지니아 울프'나 고대여성시인 '사포' 등 그밖에도 999명의 위대한 여성이름을 도자기타일로 만든 바닥에 새겨놓았다.

'휘트니미술관'에서 백남준 'TV자석' 만나다

 '휘트니미국미술관'에서 만난 백남준 비디오아트 초기 대표작 '자석TV' 내 한복은 뉴욕에서 만난 아티스트의 사인으로 얼룩거리기 시작하다
'휘트니미국미술관'에서 만난 백남준 비디오아트 초기 대표작 '자석TV' 내 한복은 뉴욕에서 만난 아티스트의 사인으로 얼룩거리기 시작하다김형순

나는 6월 20일 토요일 느긋한 마음으로 아침 일찍 *'휘트니미국미술관'을 갔는데 이사 간 걸 모르고 옛 미술관이 있는 5번가로 갔다가 돌고 돌아 지하철을 타고 새로 지운 휘트니미국미술관(99 Gansevoort St.)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새로 이사 간 휘트니미국미술관은 첼시와 소호지역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었다. 전시도 밤 10시까지 개방되고 활기찬 분위기다. 이곳을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우선 허드슨 강변을 볼 수 있고 먹자골목이 있고 노상카페엔 주말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새 미술관 분위기는 유쾌했다. 예술은 페스티벌이다. 삶의 생기를 얻는 문화발전소라는 생각이 든다. 마침 2011년 덕수궁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미국미술'전 때 본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3층에 올라갔는데 거기 백남준 작품이 있어 너무 기뻤다.

여기 소장품으로 백남준의 쌍방소통이라는 철학을 반영한 'TV자석'이었다. 이 작품은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개념을 완벽하게 보여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그리고 1982년 '휘트니비엔날레' 때 출품한 TV모니터 40대를 피라미드처럼 쌓아올린 *'비라미드(V-yramid)'도 봤다. 오늘은 정말 힘들게 뉴욕에 온 것을 보상받는 감격스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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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순

덧붙이는 글 다음기사는 3부로 뉴욕미술기행이 마무리된다 * 표시가 있는 것은 아래 사진을 참고하면 된다
#백남준과 셜리 #메트로폴리탄박물관 # 구겐하임미술관 # 휘트니미국미술관 #'노스사이드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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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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